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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벤토탐방] '타코야키' 간식인가, 식사인가

"벤토 알면 문화 보이고 문화 알면 일본 보인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기자  2017.04.19 15:5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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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타코야키(たこ焼き)는 일본이 서양식 근대화를 완성하는 '쇼와(昭和)'시대, 오사카의 한 변두리 밀가루 빵집에서 태어난 직경 3~5㎝ 공 모양 음식이다. 안에 문어(타코)가 들어있어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시작은 간식이었지만, 지난 1948년 돈가스소스가 나오고 수요가 급증하자 주류식품군에 편입된다. 그로부터 수년 후 타코야키를 파는 곳이 오사카에만 5000군데에 이를 정도로 삽시간에 대중에게 전파됐다. 

1960년대에는 일본 전역에 퍼지고 2000년대 들어 한국을 비롯한 외국까지 진출했으니 끝이 창대한 식품이라 할 만하다. 

타코야키 창시자는 후쿠시마(福島)현 아이즈(会津) 출신 엔도(遠藤留吉)라는 사람이다. 처음에는 노점에서 밀가루 반죽에 양념 쇠고기를 넣은 '니쿠야키'를 팔았다. 소 힘줄을 넣어 만드는 '라지오(라디오)야키'가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이 빵은 1900년대 초반을 풍미한 간식으로 당시 하이칼라 상징물이었던 라디오를 이름에 끌어다 쓸 만큼 인기 있었고 가격도 비쌌다. 

안도는 라지오야키에 도전장을 냈다. 곤약이나 콩 같은 신소재를 이용해 색다르면서도 대중성 있는 간식을 개발하려 했다. 그때 한 손님으로부터 '아카시(明石)'지방에서 문어를 넣는다는 귀띔을 듣고 궁리 끝에 완성한 것이 타코야키다. 

신상품이 출시되자 호평이 쏟아졌고 그가 운영하던 '아이즈야(会津屋)'는 곧 타코야키의 메카가 된다. 

요즘 타코야키는 대부분 옛날에 비해 사이즈가 커지고 토핑이 화려하다. 하지만 아이즈야 것은 옛날 크기에 특별한 장식을 올리지 않는다. 토핑을 안 하는 이유는 반죽에 소스가 미리 들어가기 때문이다. 

맛은 둘째 치더라도 외형이 너무 소박하고 단출해 경쟁력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사람들은 변함없이 아이즈야를 찾는다. 어쩌면 타코야키 격전지 오사카에서 80년 넘게 원조의 전통과 자부심을 지켜온 데 대한 감사표시인지도 모른다. 

3대 점장 엔도는 타코야키 맛의 향상과 보존을 위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시식하던 할아버지를 기억한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 사람의 입맛도 변하는 법.

얼마 전 냉동가공식품으로 통신판매를 시작하며 "저희 타코야키는 소스가 필요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취향에 따라 소스를 곁들이면 또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고 선언했다. 시대의 흐름을 수용하는 과감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지난 2005년에는 올드팬 성원에 보답하는 의미에서 추억의 라지오야키를 복원해 메뉴에 편입시켰다. 또 문어에 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스다코(酢だこ)'라는 간단한 회 단품 요리도 출시했다. 

이곳 타코야키는 12개 한 접시 500엔이고 3개 100엔 단위로 추가할 수 있다. 

흔히 타코야키를 가장 오사카다운 음식이라 한다. 지금도 남쪽 번화가 도톤보리(道頓堀)에 가면 행렬이 늘어 선 타코야키 집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 줄 속에 한국인을 비롯한 많은 외국인이 섞여있다. 

타코야키는 우리 붕어빵처럼 주문한 게 틀에서 뒤집혀 나올 때까지 옆에서 지켜봐야 직성이 풀리는 음식인 모양이다. 

요즘 타코야키가 다이어트 식사로 뜨고 있다. 보통 한 끼 양으로 6개 정도가 권장되는데 그 안에 탄수화물·단백질·지방 3대 영양소가 고루 들었다. 달걀 푼 밀가루반죽·고단백 문어·식이섬유 풍부한 양배추, 식용유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이상적 다이어트식이다. 

마치 의사가 비만치료용 식단으로 처방해줄 법한 레시피다. 총 열량이 300㎉ 내외지만, 포만감이 오래 지속돼 간식 섭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이 때 녹차류 음료를 함께 마시면 지방 대사가 활발해져 효과가 극대화된다. 

타코야키는 술안주로도 유용하다. 특히 생맥주와 합이 잘 맞는다. 전문점은 물론 이자카야(居酒屋)에서도 세트를 구성할 때 빠지지 않는 메뉴다. 

때로는 간식이나 식사, 때로는 술안주로 시간이나 장소를 구분하지 않고 출몰하는 타코야키를 두고 네티즌 사이에 정체성 논란이 분분하다. 

앞으로 또 어떤 모습으로 변모돼 우리 앞에 나타날지 궁금하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