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속되는 동북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미국이 핵 항공모함인 칼빈슨호에 이어 또 다른 항모인 니미츠호를 서태평양에 추가 투입하고, 북한이 지난 15일 태양절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하며 대북 리스크가 더욱 고조되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주 북한 평양시민 60만명 퇴거령 소식에 코스피는 사흘 만에 하락 반전하며 '길어야 일주일'이라고 생각됐던 대북 리스크가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있다.
그동안 코스피를 짓누르는 대북 이슈는 최대 7일에 그쳤다. 지난 2001년 이후 북한의 대남도발 사태 발생 시 코스피 지수가 단기간에 하락한 경우는 70%에 달했지만 대부분 회복이 6거래일 이내 이뤄졌기 때문이다.
미국이 항공모함 칼빈스호를 한반도 인근으로 이동시킨 지난 10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18.41포인트 떨어진 2133.22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대북 리스크가 높아지자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40억원, 43억원의 물량을 던지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국내 증시 방향이 외국인의 수급에서 결정되는 만큼 외국인의 '팔자'는 4월 코스피 방향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지난 12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팔자를 나타내며 전일까지 총 4019억원을 순매도했다. 3월 3조5000억원 수매수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17일 코스피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은 1120억원어치를 내다팔며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외국인이 4월 들어 '팔자'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는 트럼프 케어 불발로 트럼프 정책 기대감이 약화된 데다 시리아 북한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됐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들의 순매도 현상이 중요한 이유는 국내 알짜 종목 최상위 위치에 외국인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현대차(005380), 현대모비스(012330)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외국인이 차지하는 지분율은 50~70%에 달한다. 알짜 과실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는 의미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시가총액이 450조원에 이르면서 증시 시가총액의 30%에 달하며 삼성그룹의 단독 플레이가 지속되는 가운데, 외국인의 상위종목 지분율은 국내 증시 방향을 가르는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현재 국내 정치상황이 대통령 탄핵으로 통수권자가 부재중으로, 특별한 대책을 세울 수 없다는 점 또한 대북 리스크 영향이 장기화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국이 당면한 가장 큰 리스크는 외교 무대에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통수권자가 없다는 점"이라며 "5월 대선일 전까지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실적 시즌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로 주가가 조정 받는 종목이 있다면 매수 기회를 노려보는 것도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먼저 대신증권은 대한항공(003490)과 SK하이닉스를 추천했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관련 손실 우려가 사라졌고, 유상증자 투입으로 지난해보다 재무구조가 안정적일 것이란 이유에서다.
5년 만에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지분 경쟁에서 대만과 중국 업체들을 따돌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꼽혔다.
현대산업(012630)도 주가하락의 수혜주로 꼽힌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산업의 주가가 현재 상당히 저평가된 상태"라며 "주가 수준은 사실상 저점으로 매수해도 하등의 부담이 없는 수준”이라며 “수급-업황-실적의 3박자가 맞아떨어질 만한 상황이 왔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