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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의 선택, 가든파이브는 '삼국지 속 형주'?

언제까지 밀고갈지가 관건…꽃놀이패임에는 틀림없어

임혜현 기자 기자  2017.04.19 12: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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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유통산업 전반이 저성장 기조로 고생하는 가운데 현대백화점그룹(069960)이 '상생과 협력'의 화신으로 거듭나고 있다. 오랜 세월 서울시의 애물단지 노릇을 했던 '가든파이브'에 현대백화점이 진출하게 되면서 가장 싼 가격에 치열한 '5월 대전'을 벌일 수 있게 됐다는 풀이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어부지리로 요약하지만 이는 재치 있는 설명일 망정, 정확한 정리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운 7, 기 3' 즉 아무리 운이 좋아도 평소 닦은 노력이 없으면 이를 잡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치열하게 입증해낸 사례로 볼 수 있어 흥미를 더한다.

일각에서는 삼국지연의의 유비가 형주를 잠시 차지했다 이를 기반 삼아 세를 키우고 다시 나중에 정세 변화에 따라 손권에게 이를 넘긴 사례와 유사한 경우로 보기도 한다.

NC의 비극 딛고 일어선 이미지 효과

가든파이브는 청계천 상인들을 수용하는 대책으로 마련된 것이지만, 오랜 세월 '유령공간'쯤으로 치부돼왔다. 이를 살리고자 방안으로 대두된 것이 NC백화점 입점이었다.

그러나 중저가형 백화점을 표방하는 NC백화점 송파점이 입점했다 해서 바로 촉매효과가 생기지는 않았다. 오히려 인근 로데오거리 상권과 관계만 어색해졌다는 평이 우세하다.

이런 어색한 관계가 더 나빠지게 되는 수를 서울시 등이 둔 게 바로 현대 진출 카드다.

이번 5월 문을 열게 될 '현대시티몰'의 뿌리는 이렇다. 서울시·SH공사·가든파이브가 현대백화점 측과 입점 논의를 한다는 소식이 2014년 초 알려진 것.

물론 상권을 빼앗길 것을 우려한 로데오 상가 점주들은 반대하며 항의집회를 열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은 2015년 1월 가든파이브와 정식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문정동로데오상점가 진흥사업협동조합은 그해 5월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신청'을 내는 등 반발했다. 가든파이브 입주 상인 중 일부도 현대 진출에 반대 의견을 내며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잡음이 계속 됐다.

그러나 중소기업청에서 잘 조정하는 것으로 로데오 상인들과는 문제를 풀었고 계속되는 현대 측의 노력 덕에 다른 이슈들도 일단 봉합이 이뤄졌다.

결과론적으로는 NC가 먼저 들었갔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으니 신세계와 롯데, 현대백화점 등 유통명가 중 하나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은 셈이다.

결국 아울렛 규제론, 아울렛 망국론을 현대백화점으로서는 쉽게 피할 수 있게 된 것. 아울렛은 출점 제한과 의무휴업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현행법상 유통업체들은 전통상업보존구역 반경 1km 이내에서만 출점을 제한받는다.

따라서 지역민, 지역 상권의 반발이나 부정적 의견만 잘 추스르면 된다. 이 사전정지작업을 NC가 처리해준 셈이다.

계륵 주워 롯데월드타워, 스타필드 하남 괴롭힐 유용한 카드

다음 문제는 현대 측으로서도 과연 이런 카드를 받아들 실익이 있느냐는 점이다. 롯데나 신세계로서는 롯데월드타워나 스타필드 하남을 키워야 하는 입장에서 이런 입지에 돈을 써서 자기 고객을 중간에서 분산하는 이상한 일을 벌일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현대 측은 상황이 다르다. 물론 현대 판교점 등 다양한 견제구가 있긴 하지만, 적의 매장으로 가는 고객 분산을 위해 훌륭한 가성비의 물건을 마다할 게 아닌 것.

기실 롯데월드타워라는 유통계 지진 문제는 이명박 정권에서부터 예견된 일이었고, 스타필드 하남 역시 오너 일가에서 2004년 미국 출장 당시부터 구상한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해묵은 이슈였다.

그러므로 현대백화점에서 보면 이런 어려운 일거리들에 견제구를 날릴 필요가 절실했다고 할 수 있다. 적을 정면으로 타격할 대단히 큰 포탄을 만들기는 부담스럽지만 작은 공격은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것이다.

이런 터에 서울시 등과 타진할 때, 결국 명칭만은 바뀌어 개점하게 됐지만 아울렛을 가든파이브에 들여보내는 것은 대단히 매력적이고, 명분도 서는 일석이조의 카드였던 셈이다.

다양한 반발에도 공을 들여 이를 택한 현대 측의 선택은 탁월한 작전이었던 것이다. 요충지를 꽉 틀어쥘 '지브롤터'까지는 아니어도, 가난한 유비에게 든든한 자산이 되고 나중에 외교 정책상 손권에게 '반환 카드'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자산이 돼 준 '형주' 정도로는 충분히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이다. 유비는 제갈량의 조언에도 형주를 먹는 데 대단히 소극적으로 임했다. 그리고 결국 나중에는 손권에게 넘기는 상황을 연출한다. 가든파이브 관계자 일각에서 현대백화점이 결국 나중에 유통 판세가 바뀌면 다른 생각을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거두지 못하는 부분도 바로 여기다.

현대백화점으로는 스타필드 하남과 롯데월드타워를 괴롭히는 데 요긴하게 가든파이브를 쓰는 대신, 끝끝내 상생의 정신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투자로 얻을 무형의 자산이 바로 '대기업다운 신의'가 될 것이라는 첨언이 5월 '현대 스타일 가든파이브 잔치'에 붙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