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떨어지는 유동성 탓에 애물단지 취급받던 신흥국 채권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 확장에 따라 안전 자산으로 투자사이클이 바뀌고 있기 때문. 기존 브라질 국채 위주였던 채권 상품 역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국채 등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에 맞춰 국내 증권사의 개인 또는 법인 대상 리테일 해외채권 판매도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3월 말까지 주요 증권사의 리테일 해외채권 판매 규모는 1조8000억원을 초과해 지난해 해외채권 판매액의 80%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해외채권은 브라질정부가 발행한 헤알화 표시 국채로 전체 판매액의 89%를 차지한다.
브라질 채권은 불과 2~3년 전 헤알화 환손실로 수많은 투자자를 애태웠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연 7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거두며 슈퍼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와 시장친화적인 개혁정책 추진, 이자소득세 비과세 등으로 국내 리테일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2월 말 기기준 브라질국채 잔액은 3조200억헤알로 2015년 이후 증가세가 빨라지면서 2010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채권종류별로는 LFT, LTN, NTN이, 만기별로는 2년 이상물이 잔액 증가를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0년 말 59.9%였던 2년 이상 국채 잔액 비중이 2017년 2월에는 72.0%까지 높아지는 등 장기채권 발행 비중이 확대 추세"라며 "브라질 중앙은행의 공격적 금리인하 정책은 채권금리 하락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라질 채권에 이어 멕시코 채권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멕시코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초 8%선까지 올랐다가 현재 7%선을 기록 중이다. 채권금리 상승은 그만큼 채권 가격이 떨어졌다는 의미로 저가 매수하기에 좋다는 의미다.
페소화의 저가 매력도 돋보인다. 달러당 페소화 환율은 2014년 상반기만 해도 13페소를 중심으로 등락을 반복했다. 현재 페소화 가치는 이때와 비교하면 여전히 50%가량 싼 셈이다.
이와 관련해 정의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멕시코 국채 투자는 브라질 등 지난해부터 신흥국 채권 강세를 주도했던 국가들의 자본차익 기대가 낮아지는 가운데, 신흥국 채권 투자의 대안이 될 수 있어 보인다"고 제언했다.
이외에도 금융투자업계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국채도 추천 목록에 올렸다. 이미 유안타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달부터 10년 만기 달러 표시 사우디 국채를 판매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최소가입금액을 20만 달러(약 2억3000만원), 유안타증권은 5만 달러(약 5700만원)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다. 이 채권은 사우디 정부가 지난해 10월 26일 발행한 달러 표시 국채다. 무디스로부터 받은 신용등급이 A1인 만큼 우량 채권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금리는 3%대 중반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유가가 회복되면서 러시아 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이지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서 짭짤한 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장점 덕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올해 러시아 채권에 투자하면 연 7.5% 안팎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신환종 NH투자증권 글로벌크레딧팀장은 "지난해 초부터 루블화 약세와 유가 하락에도 산업생산지수와 PMI(구매자관리지수)가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소매판매는 아직 회복되지 못했으나 푸틴 정부의 맷집이 견조한 데다 대외환경도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도에도 해외 투자자들의 돈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이 대승을 거두면서부터다.
지난 10년간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신흥국 중에서도 높은 수준이었으며 특히 모디 총리의 화폐개혁, 인프라 투자, 금융 지원책 등은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인도의 재정적자 및 경상수지 적자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과 환율 움직임 등도 안정화되는 추세다. 현재 인도 채권의 수익률은 6%대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해외채권은 해당 국가의 경제 상황과 환율, 세금 문제 등을 먼저 살펴보고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해외채권 투자 수익률은 이자(표면금리) 수익과 환차익, 채권 가격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자가 높더라도 환율이 불리하다면 투자 수익은 떨어지게 된다. 또한 부분 환헤지 또는 금리헤지를 할 수 있으나 추가 비용이 발생하므로 투자수익률은 하락하게 된다.
박진 NH투자증권 해외상품부장은 "멕시코, 러시아 채권은 브라질 채권이 수익률 측면에서 상대적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대체재로 각광받지만 리스크가 높은 상품이라는 점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전체 자산 중 일부를 신흥국 채권에 고루 분산투자하는 건 필수"라고 조언했다.
계속해서 "이들 국가 채권 투자는 사실상의 환투자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해당국 화폐가치가 돌연 급락한다면 환손실로 벌어둔 수익을 모두 잃을 수 있다"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