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전두환 전 대통령 셋째 아들 전재만씨가 유흥업소 출신 여성에게 고가 명품시계를 사줬다는 주장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전재만씨 일가의 행적도 덩달아 이슈가 됐다. 전씨가 1995년 이희상 동아원그룹 회장 장녀와 결혼해 장인의 실질적 경영파트너 역할을 한 것이 다시 회자된 게 이유다.

특히 이희상 회장은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등 전직 대통령과 맺은 직·간접적 혼맥과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사돈이라는 든든한 배경, 그리고 폐쇄적인 한국제분협회 회장직을 15년째 유지해 재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자랑했다.
다만 2015년 12월 사채원리금 300억원을 못 갚아 동아원(현 사조동아원·008040)이 워크아웃에 돌입했고 이듬해 2월 사조그룹에 통째로 매각돼 과거의 영광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전씨는 최근까지 장인의 재기를 위해 회사 구조조정을 진행했으며 몇몇 자산매각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라리·와인 마니아…영욕의 20년
잘 나가던 동아원이 몰락한 배경은 다양하지만 지나친 사업 확장과 방만 경영이 가장 큰 실책으로 꼽힌다.
이 회장은 1997년 와인 수입업체 '나라셀라'를 설립했고 2005년 미국 나파벨리에 '다나 에스테이트'라는 와이너리를 세워 와인제조에도 뛰어들었다. 이 와이너리의 가치는 1000억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모두 와인마니아인 이 회장의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된 사업이었다.
다나 에스테이트의 한 임원은 2010년 모 전문지 인터뷰에서 "(이희상 회장이)손익을 따지지 않고 와이너리에 투자했다"며 "투자금 환수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다나 에스테이트는 설립 이후 약 10년 동안 780억원 상당의 자금을 빨아들였고 상당 부분 빚으로 남았다.
동아원의 과거 사업보고서를 보면 2006년 970억원이던 부채가 이듬해 1500억원으로 54.6% 뛰었고 2009년에는 3900억원까지 불었다. 워크아웃 직전이던 2015년 3분기 동아원의 부채는 7200억원이 넘어 부채비율이 800%에 육박할 정도였다.
와인과 함께 이 회장을 사로잡은 것은 외제차 브랜드인 페라리다. 직접 외제차 수입업체 FMK를 설립해 운영했지만 역시 2015년 효성그룹 계열로 넘어갔다.
물론 이들 사업이 승승장구하던 때도 있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청와대는 다나 에스테이트가 생산한 와인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 공식 만찬주로 지정해 브랜드 가치를 높인 게 주효했다. 이 회장은 과거에도 국회 관련 행사에 고급와인을 수시로 선물하며 정치권 인맥을 다졌다는 전언이 들린다.
◆도덕적 흠결, 여전한 논란
정치권과 재계에 두루 발이 넓었던 만큼 이 회장과 동아원을 둘러싼 사건사고도 많다. 2010년 동아원 주가조작을 묵인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작년 초 항소심에서도 결과는 뒤집히지 않았다.
여기에 워크아웃 직전 해외 호화부동산을 빼돌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재작년 '시크릿오브코리아' 운영자인 재미언론인 안치용씨는 이 회장이 샌프란시스코 소재 호화 콘도 지분(22%)을 큰 딸에게 무상 증여했다고 폭로했다. 회사가 경영악화에 시달리는 동안 개인재산을 은닉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졌다.
2013년에는 한정 생산된 슈퍼카 라 페라리를 계열사 임직원 이름을 빌려 구입하며 개인용도로 전용했다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당시 특수관계자인 모 임원에 대해 15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는데 공교롭게도 그해 FMK의 미지급금이 전년보다 13억원 정도 많은 20억원대를 찍으면서 뒷말을 낳았다.
이 회장이 2002년부터 협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제분협회는 고질적인 담합과 폐쇄적인 조직운영으로 수차례 도마에 올랐다.
국내 밀가루시장은 CJ제일제당(097950), 대한제분(001130), 동아원(한국제분) '빅3'가 8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제분협회에는 이들을 포함해 8개 업체만 가입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6년 3월 이들이 해마다 밀가루 생산량을 미리 정해 업체별로 분배하고 가격 인상률도 짬짜미했다며 43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동시에 CJ제일제당, 삼양사를 뺀 6개 업체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동아원은 대한제분(121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82억3600만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밀가루업계의 공고한 카르텔은 2008년 SPC의 밀다원 인수 이후 노골적으로 표면화됐다. 파리바게트, 파리크라상, 삼립 등을 거느린 SPC가 밀다원을 통해 직접 밀가루를 조달하면서 기존 제분업체들과 거래를 끊은 게 결정적이었다.
2013년경 SPC가 제분협회 가입을 위해 문을 두드렸지만 기존 회원사의 반대에 부딪쳤고 동아원그룹이 침몰하면서 지난해 매물로 나온 한국제분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제빵업계 1인자인 SPC를 견제하기 위해 제분협회 회원사들이 똘똘 뭉친 결과라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한편 사위 전씨가 '외간여자'에게 4600만원짜리 명품시계로 환심을 산 시점이 새로운 논란거리가 됐다. 전씨가 시계를 산 것은 2015년 8월경으로 장인의 사업이 줄줄이 쓰러지던 때와 미묘하게 맞아떨어지는 탓이다.
부친은 14년째 '잔고 29만원'으로 생계를 꾸리며 형은 벌금 38억원 대신 청소 노역에 나선 상황에서 전씨가 수천만원짜리 선심을 쓴 배경은 여전히 미스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