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영웅과 사랑, 서민의 노래(귀족 풍자), 예술과 대중의 조화…. 11세기부터 이어진 프랑스 대중음악 '샹송'의 변천사입니다. 이처럼 음악은 시대상을 반영하거나 때로는 표현의 자유와 사회 비판적 목소리를 투영하기 위한 도구로도 쓰입니다. 'M&M(뮤직 앤 맥거핀)'에서는 음악 안에 숨은 메타포(metaphor)와 그 속에 녹은 최근 경제 및 사회 이슈를 읊조립니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란 주장은 사실이 억울하게 묻혔더라도 반드시 드러나게 될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그리고 이 말은 주로 진실이 불순한 외압에 의해 가려졌을 때 사용되곤 합니다. 정의를 대변하는 것이죠.
하지만 사실은 숨기고, 진실을 덮으려고 하면서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란 같은 말을 당당히 내뱉는다면 그것은 뻔뻔한 허세일 뿐입니다.
열 번째 「M&M」에서 노래할 곡은 미국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 드림 시어터(Dream Theater)의 허세, 풀 미 언더(Pull Me Under)입니다.
1986년 결성된 드림 시어터 초기 마제스티(Majesty)라는 이름이었지만 당시 라스베이거스에서 활동하던 동명 밴드가 지적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법 절차 통보를 보낸 후 변경는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프로그레시프 메탈 밴드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특히 1992년 발매된 앨범 'Images and Words'에 실린 풀 미 언더는 아무런 홍보가 없었음에도 라디오, MTV등 수많은 매체에서 큰 인기를 얻어, 밴드 내에서 상업적인 인기를 얻은 몇 안 되는 곡 중 하나로 자리 잡습니다.
세상은 내 주위에서 돌아가고 있어. 이 세상은 나 없이도 돌아가지. 매일매일은 미래를 과거로 보내고, 내쉬는 한숨 한숨은 나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어. 떨어지는 참새에도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중략) 한 사람을 위해 일곱의 목숨을 앗아 갈 거야. (중략) 나는 두렵지 않아.
곡 중 가사인데요. 난해하죠. 하지만 주목할 곳은 '나는 두렵지 않아(I am not afraid)'라는 부분입니다. 곡 중 화자는 자신이 없어도 상관없는 세상에 혼자 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외로움은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결코 두렵지 않다고 말합니다. 다른 가사를 좀 더 살펴볼까요.
나를 아래로 끌어내려봐. 난 두렵지 않아. 내가 느끼는 건 명예와 원한 뿐.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을 바로잡을 뿐. 먼지가 내 눈에 쌓이고, 구름이 흘러가고, 난 그 구름과 함께 흘러가지. 세월은 울부짖고, 질서는 무너지고, 나는 다시 추락하지. (중략) 날 끌어내려봐. 난 두렵지 않아.
추락한 삶에서 남은 것은 명예를 수복하기 위한 원한 밖에 없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요. 사실 이 곡은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57-1623)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Hamlet)'의 목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잠깐 살펴봤던 가사도 난해하지만, 곡 초입은 더 심합니다. Lost in the sky Clouds roll by and I roll with them(하늘에서 사라진 구름들이 흘러 지나가고 나도 그들과 함께 구른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요. 사실 이 부분은 희곡 햄릿에서 왕이 되기 위해 형을 죽인 클로디우스가 햄릿에게 던지는 질문 'How is it that the clouds still hang on you?(네 얼굴에는 아직도 어두운 구름이 끼어 있는데 어찌된 일이냐?)'에 대한 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가사 Arrows fly Seas increase and then fall again(화살들이 날아가고 물결이 몰아쳤다가 다시 떨어진다)은 너무나도 유명한 햄릿의 대사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바로 뒤에 이어지는 긴 독백을 짧게 표현한 것이죠.
이 노래가 햄릿의 노래라는 근거는 또 있습니다. 노래 중간에 나오는 I'll take seven lives for one(한 사람을 위해 일곱의 목숨을 앗아 갈 거야) 인데요. 극중 햄릿의 복수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의 수는 '클로디우스·거트루드·레어티즈·오필리어·폴로니어스·길덴스턴·로젠크란츠' 7명이었죠.
결국 풀 미 언더는 부왕의 원수를 갚아 국가질서의 회복을 도모하지 않으면 안됐던 햄릿 왕자의 고뇌와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겠다는 자신감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 노래를 '허세'라고 표현한 이유는 곡의 마지막 가사 때문입니다.
