[프라임경제] 새 정부의 핵심정책 중 하나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두고 금융투자업계의 반응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특히 계약직 비중이 높은 증권업계는 정부가 의미하는 불안정한 '비정규직'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업계 특성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53개 증권사의 임직원 수는 3만2934명이다. 이 중 계약직 직원은 7294명으로 전체 22%에 달하는 수치다.
대형 증권사 중에는 메리츠종금증권(008560)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67%에 이른다. 전체 직원 10명 중 7명 가까이가 비정규직인 셈이다.
이어 △하나금융투자(52%) △키움증권(039490)(43%) △한국투자증권(31%) △KB증권(29%) △대신증권(003540)(25%) △NH투자증권(005940)(20%) 순으로 집계됐다.
중소형 증권사 중에는 한양증권(001750)(324%)의 비정규직 비중이 업계 최고 수준이었고 △부국증권(001270)(197%) △케이프투자증권(157%) △KTB투자증권(155%) 등도 업계 평균보다 비정규직 비중이 높았다.
보통 계약직의 경우 고용이 불안정하고 임금이 정규직보다 낮아 상대적으로 차별된 대우를 받는다. 그러나 증권업계의 비정규직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성과에 따라 높은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연봉 체계가 정착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액연봉을 받는 전문계약직 채용이 확대됐고, 상당수 전문계약직이 정규직보다 높은 급여를 받고 있다.
실제 계약직 비율이 가장 높은 메리츠종금증권 직원들은 올 1분기 기준 1인당 평균 5139만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삼성전자의 1인당 연봉 지급액인 2776만원보다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기본급이 높지 않은 대신 경과가 높으면 그만큼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자발적인 계약직 전환으로 이어졌다"고 짚었다.
타 업종에 비해 이직이 잦은 것도 자발적 비정규직을 선택하는 이유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더 많은 성과보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직을 통해 몸값을 올리는 사례가 많다. 이에 성과주의 문화가 강한 금융투자업계의 경우 획일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보다는 업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사 직원은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 고액 연봉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연봉이 낮아지는 정규직 전환을 원하지 않는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새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은 처우나 임금수준이 정규직에 비해 차별을 갖는 업종에는 영향력을 가질 수 있지만 증권업에서는 실효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다만 증권업은 시황에 따라 영향을 받는 만큼, 업황이 좋지 않을 때 희망퇴직 압력과 비정규직 전환 압력을 많이 받고 있다"며 "비정규직 전환보다는 업황변동에도 고용 안정을 추구할 수 있는 정책이 더 필요하다"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