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식품 제조·유통 전문업체 A사가 하도급업체 B사로부터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당해 수개월째 치열한 다툼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B업체가 주장하는 손실 금액은 1억5000여 만원 상당이며, 대기업인 A사와의 계약 의무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생산량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반년 넘게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B업체는 대기업의 손실보전 약속과 생산 독려 등을 했지만 막상 계약해지가 임박하자 얼굴을 바꿨다고 항변했다.
반면 A사는 "정당한 계약에 따라 작업이 진행됐고 도급업체의 생산력이 현저하게 낮은 게 문제"라며 맞서는 상황이다.
◆인력파견업체와 부당 하도급 시비
인력파견을 전문으로 하는 B업체는 A업체와 2015년 물량도급 계약을 수주했다. 물량도급이란 원청사가 도급업체에 계약기간 내 필요한 생산량을 특정해주면 도급업체가 자체적으로 인력을 채용해 생산하되, 해당 인력 관리는 도급업체가 모두 도맡는 시스템을 말한다.
일례로 원청사가 1개월 동안 도시락 100개 생산을 주문했다면 생산인력이 10명이든, 100명이든 도급업체의 몫으로 맡기는 식이다.
도급을 맡은 B사는 그해 4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편의점 등에 납품할 인스턴트식품을 생산하는 계약을 맺었고 이견이 없는 한 매년 계약은 자동 갱신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듬해인 2016년 계약연장에 따른 단가산정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시 원청사가 제시한 기준단가는 56명의 생산인력을 투입했음을 가정할 때 78만9300개 생산 시 개당 172.0원, 도급비 1억3575만9600원이었다. 최저시급 인상률을 고려할 때 신규채용을 할 수 있는 인건비는 2명분이 고작이었으나 원청사는 20명 이상 채용할 것을 강요했다는 게 B업체 측 주장이다.
양측의 다툼은 목표 생산량 달성을 위해 투입된 추가인력이 적게는 76명, 최대 128명까지 늘면서 불이 붙었다.
당시 대형 유통그룹으로 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도시락 납품권을 따낸 A사는 생산이 달리자 B업체에게 인력 추가 투입을 요구하며 관계자들을 압박했다는 게 관계자의 증언이다.
56명 몫으로 책정된 도급비가 1원도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추가 채용 인력의 임금과 간접비 등은 고스란히 B업체가 떠안으면서 매달 3000만원 넘는 손실을 입었고 결국 계약 연장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B업체 관계자는 "원청 소속의 공장장과 간부들이 수시로 인력충원과 생산량 준수를 요구했다"라며 "공장장은 아예 필요한 인원수를 특정해 추가 채용을 사실상 지시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토로했다.
◆"원청사 공장장이 인원수 정해 채용 요구"
하도급법에는 원청사가 도급업체를 상대로 채용이나 경영에 간섭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특히 물량도급의 경우 인력충원은 전적으로 도급업체의 몫이고 이를 어기면 부당행위로 처벌대상이 된다.
그럼에도 공장장은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까지 간섭하며 무리하게 업무를 독촉하고 관리자를 닦달하는 등 사실상 자사 직원처럼 도급업체를 길들였다는 게 B업체 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A사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일단 물량도급 계약을 맺은 만큼 인력 충원에 대한 대가를 더 지불할 의무가 없다는 게 골자다. 또한 도급업체에 단순히 '조언'만 건넸는데 경영간섭이나 일방적 지시로 몰아가는 것은 억울하다는 얘기다.
A사 측은 "처음 계약 때부터 단 가와 관련해 경쟁 입찰을 추진했고 B업체에도 단가산정과 관련해 정보를 충분히 제공했다"라고 맞섰다.
또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면 계약이 자동갱신되기 전에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었지만 매달 형식에 맞춰 도급비 청구를 해놓고 이제 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해명했다.
회사 측은 아울러 "B업체가 뽑은 직원들의 생산성이 지나치게 낮았고 이후 단가 이원화를 통해 이윤을 조정하는 등 충분히 상생 노력을 했다"라며 "일부 직원의 경우 생산라인에 담배를 소지한 채 드나드는 등 문제가 드러나 시정 요청을 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B업체 역시 할 말이 없지 않다. 대기업 수주를 받으면서 일정부분 손해를 감수하는 게 도급업계 관행이지만 장기적으로 대기업과 계약을 통해 이익을 볼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일부러 문제를 일으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도급이라는 말에서부터 대기업과 계약을 맺는 업체들은 고객사를 모시는 '을(乙)'의 입장"이라며 "실제 현장 분위기는 사실상 원청사의 지휘를 받는 구조인 탓에 도급업체가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억울한 일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는 지난 1월 양측에 내린 조정결정에서 원청 A사는 B업체에 173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양측은 모두 불복해 현재 정식 조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