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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먹성 좋은 KB스타뱅킹…국민-LG, 늑장대응에 책임은 '폭탄돌리기'

'배터리 먹는 하마' 11일 만에 원인 찾았지만…"일부 단말기 문제" vs "개발사 시스템 문제"

임재덕·이윤형 기자 기자  2017.04.06 14: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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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부터 발열이 심하고 배터리가 광속으로 줄 길래 관리모드 들어가 보니 이 앱이 배터리를 어마어마하게 소모시키고 있네요. 아무것도 안 했는데 배터리 사용량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김**

# 배터리가 갑자기 많이 닳아서 확인해 보니 켜지도 않은 앱이 백그라운드에서 50%나 먹고 있었네요. (주거래은행이라) 지울 수도 없고 짜증나요. -임**

# 배터리 광탈된다는 글이 이렇게 많은데 (조치는커녕) 왜 답도 안 달리나요. 주거래은행만 아니면 지워버리고 싶은데 짜증나네요. 앱 안 켰는데도 몇 시간 만에 배터리를 다 닳게 만든다고요. -최**

[프라임경제] 최근 KB국민은행(060000)의 모바일뱅킹 앱 'KB스타뱅킹'이 깔린 LG전자(066570) 스마트폰 일부 단말기에서 '강제 백그라운드 배터리 사용' 현상이 발생하면서 해당 유저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문제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KB국민은행과 LG전자는 늑장대응도 모자라 서로 책임을 전가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어 서비스 이용자들의 더 큰 공분을 사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국민은행이 일괄적으로 적용한 '든든인증 서비스 개선 및 안정화' 업데이트 이후 LG전자 G5와 V20 일부 단말기에서 실행하지도 않은 스타뱅킹 앱이 많은 양의 배터리를 소모 △발열 △버벅거림 △급방전 등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오류가 발생했음에도 열흘 하고 이틀이 지난 현재까지 국민은행, LG전자 어느 한쪽도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오류는 국민은행의 애플리케이션 업데이트가 진행된 지 엿새 만인 지난달 26일, 해당 문제를 지적하는 댓글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이후 지난 5일 기준으로 동일한 오류를 지적하는 댓글은 총 22건이 추가로 달렸지만,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강제 백그라운드 배터리 사용 오류에 '방치할 수도 지울 수도 없다'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열흘가량 지났는데…해결방법 없는 앵무새 답변만

이런 가운데 문제 해결에 대한 국민은행의 미온적 태도가 사용자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국민은행은 첫 댓글 이후 아흐레 만인 지난 3일이 돼서야 오류 수정 요청 글에 답변을 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마저도 소비자들의 갈증을 해소시키진 못했다. 총 23건의 불만 리뷰에는 '리뷰만으로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힘들다. 오류 사항과 고객 연락처를 메일로 전송하거나 고객센터로 직접 문의해 달라'는 자동응답기(ARS) 수준의 동일한 답변이 달렸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장 최근인 지난 5일 해당 문제를 재차 물어본 리뷰에는 이틀 전 일괄적으로 답변했던 댓글을 작성날짜(4월3일)도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달아 놨다.

이번 문제와 관련 국민은행 측은 LG전자의 특정 기종, 일부 단말기에서 발생한 오류며 스타뱅킹 내부 시스템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3월27일 댓글 확인 후 은행 내 IT부서와 콜센터에 각각 이상 현상, 관련민원 확인요청 등 1차 조사를 진행했다"며 "그 결과 LG전자 특정기종 단말기 펌웨어 업데이트 과정에서 보안 프로그램 V3 시스템과 충돌이 일어나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욱 정확한 조사를 위해 4월5일 LG 측에 문의를 넣은 상태"라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 불만 직후 문제를 파악했다기엔 국민은행의 대고객 1차 대응(리뷰 댓글)은 너무 무책임하다"며 "'문제를 파악할 수 없으니 별도의 연락을 부탁한다'보단 '현재 수정상태이니 불편하더라도 양해를 부탁한다'가 이치에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현재 해결 상황을 묻는 고객 질문에 또다시 기계적인 답변을 달았다는 것은 고객의 소리를 무시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LG전자 '스타뱅킹 앱 자체 문제' 반박…대안은 언제?

LG전자는 전형적인 앱의 문제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원인 파악을 위해 '오류 재현 테스트'를 이틀간 진행했지만, 같은 증상을 보인 기기가 없었다는 해명이다.

LG전자는 펌웨어 업데이트가 문제라면, 시점 상 앱 제조사인 국민은행의 과실이 더 크다고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LG G5와 V20에 적용된 펌웨어 업데이트 기간은 2월 말부터 3월 중순인데, 스타뱅킹 업데이트는 그 후 진행됐다. 이를 반영하지 못한 국민은행 측 과실이라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해당 오류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류 재현 테스트를 이틀째 진행하고 있지만,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반박했다.

이어 "타사 스마트폰에서도 동일한 사례가 나오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전형적인 앱 문제일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러한 LG전자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문제 발생 초기 LG전자 서비스센터에 신고가 접수됐지만, 이를 묵과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본지 취재 결과 지난달 말 LG전자 서비스센터엔 이 같은 현상을 호소하는 피해자의 신고가 있었다.

문제는 LG전자 본사 차원에선 본지 취재 전 해당 사실을 인지조차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배터리가 급방전되면서 성능이 떨어지는 치명적인 오류임에도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가벼이 넘긴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양사의 고객이 오랜 기간 불편함을 겪고 있는 상황임에도 대책은 고사하고 서로 책임만을 회피하려는 태도에 지적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5일 국민은행 측은 LG전자에 1차 분석 결과를 보냈다고 주장하지만, LG전자 측에선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줬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앱 개발 시 고려해야 할 스마트폰 제조사와 기종은 셀 수 없이 많기 때문에 이런 오류가 종종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빠른 해결을 통해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서비스센터를 통해 문제가 접수되면 1~2일 새 조사에 들어가고 제조사와 앱 개발사의 공조를 거쳐 보름 전엔 해결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해당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려 노력해야 한다"며 "이처럼 책임을 떠넘기려고만 하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안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1차적으로는 국민은행 측에서 해당 기종을 사용하는 고객에게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앱을 지우거나 사용을 자제하는 식의 조치를 취하고, 2차적으로 LG전자는 자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면 타사 단말기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충분한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양사 간 원만한 해결이 이뤄지지 않아 고객 피해가 이어질 경우엔 공정위나 미래창조과학부가 나서 중재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