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조3000억원짜리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Paradise City)를 내세워 제2의 전성기를 노렸던 전필립 파라다이스(034230) 회장이 안팎으로 벽에 부딪친 모양새다.
파라다이스시티 개장 일주일 만인 지난달 27일 본지 단독보도로 드러난 계열사 파라다이스 세가사미 내 성추행 사건이 그룹 내 조직적인 '2차 가해' 논란으로까지 비화된 가운데 국세청이 파라다이스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파라다이스-국세청 악연 '6년 주기설'
세무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초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은 서울 중구 파라다이스 본사에 조사관을 투입해 정기 세무조사에 나섰다. 파라다이스와 국세청의 악연은 2005년 이후 2011년 100억원대 추징 기록으로 남은 만큼 이번 조사 결과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앞서 2006년 4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파라다이스에 대해 특별세무조사에 나선 바 있다. 이는 2005년 11월 정기 세무조사 이후 불과 5개월 만에 단행된 이례적 사건이었다.
특히 기업 탈세·횡령 등을 담당하는 조사4국이 나서 입길에 올랐는데, 그해 12월 이를 짐작할 만한 사건이 세간에 알려졌다.
바로 전필립 회장의 배다른 동생 전모씨가 서울가정법원에 제기한 상속재산분할청구소송이다. 남매의 아버지는 전설적인 '카지노 대부' 전락원 회장인데 2004년 사망 당시 엄청난 유산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부친의 유산으로 파라다이스 주식 2490만주와 계열사 주식 370만주, 서울 서초구 아파트와 경기도 의왕시 일대 부동산 및 예금, 유명 조각품 등 수천억원 상당을 꼽았고 이를 오빠가 독차지했다며 법정공방에 나선 것이다.
당시 전씨 측은 "전필립 회장이(물려받은 재산에 훨씬 못 미치는) 400억원대 상속세만 신고했다"며 "민법상 삼남매가 상속지분을 3분의 1씩 공평하게 분배해야 하는데 이를 혼자 차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파라다이스 측은 "선대회장의 유언장을 근거로 정상적인 집행이 이뤄졌다"며 모든 의혹을 사실무근으로 돌렸다.
전락원 회장이 사망하기 전 상당분의 재산을 계열사에 배분했고 자연히 자녀들에게 돌아간 몫이 적어진 탓에 상속세가 예상보다 줄었다는 얘기다.
이후 양측의 공방은 흐지부지됐지만 국세청이 이를 빌미로 파라다이스를 예의주시했다는 오해가 기정사실처럼 번졌다. 전필립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는 과정에서 이복남매의 유산다툼에 휘말렸고 세금탈루 의심으로 번졌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5년 뒤인 2011년 10월 국세청은 다섯 달에 걸친 세무조사 끝에 파라다이스에 148억원 상당의 추징금을 부과하기에 이른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의 회계장부를 훑는 과정에서 법인세 과세 항목 일부를 누락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추징 세금은 그해 당기순이익의 3분의 1에 달했고 나중에 법인세 일부를 돌려받았지만 주가에 미친 영향은 훨씬 컸다.
같은 해 8월 9400원선이었던 파라다이스 주가는 추징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10월 중순 7000원까지 하락해 25% 이상 빠졌다. 세무조사 이슈에 휘말린 두 달 사이 시가총액 216억원이 날아간 셈이다. 최근 국세청의 움직임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과거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파라다이스그룹 관계자는 "마지막 세무조사 이후 6년 만에 받는 정기조사일 뿐 특별한 것은 아니다"라며 "카지노 등 복합리조트를 주력사업으로 하다 보니 당국으로부터 더 세밀한 관리를 받는 측면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다만 파라다이스시티가 이제 막 문을 열었고 중국발 사드 보복에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시점이 조금 아쉬운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꺾인 실적·늘어난 빚' 돌파구는?
문제는 최근 파라다이스의 위기는 단순히 성추문이나 세무조사 등 단발적 이슈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최근 주가 흐름에서 고스란히 엿보인다.
지난해 5월 장중 1만8600원을 기록했던 주가는 1년 사이 23% 넘게 미끄러져 1만4000원대 초반에 묶여있는데 2014년 8월 4만1000원을 뚫었던 것에 비하면 3분의 1토막 수준이다.
무엇보다 승부수로 던진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의 개장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부실해진 재무구조는 장기적인 고민거리다. 파라다이스는 2012년 이후 파라다이스 세가사미에 2162억원을 출자했고 지난해 지주사격인 파라다이스 글로벌로부터 부산카지노 영업권을 1200억원에 넘겨받았다.
주력인 카지노사업을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에 집중시킨 양상이지만 내년 파라다이스시티 내 테마파크와 쇼핑몰 등 2차 개장까지 6000억원의 재원이 추가 투입될 예정이라는 점은 반갑잖은 소식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2014년 36.0%였던 파라다이스의 부채비율(연결기준)은 지난해 55.0%로 뛰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66.3%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한편 파라다이스시티 내 성추행 방조 및 2차 피해에 대한 본지 보도 이후 파라다이스그룹 내에서 직원들에 대한 비상식적인 처우가 만연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전필립 회장의 운둔형 경영이 냉혹한 심판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