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서울 잠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또 다시 바람 앞 촛불 신세다. 관세청이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뇌물 혐의가 확정될 경우 월드타워점 특허를 취소하겠다는 방침을 굳힌 탓이다.
잠실 월드타워점은 롯데가 롯데타워 건설과 함께 '화룡점정'으로 내세웠던 카드 중 하나다.
2015년 11월 특허권 취득에 실패해 작년 6월 이후 반년 가까이 문을 닫았던 월드타워점은 지난 연말 극적으로 부활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를 대가로 신동빈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건네려던 70억원대 뭉칫돈과 관련 정황이 드러나 오히려 상황이 꼬여버렸다.
◆특허 재취소 위기 속 '믿는 구석'
지난해 12월 관세청은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이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시내 면세점 입찰을 연기해야 한다는 여론에도 입찰을 강행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러면서 "문제의 업체가 사업자로 선정되더라도 관세법상 특허취소 사유인 거짓·부정한 행위가 있었던 것이 인정될 경우 당연히 특허를 취소할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결국 지난 17일 검찰이 신 회장을 면세점 특허권 관련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하면서 다짐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법원의 판결이 남은 만큼 예단하기는 이르다. 롯데 측은 특혜가 없었음을 증명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보여왔다. 그 방증처럼 롯데면세점은 지난 3월 장선욱 대표의 임기연장을 비롯해 홍보라인 등에 대한 특진을 단행했다.
황각규 그룹 경영혁신실장과 소진세 사회공헌위원장 등 핵심라인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간 뒤 승진에서 누락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면세사업을 진두지휘하던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입점비리 혐의로 구속된 상황에서 신 회장까지 피의자로 재판에 넘겨진 것을 감안하면 안일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분분했다.
반면 그동안 월드타워점의 가치가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는 일각의 주장도 나왔다. 호텔롯데에서 면세(TR)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지만 월드타워점의 입지가 그 만큼은 아닌 탓이다.
물론 호텔롯데의 TR부문에서 2015년까지 월드타워점이 거둔 실적은 나쁘지 않다. 지난해 호텔롯데 TR부문 전체 매출은 5조4550억원, 매출총이익은 2조362억원이었다. 호텔과 레저를 포함한 전사 매출 84.0%, 총이익 86.6%가 TR 부문 몫이라는 점에서 영향력은 입증된 사실이다.
월드타워점의 경우 그해 6월부터 영업이 중단돼 실적 파악이 어렵지만 전년도인 2015년 6112억원의 매출을 올려 면세부문 총 매출(4조6402억원)의 13% 정도를 차지했다.
국내외 12개의 롯데면세점이 영업 중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치다. 다만 롯데의 다른 시내 면세점에 비해 영업이윤이 절반 가까이 낮은 게 단점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월드타워점의 영업이익률이 2014년 기준으로 6%대였는데 소공점이나 코엑스점에 비교하면 절반에 그쳤다"고 짚었다.
이어 "소공점과 코엑스점이 접근성 좋은 도심에 있는 것에 비해 월드타워점은 잠실에 있어 기존 여행사 송객수수료가 더 높아 영업이 중단된다면 마진이 좋은 소공점을 중심으로 영업력을 집중하면 오히려 실적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호텔롯데, 지배그룹 화제서 멀어져
더구나 호텔롯데 상장이 사실상 수포로 돌아가며 롯데그룹 지배구조 이슈에서 배제된 것도 월드타워점의 가치를 깎아 먹었다. 롯데그룹은 최근 롯데쇼핑(023530)과 롯데제과(004990), 롯데칠성음료(005300), 롯데푸드(002270) 등 4개 계열사를 인적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회사를 각각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나누고 4개사 투자부문을 통합한 지주사(가칭 롯데홀딩스)를 만드는 작업이다.
롯데그룹은 당초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를 통해 공모자금을 모아 지배구조 개편의 지렛대 삼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외상황이 급격하게 바뀐데다 늘어난 자금 부담에 맞춰 방향을 선회하면서 롯데쇼핑 등 4개 계열사를 대체재로 선택한 모양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초 롯데그룹은 순환출자 해소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분할, 합병, 분할합병 등을 비롯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던 만큼 시점이 문제였지 방향은 이미 정해졌던 일"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이번 인적분할 결정은 한국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중에서 먼저 롯데쇼핑 투자지분을 주축으로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게 목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불어 "이를 통해 신 회장이 그룹 개편을 주도하면서 한국 롯데 지배력을 강화하는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1조원 매출 손실…中 보복 때문?
롯데의 또 다른 한 축인 유통부문의 경우 중국발 사드보복의 영향력을 과다 추산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다수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롯데그룹 내에서 대중국 노출도가 가장 높은 계열사로 유통기업인 롯데쇼핑을 꼽았다. 무엇보다 중국 현지에서 직접 영업 중인 만큼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악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다만 중국이 롯데쇼핑과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롯데쇼핑 전사 매출액은 26조567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중국사업 매출은 2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는 게 기업분석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롯데쇼핑의 경우 중국 노출도가 가장 높은 계열사지만 국내영업(백화점·할인마트 등)의 경우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4% 안팎이고 전체 매출로 따지면 6% 정도에 불과하다"고 제언했다.
여기 더해 "세부매출 추이를 보면 최근 3년 동안 백화점의 경우 국내매출이 해외매출의 80배가 넘는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2015년 롯데쇼핑 백화점부문 국내 매출액은 총 8조5370억원, 영업이익은 6180억원인 것에 비해 해외 매출액은 1280억원, 영업이익은 오히려 1050억원 적자였다. 작년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백화점 국내 영업이익은 6980억원인 반면 해외에서는 830억원의 적자를 냈고 매출액 역시 8조6870억원을 벌어들인 국내에 비해 해외매출은 1350억원에 그쳤다.
아울러 롯데면세점의 연간 매출액이 5조원대임을 감안하면 결국 롯데의 살림살이를 결정하는 최대 매출처는 국내 내수시장이라는 얘기다. 상대적으로 롯데는 중국 진출에 유독 집착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실패로 돌아간 롯데백화점 베이징점이다. 베이징올림픽 개막에 맞춰 2008년 8월 문을 연 백화점은 1134억원의 손실을 안고 개장 4년 만인 2012년 9월 공식 철수했다.
당시 지나치게 비싼 임대료와 합작 파트너와의 갈등이 주된 실패 원인으로 지적된 가운데 이번 사드 보복 상황에서 보듯 롯데의 중국 사업은 외풍에 흔들리며 여전히 표류 중이다.
여기에 동빈 회장 형제의 경영권 분쟁 이후 롯데 주요 계열사들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동안 1원1500억원대의 손실을 입었다는 분석 결과가 보도되며 진실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맞서 롯데가 주장한 3000억원 손실 규모 역시 적은 금액은 아니다.
이에 대해 권윤구 동부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센가쿠열도를 두고 분쟁이 벌어졌던 2012년 10월 이후 11개월 동안 일본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급감했지만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2013년에 비행 5배나 늘었다"고 응대했다.
이와 함께 "이번 사드 보복도 영원히 이어지지 않는다는 합리적인 판단 아래 그 다음을 준비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