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교문(정문)이 아니라 속칭 '개구멍'으로 불리는 뒷문을 자주 이용하곤 했습니다.
학교 정문을 통하는 정상적인 길보다 뒤로 가는 길이 빨랐기 때문인데요. 학창시절을 회상해보면 학교로 들어가는 문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선도부와 학생부장 선생님이 지켰던 교문으로 등교를 하는 게 하나. 선도부와 학생부장 선생님을 피하고자 혹은 지름길 이용을 위해 뒷문 등교를 하는 게 또 다른 방법이었죠.
최근 부산에서 상경한 기자는 버스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다가 학창시절 개구멍으로 등교하는 모습과 유사한 장면을 목격했는데요. 바로 시내버스 '뒷문' 탑승입니다.
버스를 타고 내리는 당연한 모습은 앞문으로 승차해 뒷문을 통해 하차하는 것입니다. 법과 제도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마땅한 사회적 합의입니다. 그래서인지 서울 버스를 이용하며 목격한 뒷문 탑승은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버스 뒷문 탑승은 출·퇴근 시간에 보다 많은 사람이 타기 위해, 아울러 승·하차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뒷문으로 내리는 사람들이 미처 다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버스에 오르는 사람도 많아 승차 승객과 하차 승객이 부딪혀 얼굴을 붉히거나 언성이 높아지기도 합니다.
버스의 뒷문은 무식(?)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강하게 닫힙니다. 그런 문에 끼이는 사고가 날까 걱정이 될 때도 있는데요. 현재 운행 중인 시내버스의 뒷문에는 충격을 감지하는 센서가 내부에 장착돼 있습니다. 그러나 문이 닫히기 직전, 급하게 손을 넣거나 옷깃이 끼면 이 센서는 반응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뒷문이 작은 물체 때문에 열리면 버스 운행에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에 문이 6㎝ 정도 열려야 센서가 감지하도록 설계됐다고 합니다. 즉, 손가락 등이 뒷문에 끼였을 때 버스 기사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면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죠.
다행히 올 초 출입문 초음파와 끼임방지 센서 등 최첨단 안전시설을 장착한 시내버스 모델이 출시돼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고 하는데요. 전국을 달리는 수만대의 시내버스가 하루아침에 교체되기는 요원해 보입니다.
2015년 한국운수산업연구원에서 발간한 '버스 교통사고 특성을 고려한 안전대책 연구'에 따르면 2012년에서 2014년까지 시내버스에서 발생한 승·하차 사고는 무려 4811건에 달합니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진다.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중용 23장).
2014년 상영된 영화 '역린'을 보면 중용 23장을 인용해 사소한 일처리의 중요성을 역설하는데요. 버스를 타고 내리는 작은 일이지만, 버스는 우리 모두의 발인 만큼 하루빨리 승·하차 원칙이 세워지길 바라봅니다. 원리·원칙이 깨져 혼란스러운 오늘날 대한민국이 변하는 시작이길 기대하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