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코스피가 2300선을 돌파하는 등 연일 최고점을 경신하자 빚을 내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높은 이자율 때문에 투자수익을 내고도 손실을 볼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3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 규모는 지난달 말에 비해 3512억원(4.84%) 증가한 7조6029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8월4일(7조6034억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이달 들어 지난 10일부터 10거래일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이다. 증권사가 다른 금융기관과 연계해 주식투자 자금을 빌려주는 스톡론도 4월 말 2조9940억원을 기록했다. 두 빚 거래 잔고는 10조 5969억원에 이른다.
최근 활황장세를 보이자 증권사들이 주식 거래 시 무료 수수료와 현금 지급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면서 개인투자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어 신용거래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코스피지수가 2300선을 돌파하며 6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투자심리가 회복된 점도 빚을 내 주식에 손을 대는 개인투자자의 유입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사, 무료수수료·현금지급…신용거래 증가↑
업체별로는 신용거래 잔액이 가장 큰 미래에셋대우(006800)(1조6538억원)가 이달 들어 20여 일 만에 946억원(6.1%) 늘어 증가세를 이끌었다.
이어 주식거래(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키움증권(039490)(8644억원)이 621억원(7.7%) 증가해 증가율이 가장 높았고 삼성증권(016360)(7605억원), KB증권(7277억원) 등도 잔액이 늘었다.
미래에셋대우, 삼성,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주식 계좌 개설 시 3~9년간 무료 수수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상반기 온라인으로 계좌를 개설하면 수수료 면제와 함께 일정금액 이상 거래 시 현금을 지급했다.
문제는 높은 이자다. 개인투주자들은 빚을 내서라도 주식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가져가려고 하지만 높은 이자비용 때문에 실제 수익률은 미미하기 때문. 오히려 주식이 하락할 경우 손실을 볼 수 있고, 과도한 신용융자 잔고 증가는 매물로 이어질 수 있어 증시의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신용거래 이자율은 3%대 중반 수준인 가계대출 평균금리에 비해 최소 평균 두 배 이상 높고 연체이자도 9.9~13% 수준에 달한다. 지난 2012년 이후 8차례 기준금리가 인하됐는데도 상당수 증권사들이 이자율을 변경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한국은행이 지난 2012년 7월부터 여덟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3.52%에서 사상 최저인 1.25%로 낮췄지만 같은 기간 위탁 매매 상위 10개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평균 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8.13%에서 7.95%로 0.18%포인트 내려갔다.
특히 이베스트투자증권(016360)과 흥국증권, 유진투자증권(001200) 등 8개 증권사는 지난 2011년 이후 현재까지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조정하지 않고 있다. 부국증권(001270)과 신한금융투자, 케이프투자증권, 한양증권(001750) 등 4개 증권사도 2012년 이후 이자율을 새로 산정하지 않았다.
기준금리가 낮춰졌지만 이들 증권사들은 5~6년째 같은 이자율로 고객에게 대출해 주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최소 7.2%에서 최대 12%(대출기간 91~120일 기준)이며 연체이자율은 12~14%에 달했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과 KTB투자증권(030210)이 12%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고, 미래에셋대우증권도 7.2%에 달했다.
1일부터 15일까지 짧은 대출기간에도 이자율은 최소 5.0%에서 11.8%로 높은 수준이다. 교보증권(030610)이 5%로 가장 낮았고 키움증권이 11.8%로 높은 이자율을 적용했다.
이어 △KB증권 6.5% △미래에셋대우 6.0% △삼성증권 5.9% △한국투자증권 7.4% 등이다. 대출기간이 석 달을 넘길 경우 대부분 10% 안팎의 금리를 적용하며, 연체이자율은 9~15% 수준에 이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의 이자율은 시장 상황에 맞게 조정될 필요가 있다"며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많은 종목은 급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무리한 신용거래를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신용공여이자수익 1위 '한국투자증권'
한편 지난해 신용공여이자수익을 올린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은 업계에서 가장 많은 1161억원의 신용공여이자수익을 거뒀다.
다음으로 NH투자증권(005940)(1119억원), KB증권(1025억원), 삼성증권(985억원), 키움증권(982억원) 순으로 상위 5개사에 올랐다.
신용이자 수익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증권사는 삼성증권이었다. 삼성증권은 전년 815억원에 비해 170억원(21.0%) 늘어난 985억원의 신용공여수익을 거뒀다.
이어 키움증권이 전년도보다 117억원 불어난 982억원의 수익을,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825억원의 신용공여이자수익을 달성하면서 전년 762억원에 비해 63억원(8.2%) 증가했다.
이 같은 수익률 개선에 대해 일각에서는 증권업계가 투자리스크가 큰 신용거래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식의 거래량이 줄어들어 증권사 주요 수익처인 위탁매매 부문의 수수료 수익이 줄면서 이자수익을 올리는 데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용거래는 기본적으로 외상 거래인 데다 레버리지효과로 리스크가 커짐에도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신용융자 담보유지 비율을 낮추는 방법으로 돈을 빌려주고 있어, 주식시장이 약세장으로 돌아설 경우 투자자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것.
실제 증권사들은 투자자가 신용거래융자로 매입한 주식의 가치가 일정 담보비율 이하로 떨어지면 고개 의사와 상관없이 주식을 강제로 일괄 매도 처분하는 '반대매매'를 행사한다. 그만큼 증권사는 대출금을 떼일 가능성은 줄어들지만, 개인투자자의 손실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신용공여 금리 산정체계를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보다 과도하게 높은 곳과 기준금리 등의 변동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증권사를 우선 점검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에도 금리가 수년째 변동하지 않아 점검에 나서게 된 것"이라며 "각 증권사에게 서면으로 자료를 받고 직접 방문해 점검할 예정이다. 조만간 세부계획을 확정해 3분기 내 마무리 지으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