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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테마주의 힘, 박근혜가 증명했다?

삼성·롯데에 가려진 대림산업 '물음표'

이수영 기자 기자  2017.04.06 18: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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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00년 남짓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특허로 꼽히는 현상이 '인연'을 기반 삼은 정치테마주다. 단순히 경영인 또는 대주주가 특정 정치인과 학연·지연·혈연에 엮였다는 이유로 주가가 치솟은 원인은 간단하다.

인맥과 금전을 곁들인 청탁으로 골칫거리가 단숨에 해결되는 '마법'이 실제 존재하며, 이를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과정이 대부분 증명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종범실록' '박근혜 사초'로 불리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과 진술, 검찰 1기 특별수사본부의 공소사실 및 각 기업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 등을 종합하면 구체적인 정황은 금세 파악된다.

◆"얼마면 되는데?!"…따지니 590억원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대기업 총수 7명과 수차례 독대하고 민원을 접수한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들 중 직·간접적으로 고민거리가 해결된 기업은 총수가 구속된 삼성을 비롯해 SK(034730)와 CJ(001040), 롯데, 현대차(005380) 등 4개 그룹사다. 이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자금은 △삼성 298억원 △현대차 128억원 △SK 111억원 △롯데 45억원 △CJ 8억원 등 총 590억원에 이른다.

먼저 김창근 SK이노베이션(096770) 회장과 손경식 CJ 회장은 각각 오너 총수의 구속 수감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알려졌다. 손 회장은 독대 당시 이재현 회장의 사면 얘기가 나왔다고 증언한 반면 SK 측은 연관성을 극구 부인하는 상황이다.

어쨌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5년 8월13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이듬해 8월12일 각각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아 풀려났다.

최태원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2월과 3월 박 전 대통령과 또다시 대면했는데 공통점이 있었다. 2015년 11월 면세점 특허권 심사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각각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워커힐면세점 사업권을 날렸다.

박 전 대통령이 이들을 만난 뒤 지난해 4월 관세청이 서울 시내 4곳에 면세점 추가 선정 계획을 발표한 것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다만 롯데가 면세점 사업권을 되찾은 반면 SK는 3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최근 신동빈 회장을 출국금지 조치했고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18일 검찰에 불려나와 13시간 이상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구속 사태를 부른 삼성물산(028260)-제일모직 합병 사안도 대통령과의 면담 테이블에 올랐을 가능성이 크다.

2015년 7월17일 옛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2대 주주 국민연금의 찬성 의견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계약서가 승인됐다.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은 대통령을 만나기 전 이미 합병이 성사됐다며 극구 부인하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합병반대를 선언한 2015년 6월보다 앞서 그해 3월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승마협회장으로 취임했고 이후 삼성은 최순실-정유라 모녀와 관련 업체를 전폭 지원한 정황이 수차례 발견된 탓이다.

법원이 이 부회장의 구속을 승인한 것도 개연성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 합병과 관련해 문 전 장관은 엘리엇이 실력행사에 돌입한 시점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 일부에 합병 찬성을 압박한 혐의로 역시 구속됐다.

아울러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불법 노동행위에 대한 엄격한 처벌과 정부의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 지원, 한국전력 부지 내 건설 예정인 신사옥 GBC(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착공 관련 인허가 지연 및 과도한 공공기여 부담 등을 민원으로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우리가 세계 최초로 수소차를 개발하고 상용화한 기술이 있는 만큼 국내 시장부터 활성화해야 한다"고 발언했고, 정부가 수소차 개별소비세를 최대 400만원 인하해 일부 성사된 셈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대한 국가적 지원과 산업계의 바람을 전달한 것일 뿐 별다른 의미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림산업, 돈보다 진한 무엇?

삼성 총수가 구속되고 롯데와 SK가 검찰의 공개 수사선상에 올랐지만 여전히 무풍지대인 곳이 하나 있다. 바로 대림산업(000210)과 이준용 명예회장이다.

대림산업은 박근혜 정부의 대표 주택정책인 기업형 임대주택 뉴스테이를 지은 1호 건설사인 동시에 이 명예회장의 아들 이해욱 부회장은 지난해 9월 운전기사를 폭행하는 등 갑(甲)질 논란을 빚어 유명세를 탄 바 있다.

대림산업과 박근혜 정부의 인연은 돋보이는 편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3년 이후 3년 동안 총 12건의 부당담합 행위가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가 1431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업계에서는 대림산업이 국책사업을 맡기에 모양새가 좋지는 않았다는 총평이다.

반전은 지난해 11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검토한 의견서에서 엿볼 수 있다.

부정당사업자 낙인이 찍혔던 대림은 2015년 8월15일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아 GS건설 등과 함께 사면돼 입찰참가 제한에서 풀려났고 다음 해 5월 대통령 이란 순방 이후 이란에서의 철도·댐 사업권에 관한 수조원대 가계약을 성사시켰다.

우연치고 묘한 신세역전은 재무제표에도 드러난다. 2014년 대림산업은 472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지만 재단 출연시기와 맞물린 이듬해 2015년에는 1270억원 흑자로 급반전했고 지난해 역시 320억원 넘는 당기순이익을 냈다. 모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전후 벌어진 일들이다.

이상이 실체 없는 정치테마주가 난무하고 이에 대한 경고와 설교가 넘침에도 투자자가 기대를 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근혜 정권은 권력의 파괴력과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인맥, 금권의 힘을 너무 많이 들켜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