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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역분리 꼼수 닮은꼴' 이랜드리테일 매각 백안시 왜?

NC백화점 등 고혈로 위기 돌파…매각 후에도 PB 의존도 등 감안하면 사실상 지배의사

임혜현 기자 기자  2017.04.24 14: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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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랜드그룹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랜드리테일의 선전이 눈부시다. 이를 밑천 삼아 그룹 전체의 위기를 돌파하려는 꿈도 부풀고 있다. 이를 둘러싸고 시장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평가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은 뉴코아아울렛, NC백화점 등을 운영하는 자회사다. 이 때문에 이랜드그룹은 이랜드리테일에서 이랜드파크를 분리하고, 이랜드리테일의 지분 50% 이상을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한 후 경영권을 2년간 유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미 이랜드그룹은 이랜드파크의 외식 사업부 18개 브랜드를 매각 대상에 내놓은 데 이어 가구·생활용품 전문점인 '모던하우스'의 매각도 추진한다고 밝히는 등 전방위 작업에 나선 상황이다.

몸집을 줄이고, 현금 여력을 만드는 작업이다. 이는 지배구조를 간단히 만드는 것으로도 요약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중간 고리인 이랜드리테일 아래 크고 작은 계열사들이 있었다. 이들을 대거 승격해 수평 구조를 이루게 하고, 그 과정에서 일부 계열사 정리도 추진하는 것이다.  

여기서 이랜드리테일의 지분 매각 자금을 어떻게 쓸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랜드리테일은 보유 중인 이랜드파크 지분 전량(85.3%)을 이랜드월드에 넘긴다. 이에 따라 이랜드파크는 거래 종결 후 이랜드월드의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바뀌게 된다.

이랜드리테일의 연결 실적에서 제외돼 이랜드파크를 축으로 한 지배구조가 갖춰진다는 것. 아울러 그간 그룹 전체를 괴롭혀온 부실 문제에 관해서도 외부적으로 할 말을 만든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이랜드리테일 지분이 대거 넘어가지만, 경영권은 향후 2년 혹은 그 이상 그룹 측에 유보되도록 조건을 추진한다는 점을 함께 보자.

계획대로만 되면 '이보다 좋을 수 없다'. 결국은 알짜 리테일을 팔되 그 경영권은 놓지 않고, 그 돈으로 부실 계열사들의 위치를 다시 잡아줌으로써 그 세팅 효과로 시장에 위험 분산의 개선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여기에 박성수 회장이 경영권들을 사실상 이전과 같이 가지고 있겠다는 '일석이조'의 방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불황에도 우수 성적표 거둔 '알짜' 리테일…하지만

이랜드리테일 매출액은 △2013년 1조9857억원 △2014년 2조441억원 △2015년 2조425억원에 이어 △지난해 2조1960억원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 당기순이익 역시 같은 기간 △777억원 △1322억원 △1457억원 △1302억원 등으로 우수하다. 

매장 숫자로 보나 영업망 형태의 다양성으로 보나 불황에 대비 중저가 판매 전략을 구사하기 좋고 위험 분산에 강하다고 할 수 있다. 2001아울렛(8개), 뉴코아아울렛(18개), NC백화점(19개), 동아백화점(5개), 동아마트(2개) 등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총 52개 매장을 갖고 있다. 여기에 쇼핑몰로 사업자등록이 돼 있어 마트 의무휴업제의 여파를 피할 수 있는 점 등도 장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35개 PB브랜드를 갖추고 있는 점도 유통계에서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비결로 꼽힌다.

문제는 한국신용평가 등에서 이런 알짜 리테일 매각과 그 자금을 동원한 구조 변경에 대해 시큰둥하다는 데 있다. 신용등급에 별반 득이 될 요소가 아니라는 게 신용평가기관들의 반응이다(한신평의 짠 평가에 이어 이달 초 한국기업평가는 이랜드그룹 최상위 지배회사 이랜드월드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랜드파크의 등급은 'BBB-'에서 'BB+'로 강등했다. 이랜드리테일은 기존 신용등급인 'BBB'를 유지했다).

