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얼마 전 출근길 전철을 기다리던 중에 옛날 가요를 흥겹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 창 밖을 내다봤습니다. 전철역 주변의 빈터를 활용해 운동기구 등을 늘어놓은 공간이 있는데, 이게 아마 오전에 어르신들의 소일거리가 되는 모양이더군요.
"남들은 출근하는데 연세드신 양반들은 참…"
그런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지만, 이분들은 이미 경제활동인구로서의 자기 삶을 열심히 다 사시고 제2의 인생을 사는(보통 한국에서는 '큰 일 없이 소일하는' 경우가 많거나, 아니면 노령빈곤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지만요) 것이니 다른 이들이 이런 소리를 할 계제는 당연히 아니겠죠.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사회에 접어들었으며, 고령사회를 향해 급하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는 전체 인구 대비 7% 이상이 고령인구(65세 이상)인 경우에 해당합니다. 고령사회는 14% 이상인 사회, 초고령화 사회는 전체 인구 중에 고령인구가 20% 비율을 넘긴 사회를 말하죠.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이미 일본은 1970년에 고령화사회가 됐다죠. 우리가 외신 등을 통해 이를 접하고, 일본은 이제 노인 인구가 많아서 경제에 활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등 이야기를 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때는 '남의 얘기'였죠. 하지만 이제 그야말로 그때 그 일본과 같은 걱정을 우리가 직접 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문제는 고령사회, 초고령사회로 달려가는 속도와 우리의 경제 펀더멘탈입니다. 통계청은 고령사회 진입 시기를 2019년, 초고령사회는 2026년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예상치는 과거 추계값보다 앞당겨진 것이라 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아이를 덜 낳는 상태가 오래, 더 심각하게 지속되면서 고령화로 가는 값을 상쇄할 힘이 떨어지는 것이죠. 경제가 장기침체 늪에서 헤매며 어려운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닙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노인들의 복지지원에 대한 지출을 젊은 세대가 부담스러워 하고, 또 서로 잘 이해하지 못하는 세대 간 단절 효과도 더 심각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번에 '태극기 집회'에 노년층이 대거 거리에 나선 것은 정치든 사회든 경제든 간에 우리 사회가 이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뭔가 불만이 쌓였으며, 이것이 (약간 핀트가 틀어져 나타난 면이 없지 않더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건으로 본격 분출했다는 풀이가 유력합니다.
이보다 약간 전에 보면, '세대 간 일자리 갈등'이라는 주제로 젊은이도 취업을 못하는데 실버 인력 취업 운운하는 게 말이 되냐는 불만이 청년들 사이에서 터지면서 세대 갈등으로 조명된 적도 있습니다.
비단 이런 정치적 갈등, 사회적 대립이 아니더라도, 다른 집단에 대해 뭔가 불만스러운 기분을 서로 갖는 일이 늘어나고 각박하게 그런 점이 실제로 표출될 수 있는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건강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앞으로 장미대선 이후 어느 당에서 집권하든 여러 정책이 복합적으로 추진되고 또 그런 정책들이 고령화사회 그 이후를 대비하는 데 해법을 가져올 것이라 기대를 걸지만, 그 전까지는 서로 조금 더 생각하는 자세를 가져야겠습니다. 이때 쓸 주문은 "(내) 나이가 어때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