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자산운용업계의 치열한 보수 경쟁이 오히려 ETF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이 같은 전략은 ETF 수탁고가 어느 정도 되는 대형사 위주로 펼쳐지면서 이에 중소형사의 경우 울며 겨자 먹기로 보수 인하에 동참하는 출혈경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들의 보수 인하 경쟁은 지난해 2월 삼성자산운용이 KODEX200 ETF 보수를 연 0.26%에서 연 0.15%로 내리면서 본격화됐다. 3월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TIGER200 ETF 보수를 연 0.09%에서 0.05%로 인하했고 12월에는 TIGER코스닥150 ETF와 TIGER코스닥150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 보수도 내렸다.
키움투자자산운용도 최근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KOSEF 200 ETF 보수를 연 0.15%에서 연 0.13%로 0.02%포인트 낮췄다. KB자산운용은 지난달 KBSTAR 200 ETF 보수를 연 0.07%에서 연 0.045%로 파격 인하했다.
이 같은 자산운용사의 보수 인하는 시장 평균 수익률을 목표로 소극적 운용을 펼치는 패시브 펀드 특성상 ETF 간 성과 차이가 크지 않고 보수가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란 분석이 뒤따른다.
ETF의 주요 투자자인 공제회, 보험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운용 보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보수 인하 경쟁의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펀드보수가 낮다고 해서 수익률이 우수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TIGER200이 KOSEF200보다 보수는 연 0.08%만큼 낮지만, 최근 1년 수익률(5월26일기준)을 보면 KOSEF200 보다 수익률은 0.41% 낮다.
KOSPI200 추종 8개 ETF 중 5월26일 기준 수익률이 가장 좋은 ETF는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OSEF200으로, 이 상품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7.43%이다. 최근 1년 성과를 살펴봐도 3·6·12개월의 수익률은 각각 14.09%, 24.39%, 30.45%로, 전 구간 KOSPI200 추종 8개 ETF중 수익률 1위다.
KOSEF200은 보수 수준이 8개 ETF 중 중간 수준이지만, 단기 수익률뿐 아니라 장기 2년 수익률(20.54%)에 있어서도 보수가 낮은 ETF를 제치고 8개 ETF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1개월 수익률을 살펴보면 KOSEF200(7.43%), KODEX200(7.34%) KBStar 200(7.31%), KINDEX200(7.28%), TIGER200(7.25%), 아리랑 200(7.24%), TREX200(7.23%), 파워K200(7.11%) 순이었다.
박제우 키움투자자산운용 ETF 팀장은 "보수가 낮다는 이유로 수익률이 앞으로 다른 경쟁 ETF 대비 좋을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라며 "수익률 차이에서도 나타나듯, 업계 총 8개의 KOSPI200 ETF의 수익률은 실제로 펀드 보수보다 운용 역량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액티브 펀드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ETF보수까지 떨어지면 자산운용업계 전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BSTAR200와 TIGER200의 운용보수는 연 0.021%, 0.026%이다. 수탁고 1조원 가정 시 운용사의 보수가 각각 연 2억1000만원과 2억6000만원으로, 운용 관련 인력비용과 마케팅비용 감안 시 적정한 수준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익성이 맞지 않은 보수 수준까지 보수를 인하하는 것은 수탁고 증대가 더딘 상황에서 수익성을 포기하더라도 타사 점유율을 줄이고 당사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보수 인하 전략은 수탁고 규모가 있는 대형사를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중소형사까지 보수 인하 정책에 동참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박 팀장은 "대형사의 보수 인하 전략에 중소형사도 울며 겨자 먹기로 보수 인하에 동참하거나 차별성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소형사의 경우 선택의 폭이 줄어들며 ETF업계 구도가 소수 대형사 위주로 과점화되는 결과가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계속해서 "여러 회사가 어느 정도의 수익성을 지닌 채 각자의 상품과 아이디어로 경쟁하는 구도가 돼야 시장이 양적·질적 발전을 할 수 있다"며 "보수 인하 전략은 ETF업계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