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넘어서면서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총량규제를 위해 전 금융권에 '대출규제' 허리띠를 채우고 있다. 그러나 '출구 전략 없는 정책'이라는 평가와 함께 부작용 우려도 커지는 상황에 직면했다. 당국의 대출규제 정책에 따른 업권별 현황과 이에 따른 시장 영향을 짚어본다. |
[프라임경제] KB국민은행이 17일부터 대출심사에 기존 총부채상환비율(DTI·Debt To Income)보다 더 깐깐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Debt Service Ratio) 제도를 적용했다. 이에 맞춰 타 은행들도 동일한 제도 도입 검토를 시작하는 등 은행권 DSR 적용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은행 대출 문턱을 높이는 DSR이 대출심사의 새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레버리지를 활용해 수익률을 높이는 부동산 투자자들의 추가 투자는 물론,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하는 실수요자들에게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앞으로 서민금융을 제외한 모든 대출에 DSR 제도를 도입하고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실질소득의 3배를 넘지 못하도록 대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이 정한 소득 대비 대출금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은 연 소득의 300%로, 만일 대출을 받고자 하는 사람의 연봉이 5000만원이라면 1년 동안 갚아야 하는 원리금 1억5000만원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
DSR를 적용할 경우 현재 은행들이 적용하고 있는 총부채상환비율(DTI) 60%보다 대출심사가 엄격해진다.
DTI의 기준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에 다른 대출의 이자만 더한 금융부채였다면, DSR은 대출자의 모든 금융권 대출의 원금상환액도 합산해 대출 한도가 계산돼 대출 받기가 더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이 대출심사에 DSR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은행들은 DSR 확산이 은행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불편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관련 제도 도입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가계대출을 늘리면서 순이익 증가를 이어왔던 은행 입장에서는 DSR 도입으로 대출심사 문턱이 높아져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지만, 금융위원회가 가계부채 질을 개선하기 위해 DSR 도입을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만큼 도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KEB하나은행은 DSR 도입을 위해 올 초부터 태스크포스팀(TFT)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 NH농협, IBK기업은행도 DSR 심사기준을 검토 중이다.
복수의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제 이 기준을 적용했을 때 은행의 수익성 등 어떤 영향이 있는지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DSR 적용비율은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국민은행을 기준으로 하고, 적용여부와 도입 시점도 고민 중"이라고 제언했다.
이런 와중에 대출 규제가 은행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부동산시장은 하방압력을 받을 것이란 염려가 나온다.
DSR은 금융권 전체에서 빌린 돈의 연간 원금과 이자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눠서 대출액을 결정하기 때문에 대출이 많은 차주는 추가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다.
이와 관련, 부동산시장에서는 은행권의 DSR 도입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집단대출 등 총액 한도가 줄면 주택시장에 하방압력이 작용하고 부동산시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우선 부동산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자들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1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매각 시 2억원 규모로 불어난다고 가정할 경우 자기자본 1억을 투자한 투자자의 투자수익은 1억원으로 수익률은 100%에 그친다.
그렇지만, 자기자본과 대출을 각각 5000만원씩 분산한 투자자의 투자수익은 1억5000만원으로 수익률 300%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은행권에 DSR이 도입되면 대출 가능액이 줄어들면서 전세보증금과 대출을 활용해 소액으로 부동산을 매입, 시세차익을 노리던 투자 방식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이런 만큼 투자수요는 물론 주거를 목적으로 한 주택 구입 실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주택공급 축소를 골자 삼은 8·25 가계부채 대책에 따라 이미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중도금 대출 보증비율을 100%에서 90%로 낮췄다. 은행들의 리스크가 10% 추가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집단대출을 사실상 중단한 상황이다.
여기에 주택금융공사는 지난해 정책성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 문턱도 대폭 높아졌다.
주택금융공사는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돕는다는 취지를 들어 대출 한도 5억원 이내에서 시세의 최대 70%까지 빌려주는 보금자리론의 대출 자격을 연말까지 주택가격 9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 대출 한도도 1억원으로 낮춘다는 결정을 내렸다. 일부 서민층을 제외하고는 보금자리론 공급도 사실상 중단된 셈이다.
아울러 당국이 시중은행 대출 금리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제2금융권에도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는 정책도 펼치면서 주택 구입 실수요자들은 돈 빌리가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권에 이어 제2금융권에도 대출규제가 적용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 은행권에 DSR이 확산은 주택을 구하는 실수요자들의 앞길을 틀어막아버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기 더해 "결국 주거시설이 필요한 가계대출 수요자들은 불법 사금융에 발을 들일 수밖에 없어 저신용자 대출 상환 리스크는 더 커질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