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핀테크와 비대면거래 확대 추세에 따라 점포와 직원 수를 해마다 줄이고 있는 은행권이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제로 정책 탓에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최우선 공약인 일자리 공약 중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무기계약직 직원들을 정규직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규직전환, 상당부분 진행…추가 진행하는 은행도
이런 가운데 비정규직 전환에 대한 은행권의 부담은 비교적 크지 않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이미 대규모의 정규직 전환 작업을 마쳤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권 관련 통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고용 인력 중 기간제 근로자(비정규직)는 지난 3월 말 기준 3365명이었다.
이는 이들 은행의 정규직 고용인력 5만9000여 명의 약 6%에 해당한다. 이 중 절반가량이 변호사, 세무사 등 전문 계약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비정규직 비중은 사실상 2~3% 안팎이다.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비중이 20%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 상대적으로 비정규직 고용 비중이 높은 NH농협은행과 IBK기업은행도 현황 파악에 나선 상황이다. 농협은행의 비정규직 직원 수는 2979명으로 정규직 직원 1만3449명의 22%에 해당한다.
현재 농협은행은 새 정부의 일자리위원회 종합대책 발표 후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다.
또한 기업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정규직전환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무기계약직과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기업은행은 무기계약직으로 근무하는 창구 담당 직원 3000여 명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이 정규직 전환 작업을 대부분 마무리했다고 하지만, 현재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시대 정책에 맞추기 위한 추가 작업을 진행할 경우 비용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물거품된 조직 슬림화…정부 입맛 맞는 고용책 내놓을 듯
은행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이다. 현재 은행들은 디지털금융을 기반으로 한 비대면거래 서비스 확대에 사활을 걸면서 은행 운영에 전반적인 부분에서 '비용절감'을 단행하고 있다.
일례로 KB금융은 지난해 대규모 명예퇴직으로 올 1분기 600억원가량의 인건비를 줄였고, 하나금융도 인건비를 포함한 판매관리비에서 520억원가량 절약했다. 또한 씨티은행은 전국 133개 지점을 32곳으로 줄이는 경영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결과 은행 총 직원 수는 해마다 줄어드는 실정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통계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17개 은행의 총 직원 수는 11만4755명으로, 직전 해(11만7023명)보다 2268명 줄었다. 2010년 이후 6년 만에 최대 규모다.
이 밖에 시중은행들이 상시로 희망퇴직자를 모집하는 이유도 이 같은 비용절감 때문이다. 은행의 영업비용인 판매·관리 비용에서 인건비인 급여·퇴직급여·복리후생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나 차지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비용절감을 위해 조직 슬림화를 단행하고 있는 시중은행 입장에서 새 정부의 강력한 '일자리 창출' 의지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며 "대통령이 고용 창출을 천명한 만큼 시중은행들도 그에 응하는 고용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