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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넓다" 삼성重, 고객사 파산 위기에도 의연

해양플랜트 집중 수주 결과 미수건조대금 5조원대…신용등급 하락 영향

전혜인 기자 기자  2017.04.11 12: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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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시드릴과 오션리그 등 메이저 유전시추기업들의 위기가 확산되면서 이 회사들로부터 해양플랜트를 수주한 삼성중공업(010140)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에 해양플랜트를 다수 발주한 유전시추기업들이 파산위기를 겪고 있다. 대표적으로 노르웨이의 시드릴은 채무 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그리스의 오션리그는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에 삼성중공업의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다른 경쟁사에 비해 수주잔량 중 해양플랜트 비중이 약 70% 이상으로 높은 수준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에도 신규 해양플랜트로 수주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말부터 소문이 흘러나왔던 3조원 규모의 모잠비크 코랄 FLNG(부유식 LNG생산설비) 수주도 곧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경쟁사인 현대중공업(009540)과 대우조선해양(042660)이 해양플랜트 비중을 점차 줄이는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해양플랜트는 규모가 큰 사업인 만큼 한번 수주하면 높은 실적을 올릴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FPU(부유식 해양 생산설비) 및 FSRU(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 재기화 설비)만으로 15억달러에 가까운 실적을 냈다.

아울러 조선업계 위기의 가장 큰 이유로 해양플랜트가 계속 지목된 만큼, 최근 수주된 플랜트들에 있어서는 수익성이 어느 정도 확보됐을 것이라는 긍정적 관측이 줄을 잇는다.

그러나 현금 유동성 측면에서 리스크가 큰 사업이라는 것이 단점이다. 특히 이 중 현재 위기를 겪는 시드릴과 오션리그의 잔금은 약 1조5000억원에 이르는 수준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3년 시드릴로부터 드릴십 2척을 수주했으나 지난달 인도 연기 요청을 받고 시점을 협의 중이다. 무엇보다 이미 지난 2015년 한 차례 인도 연기가 이뤄진 바 있다.

시드릴로부터 받아야 할 잔금은 총 금액의 70%인 8400억원에 달한다. 비슷한 시기 수주했던 오션리그 드릴십 3기 중에서도 약 6200억원의 미수금이 남았으며 선주들로부터 받지 못한 미수금은 5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 대비 거의 절반에 달하는 금액이다. 삼성중공업 측은 이에 대해 걱정할 것 없다는 설명이다. 이미 시드릴의 상황을 인지하고 있어 자구안에 이를 반영한 경영 계획을 짰기 때문에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익시스 CPF, 프릴루드 FLNG를 포함해 총 6기의 해양플랜트를 순차적으로 인도할 예정"이라며 "현재 시드릴과 인도 연기 일정을 협상 중인 드릴십을 제외하고도 올해 1조5000억원 규모의 미수금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 역시도 지금 당장 삼성중공업의 위기를 논하는 것은 이르다고 짚는다. 이미 인도 연기나 손실 처리 대비를 한 만큼 충격파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선주가 파산하는 등 최악의 경우에는 설비를 시가의 70%의 금액으로만 매각해도 선박 건조대금을 회수할 수 있어 공정상 손해는 보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다만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에도 국제유가의 상승률이 기대보다 현저히 낮아 전 세계 해양시추시장에서 글로벌 시추기업들이 이미 보유한 드릴십 가동률이 점점 떨어지는 상황에서 드릴십을 따로 매각해도 이익 훼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더불어 삼성중공업의 신용등급이 점차 떨어지고 있어 회사채 등 신규 채권을 통한 자금 마련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한국기업평가는 삼성중공업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 나이스신용평가는 'A'에서 'A-'로 한 단계씩 낮췄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월 만기한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했다. 오는 9월과 다음해 2월 각각 2000억원과 50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삼성중공업은 이미 지난 2015년부터 신규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고 있다. 당장 만기를 막는 것은 문제 없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장기적 현금 유동성 측면에서 고초를 면치 못할 조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