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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우리는 어떻게 상자에 들어가는가?

오무철 코치 기자  2017.05.13 20: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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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코치끼리의 대화에서 "상자 밖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데, 이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기로 하자.

여기서 상자(Box)란 자기기만(Self-deseption)의 은유 표현으로, 스스로를 속이면서 속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신념의 행위와 상태를 말한다. 자기기만은 리더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반드시 인식하고 있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나에겐 두 자녀가 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둘 다 결혼을 했고 손주까지 두고 있다. 이야기는 애들이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아마 그때가 어린이 날이었던가 싶다. 목적지인 어린이 공원까지는 승용차로 2시간 걸리는 먼 거리였고, 아침 8시에 출발하기로 했다. 그런데 약속한 출발 시간이 5분을 경과했고, 나는 그 순간 얼핏 '아내가 뭔가 챙길 것이 많은가 보지, 들어가서 좀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미루고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다 10분, 15분이 경과하자 짜증이 나면서 속으로 화가 치밀었다.

그러면서 나는 머릿속으로 아내에 대해 부당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이 여자가 시간 개념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지금이 몇 시인데 아직 안 나오고 있어.'

'어제 저녁에 미리미리 챙겨 둘 일이지 뭐한 거야, 게으르기 짝이 없구먼'
‘도대체 생각 없이 사는 인간이군!'

'가족들은 안중에 없고 자기만 생각하고 있어!'

'오랜만의 가족여행을 망치고 있어.'

이런 생각을 하는 나에게 아내는 나와 같은 소망과 욕구, 바람을 가진 소중한 한 인간(people)이 아니라, 내 일을 방해하고 도움이 안 되는 쓸모 없는 대상(objects)이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나 자신에 대해서는 가당치도 않은 시나리오를 쓰고 있음을 얼핏 알아차렸다.

'내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데, 황금 같은 시간을 냈다는 걸 알아주질 않는군.'

'회사 일 하랴, 가족 챙기랴, 난 정말 열심히 살고 있는데 말이야.'

'난 왜 이리 지지리도 복이 없지, 도대체 도와주지를 않는구먼.'

'아빠로서 어린이 날도 챙기고, 나는 역시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야.'

이렇게 나는 상대방의 결점을 과장되게 부풀리고, 나 자신의 행위는 좋게 크게 부풀리면서 아내를 비난하고 있었다. 출발 시간 5분 경과 후에 '아내가 뭔가 챙길 것이 많은가 보지, 들어가서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실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정당화의 가치를 더욱 부풀리면서 나는 상자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상대방과 관계를 가질 때 잘못된 존재방식(way of being)을 가지게 되면 자기배반(self-betrayal)을 하면서 잘못된 행동을 하게 되고, 그것을 정당화하려고 애쓰게 된다. 자신을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볼 때 우리의 시각은 왜곡된다. 그 결과 잘못된 것을 올바른 것으로 여기는 세계관을 가지게 되면서 상자에 들어가게 된다.

여기서 우리를 상자에 들어가게 만드는 존재방식이 중요한데, 자기기만 연구로 잘 알려진 아빈저 연구소에서는 두 가지 방식을 제안한다.

하나는 상대방을 존재 그 자체 즉, 인간으로 보는 응답방식(responsive way)으로 내가 소중하듯 상대방도 소중히 여기는 삶의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상대방을 대상으로 보는 저항방식(resistant way)이다. 나의 욕구 충족을 위해 상대방을 도구나 수단으로 여기거나, 나의 성장이나 발전에 방해가 되거나 나와는 관계가 없는 무시해도 되는 대상으로 여기는 삶의 방식이다.

달리 표현하면, 하나는 다른 사람들과 인격적 만남을 통해 한 인간으로서의 나 자신을 경험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들을 도구나 수단인 대상으로 여기는 사람으로서 나 자신을 경험하는 것이다.

조직에서 리더의 영향력은 부하직원이 리더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평소 리더가 부하직원을 인간으로 보느냐, 대상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결정된다. 만일 내가 리더로서 부하직원과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면 존재방식에서 실패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부분에서 실패할 때 우리 스스로의 인생도 나의 리더십 영향력도 실패하기 마련이다.

우리 코치들도 리더로서 고객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고객이 애를 먹이는 대상으로 보이는가? 그렇다면 코치 자신의 존재방식을 성찰해 봐야 할 것이다.

오무철 코치 / (현)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 /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컨설턴트 / (전) 포스코 인재개발원 팀장·교수 / 번역서 <1년내 적자탈출. 일본의 교육양극화> / 공저 <그룹코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