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황에서 최신 뉴스를 하나 더 겹쳐보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서부 위스콘신주를 찾아 연설한 후, 자국 정부기관들에게 미국 물건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토록 하는 '바이 아메리카-하이어 아메리카(Buy American-Hire American)'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정부가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책 기치를 든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미국에 들어온 외국 출신 전문직 종사자들의 출입국을 불편하게 하는 조치를 단행해 이에 대한 법리 해석으로 사법부와 갈등을 빚은 바도 있다.
다른 나라 출신 취업자들을 돈만 벌어가는 기생충 취급을 하고, 다른 나라 정부들에게 '환율 조작국' 카드를 수시로 들이미는 등 다양하면서도 수위가 높은 정책은 트럼프 정부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번에 FTA 개정 신호를 한국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는 트럼프 정부가 좀 달리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스스로 정책 방향과 내용을 점검해 그야말로 '이기적인 미국'과 '괴물로 폭주하는 미국' 사이의 마지막 갈림길에서 방향을 잡아야 할 때라면 지나친 지적일까?
버지니아주에서 생산되는 현대차 외에도 미국에는 다양한 외국계 기업의 물품들이 쏟아진다. 기실 일부 미국 업체들이 트럼프 정부의 바이 아메리카 외침에 반기를 들 때, 이들 외국 업체들은 꾸준히 미국 생산직 근로자, 딜러 등에게 일자리를 공급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물론, 이들의 미국 진출이야 관세 문제 등을 유리하게 적용받으려는 노력이고, 더 멀게는 북미자유무역체제(NAFTA)의 활용 등 포석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이들의 미국화 노력이 갖는 순기능, 그리고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미국 현지 지방정부 등의 평가를 괜히 이유 없이 뒤집을 자격은 연방을 통솔하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공화당에 무한정 부여된 게 아니다.
다시 말하자면, 원래 미국이 FTA를 개정해 미국산 자동차를 대거 한국에 상륙시킬 여지가 생긴다 해도 시장에서는 그러면 현대차는 미국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들을 모국에 보내지 않겠느고 생각을 해야 정상이다.
물론 현대차 수뇌부에서는 한 가닥 애국심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이런 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지금처럼 대단히 주가에 타격을 입는 방향으로 시장에서 해석을 한다는 것은, 현대차는 그렇게 움직일 것이라는 내심의 추측 끝에 나온 판단이 아니라고 본다.
즉, 미국의 이야기에 다른 이들이 대단히 나쁜 평가를 한다는 뜻이다. FTA 재협상이고, 바이 아메리카고 뭐고 간에 마음에 안드는 기업과 취업자는 무조건 다 짓뭉개겠다는 것이기에 정상적인 무역론 등으로 현대차 주가를 보지 않는 것이다.
지금 국제경제의 공리공론과 정치적 도의를 트럼프 정부에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자국에 진출해 소중한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해외 카메이커를 어떻게 다루는지 또 어떻게 그 난타의 정도가 세질 것으로 시장에서 보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는 있다.
트럼프 정부는 지금 한 국가와 체결한 FTA를 일거에 무력화시키는 방안을 내세워 자국에 진출해 자동차를 파는 기업의 뒤통수를 치려는 것으로 시장이 진단하는 와중이라 이에 맞춰 주가도 방향을 잡는다고 보면 비약일까?
이런 상황은 미국에 투자하고, 이미 그 미국화 정도가 커서 완전히 미국의 기업이라 스스로 생각하는 많은 업체들에게 '충격과 공포'로 받아들여질 것임에 틀림없다.
심지어, 미국 업체들 역시 이런 거친 몰아붙이기에 진저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이런 내심을 가진 기업들이 많아질수록, 심리적 위축으로 인해 투자와 고용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일본이 제국주의의 광기로 한반도와 중국 일부를 점령하면서 괴롭힐 때, 특별고등계(줄여서 특고)라는 경찰의 전문 조직이 독립운동이나 사보타주 등을 치열하게 색출하고 괴롭혔다. 여기 소속 경찰들이 그 유명한 '고등계 형사'다.
그런데 이 특고는 한국 독립운동가들만 싫어한 게 아니었다. 공안 정책을 진행하고 전쟁에 협조하지 않는 선량한 일본인들까지 괴롭혔기에, 일본인들 대다수도 특고라면 절대 가까이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한다.
현재의 트럼프 정부 정책은 '우리가 먼저'라는 거칠지만 소박한 맛을 잃어가고 있다. 한 기업을 잡으려 별 짓을 다한다는 의심과 질시를 받을 이유가 무엇이고, 그 실익이 무엇인가? 트럼프 정부는 '뉴딜'로 존경받는 F.D. 루즈벨트 정권을 닮아야지, 일본 특고처럼 경멸의 대상이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