노래에서 화자는 '날 끌어내려 봐, 날 무너뜨려봐, 난 무섭지 않아'라는 대찬 모습을 시종일관 보여줍니다. 그런데 노래가 끝나기 직전, 전자음과 섞여 잘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로 나지막이 내뱉습니다.
O, that this too, too solid flesh would melt(오, 이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진 이 육체가 녹고 녹아 이슬이 될 수 있다면).
희곡 햄릿, 1막2장에 나오는 햄릿의 대사와 똑같죠. 아버지는 삼촌에게 살해당하고 어머니는 그런 삼촌과 재혼을 하는 모습을 본 후 광증에 사로잡혀 냉혈한 복수를 다짐하지만, 사실 속마음은 자살을 바라는 나약한 마음이었다는 얘깁니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이 한 명 있죠.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인데요. 현재 그의 태도는 마치 본인이 억울한 누명을 쓴 것처럼, 그리고 그 억울함을 밝혀줄 햄릿이 나타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듯 보입니다.
지난달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으로 파면된 박 전 대통령은 3월12일 청와대를 나와 삼성동 자택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는 뻔뻔한 입장을 전했죠. 사실을 숨긴 채 진실을 덮으려고 하던 본인이 마치 억울한 누명을 쓴 피해자인 것처럼 말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 수감 이후 다섯 번에 걸친 옥중 조사에서도 진실 규명은커녕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요. 국정농단의 몸통으로 지목됐지만 자신은 여전히 피해자이고 모든 일은 선의의 의도였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는 전언이 나옵니다.
현재 박근혜는 정치에 잔뼈가 굵은 유영하·채명성 변호사를 제외한 나머지 변호인단을 해임했는데요. 이 같은 결정은 잔존 변호사들의 정무적 판단을 토대로 차기정부의 '사면'을 노리는 것이란 분석도 이끕니다.
드림 시어터가 전한 햄릿의 목소리처럼 '너희들이 아무리 날 끌어내려도 난 살아남을 거야. 난 두렵지 않아'라고 말하는 듯 하네요.
또 한 번 글의 시선을 돌리겠습니다. 박근혜가 탄핵 직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황당한 입장을 발표할 때 정작 누군가에게 끌어내림을 당한 세월호는 왜 침몰했으며, 왜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진실에는 답이 없었습니다.
자신의 무능과 오만함으로 벌어진 참사에 대한 진실은 꿋꿋이 입을 다물면서도 자신을 구제해줄, 그가 말하는 알 수 없는 진실 창조경제급의 신박한 또 다른 비리겠지만은 궁금한 모양이었나 봅니다.
공교롭게도 박근혜가 탄핵되자마자 정부는 세월호 인양을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3년을 기다린 세월호 시험인양은 성공했죠. '이게 3년이나 걸릴 만큼 그렇게 힘든 일이었나'란 의아함을 남길 만큼 말입니다.
최근 세월호 인양을 비롯한 일련의 움직임은 팽목항 참사의 진실이 드러나는 걸 두려워한 박근혜 정권의 파렴치함이 작용한 결과라는 생각도 지울 수 없게 합니다.
박근혜가 국정농단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되며 법의 심판을 피하기 위해 본인이 직접 진술한 '진술조서' 확인에만 7시간을 꼼꼼히 살피면서, 지난 2014년 4월16일 박근혜가 세월호 침몰사고 소식을 처음 보고받은 이후 7시간 동안의 행적은 여전히 가라앉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세월호 사건은 1000일이 넘도록 제대로 된 진상규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죠.
그러나 이제 세월호는 고통스런 기저(基底)에서의 긴 시간을 거쳐 완전히 뭍으로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수습본부는 선체 외부에 굳어있던 진흙과 염분, 녹 등을 고압 세척기로 씻어내는 작업 등 본수색에 돌입할 준비까지 마무리했죠.
수습본부는 18일 최종 수색계획을 발표하고 19일부터 본수색에 착수할 방침입니다. 이제 진실이 밝혀지는 일만 남은 것이죠. '진실은 밝혀질 것'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겁니다.
세월호 사고 3주기를 맞아 단원고 2학년 남현철, 박영인, 조은화, 허다윤, 단원고 교사 고창석, 양승진 그리고 권재근, 권혁규, 이영숙 등 9명의 미수습자가 모두 돌아올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끝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을 빌리겠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입니다. 그동안 묻혀있던 세월호의 진실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