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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환자들 "生死 걸린 일…글리벡은 소화제나 감기약 아냐"

'노바티스 리베이트' 귀책사유 없는 환자 부담 증대 우려 "과징금 수준으로 조치해야"

하영인 기자 기자  2017.04.17 13: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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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옛날에는 공급거부, 지금은 글리벡 리베이트. 리베이트로 고통주는 노바티스 규탄한다!"

17일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다국적 제약사 한국노바티스 본사 앞에 30여 명이 한데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들고 있는 이들의 손에는 '의약품 리베이트, 제약사 일벌백계, 환자는 피해 없게'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 불법 의약품 리베이트' 등의 글귀가 적힌 피켓이 들려 있다. 

이들은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관계자들로 표적항암제 글리벡을 복용하던 수천명의 암환자들에게 리베이트로 피해를 준 노바티스를 규탄하고자 모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양현정 한국GIST환우회 대표는 "지난 2001년 글리벡이 들어오면서 적게는 3~4년, 길게는 17년을 죽지 않고 일상생활까지 가능하게 해준 약에 고마워했다"며 "하지만 최초 표적치료제를 만든 회사의 불법 리베이트로 1년간 못 쓰게 될 처지에 놓였다"고 호소했다.

이어 "항암제를 바꾸는 경우는 단 두 가지로 부작용이 있거나 약효가 들지 않을 때뿐"이라며 "항암제는 소화제나 감기약이 아니다. 이 모든 사태의 원인 노바티스는 국민 앞에 사죄하고 국민 건강을 위해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리벡 복용 중 복제약으로 변경한 경험이 있는 정판배씨는 "글리벡 복제약을 복용 후 소화가 잘 안돼 계속 설사하고 시도 때도 없이 경련이 일어나는 부작용을 겪어야 했다"며 "노바티스는 중한 벌을 받아야 마땅하나 환자로서는 생명과 직결된 만큼 과징금 수준으로 행정처분하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의 42개 품목 중 비급여 1품목을 제외한 41개 품목에 대한 행정처분을 준비하고 있다.

이 중 23개 품목의 경우 건강보험 적용 정지 처분할 경우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 예상되는 특별한 사유에 해당, 요양급여비용 총액의 100분의 40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과징금 처분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머지 18개 품목은 국민건강보호법 제99조 제2항, 시행령 제70조의2 제1항에서 규정하는 네 가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원칙에 따라 건강보험 적용 정지 처분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는 만성골수성백혈병, 위장관기질종양 등 8개 질환 6000여 명의 암환자가 복용하는 세계 최초 표적항암제 글리벡이 포함됐다. 

환우회에서는 글리벡을 건강보험 적용 정지 처분할 경우 환자들이 계속 글리벡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매달 6만5000~13만원가량을 부담하던 환자들은 130만~260만원의 비급여 약값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부담할 능력이 안되는 환자들은 신약이나 복제약으로 바꿔야 하는데 이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조만간 글리벡에 대한 처분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안기종 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는 "전문가들은 복제약이든 더 효능이 뛰어난 약이 나오든 현재 잘 받는 약을 바꿔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며 "보건복지부와 시민사회, 환자들과 협의하고 이 사태를 잘 풀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기자회견문을 통해 "장기 생존하는 암환자들에게 전혀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대체신약으로 바꾸도록 강요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제약사들이 의약품 리베이트로 인해 얻는 이익보다 피해가 훨씬 크도록 천문학적 금액의 징벌적 과징금 제도 도입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한국백혈병환우회와 한국GIST환우회는 보건복지부에 수년, 십여년간 글리벡으로 치료해온 6000여 명의 환자들을 입증할 자료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상태다. 환자들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이후에도 추가 자료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노바티스는 지난 2001년 6월 글리벡을 국내 시판하면서 고가의 약값을 요구해 백혈병 환자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후 1년6개월간 약가인하 거부, 글리벡 공급 거부 등 사회적으로 지탄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