왜 그럴까? 일단 리테일을 처리한 돈이 지주회사 체제를 공고하고 깔끔, 단순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그 돈이 그 돈'이라는 의구심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아울러 외식업 매각 등 개별 이슈를 볼 때 이랜드월드에는 도움이 되어도 이랜드파크에는 부정적 요소가 되는 등 이익 계산을 둘러싸고 회사별로 조건이 달라 자금 흐름이 개선되는지, 그룹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인지 일의적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중요한 점은 리테일을 이런 조건으로 처리할 때 흔쾌히 거액을 주고 살 상대가 정말 나서겠댜는 의문도 여전히 뒤따른다는 것이다. PB 브랜드 효과가 중저가 전략에 큰 기둥인 셈인데 이는 과거부터 패션에 강세를 갖고 있던 그룹 상황과 무관치 않다.

물론 좋은 매물이고 알아서 경영을 잘할 여지가 크니, '경영솜씨를 아웃소싱'하자는 것으로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다른 기업에서 혹은 재무적 투자자 입장에서 돈만 가져다 넣고 경영권은 계속 유보시켜 주는 한편, 남의 기업군에 계속 PB 문제로 돈독한 관계선이 유지되는 상황을 마냥 즐길 것으로 낙관하기도 쉽지 않다.

◆정주영 노욕에 몽헌 밀어주기 결정체 '역분리안'과 흡사

이런 백기사 같은 투자자의 등장이 가능하고, 또 그런 상황에 대해 우수한 평가를 시장은 용인할 것인가? 법적으로야 문제가 될 게 없다. 하지만 이런 법망의 악용과 경영권에 대한 집착에 대해 과거부터 시장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식으로 잔인한 평을 한 적이 많다.

2000년 6월, 현대건설(000720) 위기로 원조 현대그룹은 붕괴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당시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은 그룹 전반에 대한 경영권을 계속 장악하고 장차 이 모두를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에게 주고 싶어했다. 장남인 정몽구씨 즉, 지금의 현대자동차(005380)그룹 회장을 배제하려는 결정이었다. 

이를 위해 그룹이 전부 연쇄적으로 위기에 빠지는 원인이 된 현대건설 문제도 해결하고, 장남의 경영권 장악 시도를 무력화하는 아이디어를 왕회장+몽헌 측 참모들이 짜냈다.

통상적으로 현대차 등 일부를 떼어내는 게 그룹 분리의 본령에 맞다. 하지만 현대차 등 일부만 현대그룹에 남기고, 대신 나머지를 분리해 낸 다음 이를 몽헌 측잋 장악한다는 '역분리' 구상을 내놨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 등 극히 소수만 남은 계열사는 어떻게 되는가. 부친인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수중에 9%대 지분이 여전히 있으므로, '역분리'된 쪽이든 남아 있는 현대차 측이든 모두 정주영-몽헌 측이 경영권을 쥔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하지만 당국에서는 이런 역분리 시도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이후 자동차를 손에서 놓고 싶어하지 않던 몽구 측의 반발로 결국 부친과 동생 몽헌 측이 현대차를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알짜인 현대차 내부에서는 그 경영권 장악 문제를 놓고 정주영-몽헌 측 전횡이 지나치다는 판단으로 몽구 측 주변에 뭉쳤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알짜를 털어 위기를 극복하고, 그 와중에 관계자들은 팽하는 것을 참지 못하는 상황이 '왕자의 난'으로 터진 것이다.

현재의 이랜드리테일과 그룹 전체 간의 역학 구도 문제는 그룹 전반에 대한 '박성수 일가'의 강한 지배력 때문에 이 같은 폭발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아들들이 각자도생으로 딴소리를 하는 지경이 아니라는 것. 그러나 만약 순조롭게 절대적 지분을 인수하겠다는 투자자가 나서고, 2년쯤 후에 경영권 향배를 다시 조율해야 할 때에는 현대차 vs 현대 간의 갈등처럼 리테일 내부에서의 불만이 고조될 여지도 없지 않다.

이런 모든 가능성을 고려한 저울질 결과에 따라 이랜드그룹의 일명 자구안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며, 이에 따른 시장의 반응도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