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동가(오륜스님), 그림=김진두 화백
호숫가에 하얀 학들이 뛰엄뛰엄 모여 앉아 날개짖을 하며 물속으로 고개를 내밀고는 푸드득 날아가고 있다.
한쪽에서는 징그러운 뱀들이 여럿이 웅크리고 있는데 갑자기 호수 건너편에서 “사람 살려요”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언뜻 바라보니 한 여자가 물에 빠져 허우적 되고 있었다.
고기는 물리지 않고 해 “저 여자를 구해 볼까”하고는 “첨벙!” 물에 뛰어들었다.
일순간 헤엄을 쳤으나 그 자리에서 도저히 움직이지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생각했다.
계속 양팔을 벌리고 뒷다리를 움직이며 물에 빠진 여자를 구하려고 필사적으로 수영을 한 것 같기는 같았다.
그러나 아까 뛰어내린 데서 자꾸만 멀어지는 것 같았다.
“큰일 났구나, 바닷가에서 자라 어릴 적부터 수영을 터득한 내가 왜 이럴까”
곰곰 생각했다.
이런 저런 생각과 함께 계속 움직이는데 “김 선생님, 빨리요, 빨리” 하는 소리가 이외로 귀에 익었다.
“이런 곳에서 누가 나를 아는 사람이 있나? 없을 텐데 누굴까?” 생각에 문득 잠겼다.
물에 빠진 여자가 물 속으로 들어갔다가 올라오면서 하는 말이 “저예요 연X숙”
이런 염병할, 미스연이 왜 저곳에 있나 하고 낑낑! 소리를 지르며 빨리 구해야겠다는 욕심으로 필사적인 몸놀림을 한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기 시작했다.
“형님, 녹음실에 가야지유, 빨리 일어나유 늦었시유”
흔들어 깨우는 소리에 눈을 뜨니 어제저녁 주전자에 보리차를 담아 놓은 것이 몸부림에 쏟아져 런닝이고 팬티고 간에 흠뻑 젖어 스폰지 얇은 요에도 물이 흥건하게 젖어 있다.
“휴유! 꿈이었구나.”하고는 황급히 수습을 하고 이불을 챙기는데
“형님, 오줌 쌌시유? 하 하 하.”
“임마! 웃지 마라, 주전자 물이 쏟아져 그래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괜찮아유.방바닥에 그냥 두고 연탄불을 피워 놓으면 저녁에는 말라 있어유“
“그런데 형님 속옷은 어쩌유”
“괜찮아, 오늘은 별로 춥지가 않구먼.”하고 바지를 걷어 입고는 세면을 하러 갔다.
“형님, 부엌에 물 데워 놨시유”
“알았다”
칫솔을 준비하지 않아 소금으로 이빨을 닦고는 “나 먼저 간다. 저녁에 보자”
“예, 잘 가유 형님”
녹음실에 도착하니 10시 30분이 넘었다. 음악소리가 들린다.
김학송 선생님이 지휘를 하고 있다.
“형님, 김학송 선생님이 몇 곡입니까?”
“글쎄 잘 모르겠다.” 하고는
“참, 세 곡 일게다. 아까 악보 나눠 주는 것 봤다.”
경북의 특유한 억양으로 말을 잇는다.
“동가 니는 몇 곡이고?”
“나요? 네 곡이요. 잠을 설쳐서 미치겠소.”
몇 시간 못 잔 잠에 불만을 터트리고는
“나는 천상 형님다음에 해야겠네.”
하고는 냉수 한 컵을 들어 마셨다.
“이놈 아야 찬물도 순서가 안 있나, 니가 내 먼저 할라 했디나.”
“야, 알았구마.”
나도 경북 말씨로 답하고는 악보를 피스별로 분리했다.
다음 곡 연습 때에 잽싸게 나누어 주어야 세 번째 순번은 돌아오니까.
“어, 춥다 벌써 겨울인갚다.”
하고 들어서는 민 인설 선배 55kg의 작은 몸집에 깡마른 체구, 머리는 히끗 히끗하여 오아시스레코드 문예부장을 겸하며 회사의 편곡은 도맡아 한다.
오아시스레코드사의 손진석 사장님의 학교 선배라 해서 작곡가들은 대부분 그분에게 민 선배라 부른다.
“동가 니는 몇곡이고”경남의 정겨운 사투리를 그대로 쓴다.
“4곡입니다”
“언제 왔소”
“몇 분 됐어요”
“참, 오늘 빠이쁘 없다. 빠이쁘 대신 하몬드로 대처해라”
빠이쁘가 뭔고 하니 쉽게 이야기해서 실로폰 큰 것을 비브라폰 이라는 것을 말한다.
“나는 빠이쁘 없어도 돼요”김학송 선생이 끝나고 나온다.
“수고했습니다.”
“어! 왔어?”
“네!”
체구에 비해 부드러운 목소리에 이북의 고유억양
“동가는 몇 곡이냐”
“4곡입니다”
“오늘 전부 몇 곡인가”
“글쎄요 모두 18곡이나 되겠지요”
요즈음 같으면 꿈도 못 꿀 정도로 많은 곡을 당시 트럼본을 불면서 악단총무를 맡은 김흥엽씨 해군군악대의 창설자이면서 베트랑 멤버이다.
“수고들 하십니다.”
“오! 왔어요? 악보는 노놨어요?”
“예, 제가 나눌께요.”
하고는 아코디온 최고의 연주자 심성락씨에게 악보를 건내 주면서
“심선생님 잘부탁 합니다. 아코디온 자바라를 많이 불어 주십시오”
“오케이!”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