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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과거는 비밀이에요" 간판 바꾸는 상장사들

올해 43개 코스닥 상장사 사명 변경…적자 기업 수두룩

이지숙 기자 기자  2017.04.19 16: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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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올해 들어 사명 변경을 통해 이미지 쇄신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합병, 사업영역 확대 등 기존 사업활성화를 위해 상호를 바꾸는 경우도 있지만 부진한 실적을 감추거나 이미지 개선을 위해 사명 변경을 이용하는 곳도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과거 제일기전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제일기전을 위시해 △제일엔테크 △세지 △영진인프라 △와이제이브릭스 △영진코퍼레이션은 모두 한 회사의 사명이다. 2000년 제일기전으로 시작한 이 기업은 여섯 차례 사명을 바꾸며 사업을 이어오다 2015년 5월 자본이 완전잠식돼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성적표 감춰라' 사명변경 나서는 기업들

1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매년 사명변경에 나서는 기업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3년 67곳이었던 상호변경 기업은 2014년 68곳에서 2015년 98곳, 2016년 99곳까지 늘었다. 2013년에 비하면 4년만에 47.76% 증가한 수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올해 들어 간판을 바꿔단 코스닥 상장사도 총 43곳(스팩 포함)에 이른다. 유가증권 상장사 중에는 올해 상호변경을 공시한 곳이 아직 없었다. 

MBK는 지난 1월31일 사명을 스킨앤스킨(159910)으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2015년 3월 CS엘쏠라에서 MBK로 사명을 바꾼 뒤 또다시 사명변경에 나선 것.

당시 CS엘쏠라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사명변경에 나섰지만 최근 배우 매니지먼트 부문 사업을 중단하며 다시 사명에 변화를 줬다.

2013년부터 지속된 영업적자에 시달려 올해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 처했던 스킨앤스킨은 다행히 작년 개별기준 영업이익 14억원을 기록해 영업적자에서 벗어나며 관리종목 지정 사유를 해소한 상태다.

경봉(139050)도 지난달 24일 기업이미지 제고 및 사업다각화를 위해 아이지스시스템으로 상호를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경봉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15.69% 감소한 375억1418만원, 영업손실 9억3701만원으로 2015년에 이어 적자를 이어갔다. 또한 지난 2월13일, 21일 두 차례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으로 매매거래가 정지된 이력도 갖고 있다.

지난달 31일 상호명을 비덴트(121800)로 변경한다고 공시한 세븐스타웍스의 경우 현재 거래가 정지됐다. 비덴트는 지난달 23일 감사보고서 제출공시에서 '감사범위제한 등으로 인한 한정 의견'이라고 밝히며 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비덴트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삼일회계법인과 재감사 계약을 체결하고 거래소에 재감사 계약서를 제출했다"며 "18일 오후에 개선기간부여를 위한 기업 심사위원회가 열리고 21일까지 결과를 통보받을 예정"이라고 알렸다.
 
◆사업 다각화 위해 이름 바꿔달고 '훨훨'

모기업과의 시너지, 사업 다각화 등을 위해 사명변경에 나서는 곳도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전문 기업인 모다정보통신(149940)은 지난달 24일 사업다각화와 회사 이미지 제고를 위해 상호를 '모다'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모다정보통신은 지난해 영업이익 52억원, 당기순이익 45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올초 일본 소프트뱅크에 모바일라우터를 공급하기 시작하는 등 시장확대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여기 더해 파티게임즈도 올해 2분기부터 신규자회사로 편입돼 시너지가 기대되고 있다. 

벅스(104200)도 지난달 24일 상호명을 NHN벅스로 이름을 바꿔 단다고 공시했다. 이는 2015년 NHN엔터테인먼트(181710)에 인수된 후 CI 통일을 통해 기업 이미지 제고효과를 노리기 위해서다.

벅스 또한 최대주주 변경에 따라 2009년 아인스디지탈에서 네오위즈벅스로 사명을 변경한 뒤 2010년 네오위즈인터넷, 2015년 벅스로 이름을 바꿔왔다.

적자 폭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벅스의 니나노 클럽이 올해 8월까지 순차적으로 종료되는데 정상가 진입 후 다양한 콘텐츠 혜택을 보고 가입자가 유입된다면 올해 매출액 성장이 기대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정윤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장사가 사명을 변경하는 것에는 제한이 없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의 동일성에 대해 인식하기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명변경 후 투자자들의 겪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 일정기간 동안은 사명변경 전후의 이름을 동시에 보여주는 방식 등으로 투자자들이 동일성을 확인하기 쉽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