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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룡 파라다이스 사장, 미묘한 '투잡 선언'

파라다이스세가사미 성추행 보도 직후 돌연 인사 배경은?

이수영 기자 기자  2017.05.15 17: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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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운영사인 파라다이스세가사미 대표이사가 최근 돌연 교체됐다. 파라다이스(034230)그룹은 지난 11일 박병룡 파라다이스 사장을 파라다이스세가사미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로 박 사장은 두 회사 대표를 겸직하게 됐고 전임 정연수 부회장은 완전히 그룹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파라다이스 호텔부산 대표를 지낸 정 부회장은 당초 내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았던 만큼 교체 배경에 의문이 제기될 만하다.

◆정연수 부회장, 논란 보름 만에 중도 낙마

앞서 본지는 지난달 27일 파라다이스세가사미 내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으며 사측이 피해자를 조직적으로 괴롭힌 정황을 보도한 바 있다. 정 부회장의 낙마는 기사 게재 후 꼭 보름 만에 이뤄졌다.

여기에 바로 이튿날인 12일 파라다이스 노조가 성추행 사건에 대해 사측을 정식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 역시 시점이 미묘하다. 이날 <시사포커스>에 따르면 파라다이스 내에서 2~3년 전에도 비슷한 사건으로 대규모 인사위원회가 열렸고 가해자가 징계를 받은 뒤 퇴사했다. 주기적으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반복됐음에도 회사가 재발방지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노조 측은 파라다이스세가사미가 해당부서 팀장을 감봉 조치하는 수준에서 사태를 서둘러 봉합했으며 사건 자체를 은폐하려 한 정황이 있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노조는 사측의 부실대응을 문제 삼는 한편 인사팀장 교체 요청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논란 이후 회사 임원진과 직원들 사이 내홍이 심상찮다는 분위기는 관련 제보가 쏟아지며 일부 감지됐었다.

최근까지 파라다이스세가사미에서 근무했다고 밝힌 A씨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아주 강압적인 분위기로 직원들을 고생시키는 곳이 파라다이스세가사미"라고 울분을 드러냈다.

◆"모 임원, 직원을 '먼지'로 비하"

A씨는 "원래 파라다이스인천(현 올림포스호텔)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근로계약 등과 관련해 사측에 불만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임원들에게 대놓고 욕을 먹는 게 일이었다"며 "지난 3년 동안 수많은 직원이 사표를 썼는데 성희롱이나 부당한 인사 조치를 당한 경우도 여러 번"이라고 토로했다.

심지어 한 상무보급 임원은 막말에 가까운 폭언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역시 사무직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퇴사한 B씨는 재직한 2년 사이 몸무게가 17㎏이나 빠질 정도로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B씨는 해당 임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회사가 마치 노예제나 신분제 사회에서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며 "C임원은 평소 직원들에게 '너희들은 이리저리 입김 부는 대로 날리는 먼지'라며 수시로 윽박질렀다"고 구체적으로 말했다.

일련의 논란을 딛고 파라다이스세가사미 사령탑을 겸하게 된 박병룡 사장의 어깨는 무겁다. 서울대 경제학과와 미국 시카고대 MBA를 거쳐 1987년 미국계 금융사 뱅커스트러스트(BTC)에서 10년 가까이 경력을 쌓은 박 사장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지 관심이 크다.

박 사장은 1996년 파라다이스그룹 기획조정실 이사로 영입돼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로서 2002년 파라다이스의 코스닥 상장을 이끈 인물이다. 2015년까지 6년 동안 워커힐 카지노 총지배인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활약해 오너의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4월에는 <뉴스타파>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공동 진행한 해외 조세피난처 관련 보도에 등장해 주목받기도 했다.

모색 폰세카 자료 유출 사태를 계기로 해외 페이퍼 컴퍼니 설립 및 운영에 가담한 국내 대기업, 재벌가 인사 명단이 공개됐고 박 대표 역시 여기에 속한 것이다. 물론 조세피난처 내 페이퍼 컴퍼니 설립이 불법은 아니다. 다만 법의 구멍을 이용한 편법에 가깝고 악용되는 일이 잦아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박 사장은 '에인절 캐피털 리미티드(Angel Capital Limited)'라는 페이퍼 컴퍼니 이사로 등재돼 있었고 상당기간 이 신분을 유지했다.

한편 이번 인사와 관련해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효율적인 경영을 위한 일상적인 인사였을 뿐 최근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