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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권자집회 앞둔 대우조선 '경우의 수' 따지기

회사채 30% 보유 국민연금 '회사 실사' 요구…P플랜 가능성에 무게

전혜인 기자 기자  2017.04.12 14:4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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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우조선해양(042660, 이하 대우조선)을 둘러싸고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주 채권자인 국민연금 간 손실에 대한 수싸움이 치열해졌다.

정부는 12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주재로 경제현안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조만간 사채권자집회를 앞두고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대우조선 문제가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은 오는 17~18일 양일간 다섯 차례의 사채권자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부가 대우조선의 추가 자금지원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채권단은 물론 채권자를 포함한 모든 이해당사자의 예외 없는 고통분담을 내걸었기 때문.

만약 사채권자집회에서 단 한 차례라도 채무 재조정 안건이 부결되면 대우조선해양은 '초단기 법정관리'인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으로 직행하게 된다.

이를 위해 대우조선은 부차장급 관리자 130여명으로 TF팀을 구성해 전국 각지의 개인투자자들을 직접 만나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임직원들에게 임금의 10%를 반납하는 동의서도 받아내는 등 회사의 간절함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우조선 회사채 중 약 30%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채무재조정에 비판적인 뜻을 굽히지 않아 사채권자집회가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 대우조선에 따르면 현재 국민연금은 대우조선의 회사채 전체 발행잔액 1조3500억원 중 3887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2000억원이 이번달 만기가 도래한다. 국민연금이 동의하지 않으면 사채권자집회는 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만큼 산업은행과 채권단 역시 P플랜 체제를 준비한다는 전언이 나온다.

사전 회생계획 제도를 뜻하는 P플랜이란 사실상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을 결합한 제도로, 만약 대우조선이 P플랜에 돌입한다면 최초 사례가 된다. 가장 큰 장점은 절차의 신속함이다. 통상적으로 1년 이상 걸리는 법정관리와 비교해 절반 이상 빠른 속도로 회생절차를 끝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수주사업 위주인 조선업의 특성상 법정관리의 일종인 P플랜에 돌입하면 해외 선주들로부터 계약 취소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은 위험요소다. 이 과정에서 대우조선에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한 은행들에게도 계약금 반환 청구 요청(RG콜)이 들어간다. 산업은행은 현재 대우조선이 수주한 114척 중 최소 8척에 대해 RG콜이 들어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기 더해 P플랜으로 진행할 경우 오히려 현재 구조조정보다 신규 자금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출자전환 비중 역시 90%로 높아진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P플랜이 한 번도 국내에서 시도된 적 없는 만큼 그 영향력을 함부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이미 수주된 계약 취소는 물론이고 향후 수주활동에 있어서도 법정관리를 받는 기업이라는 부정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국민연금은 정부의 대우조선 추가지원 안건이 발표된 직후부터 계속 내부 회의를 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10일 리스크관리위원회를 개최했으며 당초 11~12일에 투자위원회를 통해 대우조선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었으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과 국민연금 사이 지루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당초 이번달 만기인 회사채에 대한 우선 상환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것에 이어 11일에는 산업은행에게 대우조선에 대한 직접 실사 등을 이유로 결정 3개월 연기 등을 요구했으나 산업은행은 이번에도 역시 '현실성 없는 요구'라며 잘라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산업은행과 관계부처는 대우조선이 채무 재조정에 실패한다면 오는 21일 전후로 P플랜에 돌입할 것을 공언하고 이미 가동 준비에 들어간 상황이다. 사채권자집회의 가결 조건은 채권액 기준 3분의 1 이상의 참여, 참석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