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넘어서면서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총량규제를 위해 전 금융권에 '대출규제' 허리띠를 채우고 있다. 그러나 '출구 전략 없는 정책'이라는 평가와 함께 부작용 우려도 커지는 상황에 직면했다. 당국의 대출규제 정책에 따른 업권별 현황과 이에 따른 시장 영향을 짚어본다. |
[프라임경제] 금융당국의 시중은행 대출 규제 정책에 따른 풍선효과로 국내 저축은행들이 지난해 17년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호실적은 연장선을 타지 못할 전망이다. 제2금융권의 대출이 가계부채의 또 다른 뇌관으로 지목되면서 당국이 규제 칼날을 들이밀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79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잠정 당기순이익은 8622억원으로 지난 2015년보다 2218억원(34.6%) 늘었다. 이는 1999회계연도(9250억원) 이후 가장 많은 순익이다.
대출이 늘어나면서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1년 전보다 2580억원 늘어나고, 이자이익도 6321억원이나 증가하면서 순익 확대를 견인했다는 게 저축은행 업계의 설명이다.
여기에 시중은행 대출총량 규제 강화로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저축은행업계 총자산도 지난해 50조원을 돌파했다. 업계 총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52조4000억원으로 2015년 말보다 8조5000억원(19.4%) 증가했다.
이 같은 호실적과 함께 업계는 자산건전성도 개선시켰지만, 당국은 줄어들지 않는 가계부채 중심에 2금융권이 있다고 판단하고, 업계에 건전성 강화 카드를 꺼낸 상황이다. 실제, 저축은행의 지난해 총여신에 대한 연체율은 2015년 말보다 3.2%포인트 하락한 6%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기업대출 연체율은 6.3%로 프로젝트파이낸싱(11.0%포인트↓)과 건설업(5.1%포인트↓) 등 연체율 하락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가계대출의 경우 주택담보대출(3.9%포인트↓)과 가계신용대출(1.6%포인트↓) 연체율이 하락해 전년보다 1.1%포인트 떨어진 5.7%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당국은 지난해 늘어난 저축은행의 대출자산의 절반가량이 가계 대출금인 것만 보고, 저축은행 업계에도 사실상 대출 총량 규제를 적용한 모양새다.
실제,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 대출자산에서 가계 대출은 지난해 18조7640억원으로 전체 대출금의 43.1%에 달한다.
현재 당국은 고금리 대출에 대한 칼을 빼든 상황이다. 지난달 20일 금융위원회는 하반기부터 연 20% 이상 고금리 대출에 대해 추가 충당금을 쌓도록 하는 '2금융권 건전성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고금리 신용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저축은행 입장에선 발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저축은행의 개인 신용대출잔액 4조원 가운데 연 20% 이상 고금리대출은 2조9000억원으로 전체의 72%에 달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의 건전성 강화에 따라 저축은행은 오는 7월부터 기존 대출, 신규 대출 등 20% 이상 고금리 대출에 추가 충당금을 기존 20%에서 50%로 늘려서 쌓아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상위 10개 저축은행의 추가 충당금 적립 규모는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 요구한 건전성 관리 강화는 총량 규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회사 자체 가계대출 관리계획에 대해 리스크 관리 및 건전성 감독 차원에서 그 이행실태를 살펴보는 차원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2금융으로 대출이 몰릴 수밖에 없다"며 "당국은 시장 시스템을 고려하지 않고 틀어막기 식으로 대출 규제를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권 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도 있었지만, 저축은행 업계 자체의 이미지를 교체하기 위해 나름대로 자산 건전성을 높여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상황에 당국이 내놓은 정책에 벌써부터 올해 수익성 악화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충당금 부담이 생기면 금융사들은 대출을 소극적으로 취급하면서 소비자들의 금융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가계부채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차별 규제가 아닌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