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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공영홈쇼핑, 뒤로는 용역업체 후려치기?

콜센터 위탁 사업자 선정 과정 일방적 단가삭감 논란

이수영 기자 기자  2017.05.04 17: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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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중소·벤처기업과 지역 농수산물을 위한 '착한 홈쇼핑'을 표방한 공영홈쇼핑(이하 아임쇼핑)이 콜센터 위탁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소위 '갑질'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

평가항목에 따라 점수를 매기는 경쟁 입찰을 추진하면서 기존 계약 단가보다 10% 정도 낮은 기준단가를 제시해 도급비 인하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입찰 참여업체들은 서로 비슷한 업력과 규모를 갖춘 상황에서 제안가격이 당락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아임쇼핑이 일방적으로 낮은 기준단가를 제시하는 바람에 업체들로서는 기존 마진율을 대폭 줄이거나 심지어 손해를 감수해야 할 처지다.

반면 아임쇼핑은 기준단가 산정 근거를 비롯한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아 갈등이 깊어질 전망이다. 

◆"경쟁입찰서 가격이 사실상 당락 좌우"

최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아임쇼핑은 지난 3월 500명 규모의 콜센터 업무위탁 용역 관련 입찰공고를 내고 지난달 중순 두 개 업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세부 계약조건을 조율 중이다.

아임쇼핑은 앞서 설립연도인 2015년과 이듬해에 걸쳐 총 3개 업체와 콜센터 용역 계약을 맺었다. 현재 책정된 도급단가는 직원 1인당 급여와 4대보험금, 관리비 등을 포함해 229만원(직무별 인원수 가중평균·부가세 제외)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해 새로운 입찰제안서를 통해 제시된 통합단가는 이보다 9.7% 적은 206만7000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일종의 가격 가이드라인으로 아임쇼핑 측은 '해당 통합단가 이상을 제안할 것'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이에 용역업체 입장에서는 섣불리 높은 가격을 제시하기 곤란하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참여 업체 관계자는 "상담사 급여는 고정돼 있으니 물가인상률과 이익률을 감안하면 적어도 기존 계약단가 수준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게 상식적이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평가기준에서 가격 적정성이 20%를 차지하는데 비슷비슷한 업체들끼리 경쟁하려면 사실상 최저가 입찰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체 측도 "대기업 계열 홈쇼핑의 경우 콜센터 도급단가로 230만원 안팎을 제시하고 이와 비슷한 선에서 계약이 체결된다"며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출자해 사실상 준공기업인 아임쇼핑이 노골적으로 '단가 후려치기'를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임쇼핑, 10% 깎은 가격을 가이드라인으로"

이에 대해 아임쇼핑 측은 용역 제안과 관련해 어떤 내용도 확인해줄 수 없다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해당 부서 관계자는 "제안요청서에 있는 내용 그대로 이해하면 된다"면서 "통합단가 산정 근거 같은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문제는 단가 삭감이 단순히 용역업체의 수익 감소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용역단가에는 근로자 급여와 4대보험료 등 고정비 외에 용역업체가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직무교육과 복지혜택 같은 간접비까지 포함돼 있다.

즉 원청업체가 단가를 낮출수록 용역 근로자가 감수해야 할 기회비용은 늘어나고 이는 서비스의 질적 하락과 직결된다는 얘기다.

업체 관계자들은 "제시된 가격에 맞추다 보니 업체마다 마진율이 1% 미만까지 곤두박질치는 경우도 있다"라며 "아무리 계약 실적이 중요해도 손해를 감수할 수는 없으니 다른 간접비를 줄여 이익을 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입을 모았다.

한편 아임쇼핑은 중소기업진흥공단 자회사인 중소기업센터(50%)와 농협경제지주(45%), 수협중앙회(5%)가 출자해 2015년 3월 설립됐으며 그해 7월부터 홈쇼핑 방송을 시작했다.

초기 부실한 시스템과 차별성 없는 상품 편성으로 뭇매를 맞았지만 설립 3년차인 현재 모바일과 온라인 판매망 구축을 완료하면서 체질개선이 진행 중이다.

다만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이미 자본금 800억원 가운데 4분의 1인 200억원가량이 결손 처리되는 등 부실한 재무구조는 풀어야할 숙제다.

특히 2015년 7월 이영필 CJ오쇼핑(035760) 전무를 대표이사로 영입한 이후 지난해 말 기준 종업원급여가 1년 사이 80억원 넘게 증가한 182억4800여 만원을 기록했고 유선방송사업자(SO)에 지불한 지급수수료 역시 270억원에서 720억원으로 치솟으면서 매출액과 수수료수입이 크게 늘었음에도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이런 탓에 아임쇼핑이 경영부담을 용역업체에 떠넘기려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