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조선 빅3 중 유일하게 지난해 흑자를 기록하며 '큰형' 면모를 보여준 현대중공업(009540)이지만 풀리지 않는 노조와 지역사회라는 내우외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7일 올해 1분기 누적 수주 20억44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특히 조선 부문에서 7억6300만달러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226.1% 증가한 수치다. 바닥을 찍은 조선업 시황이 회복세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기대에도 현대중공업은 노조의 반발과 지역사회의 비판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5월 시작한 노조와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010620)이 임금 동결로 합의를 이끌어냈고, 경쟁사들이 고통 분담을 이유로 임단협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것과는 반대 행보다. 삼성중공업(010140) 사측과 노동자협의회는 지난달 말 회사의 위기 극복을 위해 임금협상을 잠정적으로 보류하고 사측의 수주 활동을 노협에서도 본격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제언했다.
유동성 위기에 흔들리는 대우조선해양(042660) 노조는 이미 세 번이나 채권단에 고통을 분담하고 인적 구조조정 등을 따르겠다는 동의서를 제출했다. 최근에는 채무 재조정 안건 통과를 위해 전 직원 임금 10% 반납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동의를 얻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만은 다른 분위기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 진행 중 12년 만에 민주노총 금속노조 재가입을 추진했다. 가뜩이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던 노사 관계는 그 이후 급속도로 냉각됐다.
노사가 각 요구안의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이 4개사(△현대중공업 △현대로보틱스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로 인적분할을 하게 되면서 노사 갈등은 극에 달했다.
최근 현대중공업 노조는 분사한 각 회사에 임단협을 개시할 것을 요구했다. 4개 회사로 갈라진 조합원들을 모두 자사 조합원으로 포함한다고 노조 규약을 개정하면서 현대중공업 노조가 각 사와 개별적으로 교섭할 수 있는 권한을 얻은 것.
각사에서 별도 노조가 설립되지 않는 한 금속노조 산하 현대중공업지부가 대표교섭권을 위임받을 수 있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해석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현재 존속법인에 대해서는 본교섭 대신 실무교섭만을 진행하고 있고, 신설 법인들은 아직 임단협에 대한 교섭 방법과 내용을 합의하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오는 6월 가동중단을 앞둔 군산조선소의 현장 상황도 현대중공업을 괴롭히고 있는 요소 중 하나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군산조선소에 남아있는 인력을 현대삼호중공업(전남 영암)과 현대미포조선(울산)으로 이동시키기 위한 신청을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앞서 본사 울산조선소로 이동한 인력이 300여 명 정도이며, 아직 군산조선소에 남아있는 인력이 400여 명으로 계열사로 근무지를 이동시킨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군산조선소에 물량이 없어 오는 6월부터 도저히 경영할 수 없는 처지"라며 "임직원들과 대화를 통해 근무지 전환에 대한 설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군산 지역사회의 반발은 그치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 측은 경영환경에 의해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맞서고 있지만 이미 정치권까지 논란이 붙었다. 조기대선을 맞아 각 대권주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군산조선소의 가동중단 철회를 지역 정책으로 들고 나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울산조선소의 도크도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산조선소를 가동중단하는 것은 구조조정을 위해서도 당연한 일"이라며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어 상황이 좋은 것처럼 보이고 있지만 오히려 구조조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추세"라고 우려했다.
또 본사가 있는 울산에서도 평탄하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울산환경운동연합에서 환경부가 조사한 '화학물질배출·이동량정보시스템(PRTR)' 자료를 공개하며 지난 2014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발암물질을 많이 배출하고 있는 기업으로 현대중공업을 지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자사에서 배출되는 물질은 위해성이 높은 1급 발암물질이 아니다"라며 "배출량 역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