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민안전처 서울소방본부가 미국 럭스퍼사에서 2015년 3월에 생산한 공기호흡기 용기(이하 용기)에서 이물질이 발생된 용기를 납품받았다고 주장해 왔으나, 사실은 스스로 위생검사(세척)를 실시했던 기록이 해당 용기에 표시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것이 용기 내 이물질 발생 원인이 아닌지 의혹이 일고 있다.
서울소방본부는 지난해 8월 2일 이물질 최초 발견 시점부터 이물질이 나온 공기호흡기 용기 들을 납품받은 이후 '최초 개봉'한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었다. 하지만 이 같은 서울소방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전혀 열어보지 않았다던 이물질 발견 용기에서 위생검사(세척)를 했을 때만 부착되는 바코드와 세척일자 표시가 이물질 검출 수량 440여개 중 320여개에서 무더기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또한 이물질이 나오지 않은 용기 570여개 중 450여개에도 위생검사(세척)한 바코드가 붙어 있었다. 이는 1000여개 용기 중 780여개에 이르는 용기에 세척 이력이 표기돼 있는 것이었다. 위생 검사(세척)를 위해 용기 밸브를 개방했고 이후 자체 충전까지 이루어진 상태라는 방증이다.
이렇게 소방 당국 자체의 공기충전기 및 유지관리의 문제라는 증거가 발견되자 위생검사(세척)는 하지 않고 바코드만 붙였다는 주장이 다시 나왔다.
이렇게 많은 양의 용기가 위생검사(세척) 조차 없이 바코드만 부착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의심스럽다. 하지만 안전처 소방장비항공과 관계자는 "한번에 바코드가 자동으로 출력이 되는 것이라서 미리 붙여졌고 그래서 위생검사(세척)를 하지 않고 붙여졌을 것"으로 해명했다.
호흡보호구 정비실로 들어온 용기는 밸브를 개봉한 뒤 내시경으로 내부를 확인하고 이물질이 나 부식 상태가 발견되면 세척과 살균, 건조 등의 작업을 거친 후 내시경으로 다시 한번 내 부 상태를 확인한 뒤 공기충전을 거쳐 출고가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용기에 붙여지는 것 이 바코드이다. 용기를 세척한 것으로 표시된 일자는 지난 3월, 4월, 5월, 6월 등 다양하게 표시돼 있었다. 심지어 용기 이물질이 발견(지난 8월 2일)되기 불과 1달 전인 7월에 위생검사(세척)을 실시했다고 적시된 용기까지 있었다.
이는 소방자체 보유한 공기충전기의 유지관리 상태가 얼마나 심각하고, 호흡보호정비실 의 위생검사(세척)가 얼마나 부실하게 점검이 이루어지고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고, 위생검사(세척)를 하지 않은 용기에도 허위로 바코드가 붙여지고 모두 '양호'로 판정까지 내렸다.
이는 호흡기에 의존하여 화마와 싸우는 동료 소방대원들의 안전을 무시한 업무태만일 수밖에 없다. 서울소방의 호흡보호정비실은 강동소방서와 동작소방서 2곳에 구축되어 있다.
작년 하반기 서울소방이 국회에 제출한 문건을 보면 '2010년부터 호흡기계 건강관리 개선' 을 위해 3년에 1회 위생검사(세척)를 하는 호흡보호 장비 안전관리에 관한 고시를 무시하고 1년에 1회 실시하였고, 불과 납품 받은지 2~3개월도 되지 않는 용기를 위생검사(세척)를 한 것이다. 공기호흡기 용기 이물질 발견과 관련된 국민안전처(소방장비항공과)의 종합적인 호흡보호장 비 개선대책마련 TF에 국민안전처 산하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제출한 '공기호흡기 안전성 확 보를 위한 용기 유지·관리 내실화 방안 검토결과' 보고자료에는 주요선진국(미국, 일본, 유 럽)은 고압용기 검사 후 별도 부식 및 위생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적시되어 있었다. 위생검사 (세척)를 통한 세척을 하면 부식이 가속화될 여지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소방에서는 그러나 소방관의 건강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1년에 1회 이내의 잦은 위생검사 (세척)를 실시했다. 용기 내부 부식 가능성을 높이는 자충수로 우려된다.
국민안전처(구 소방방제청)의 2009년 연구용역보고서인 '소방자동차 및 공기호흡기의 내용연수 재설정을 위한 실증적 연구'에서는 부식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은 공기충전시 유입되는 수분으로 규정하고 있고, 심지어 호흡용 공기의 품질에 수분기준을 현행 25mg/㎥에 서 18mg/㎥으로 기준을 강화할 경우 공기충전기 가격 및 유지관리비가 상승하는 요인이 발생한다고 봤다. 아울러 근본적으로 수분발생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분기준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안전처와 서울소방의 경우 호흡기계 건강관리 개선이라는 이유로 1년에 1회 이내의 잦은 위생검사(세척)를 해 오히려 용기 내 이물질 발생을 재촉한 것으로 종합된다. 또한 안전처(소방장비항공과)가 작년 9월8일 시·도 본부 등에 시달된 '공기호흡기 충전시 설 관리운영 개선방안' 공문 내용 중 소방관서 공기충전시설이 현행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에 따른 시설 및 인력기준이 미 충족으로 대부분 미신고 상태로 운영 중이다. 충전기 작동관 리, 점검·정비 방법등 전문적 유지·관리 부족으로 재대로 유지관리가 되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작년 8월 발생한 용기 이물질 사건을 납품회사 및 특정회사(미국, 럭스퍼 사) 용기 하자로만 몰아갔었던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용기를 위생세척하지는 않고, 유자격자가 점검을 하고 있으며 현장활동에 사용한 개인안전장비 등은 일괄 정비실로 옮겨져 관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