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CJ그룹이 '더바디샵' 인수 가능성을 일부 인정했다.
최근 관련 언론보도가 연이어 게재되자 5일 CJ(001040)는 "'더바디샵' 인수와 관련해 현재 검토 중이나 입찰여부, 인수주체 등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는 해명공시를 내놨다.
표면적으로는 긍정적인 답이 아니지만 인수합병(M&A) 등과 관련된 공시에서 '검토 중' 또는 '미확정' 등의 표현은 상당수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더바디샵은 1976년 영국에서 출시된 화장품브랜드다. 런던 증권거래소에서 한때 주식가치가 500% 이상 급등해 '중력을 거스르는 주식'이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급성장했고 1997년 우리나라에도 매장을 냈다.
2006년 로레알그룹에 6억5200만파운드(약 9300억원)에 매각돼 프랑스 국적이 된 더바디샵은 초창기에 비해 미묘하게 달라진 패키지와 고급화 전략으로 초창기 마니아들의 이탈을 부르기도 했다.
◆올리브영과 콜라보…가격은 부담
만약 CJ가 더바디샵을 품게 된다면 드럭스토어 올리브영과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크다.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CJ는 외국계 IB를 위시해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고 최근 도이치증권에 인수자문역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가는 로레알이 10억 유로(약 1조2000억원)를 제시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처음 구입가격에 30%를 얹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더바디샵의 실적부진은 가격 조정 요인으로 꼽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더바디샵은 로레알에 인수된 뒤 기존 50개국, 2000개였던 매장 수를 66개국, 3000여개로 늘렸다.
그럼에도 작년 상반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0.6% 줄어 3억9860만유로(약 5570억원)에 머물렀고 영업손실은 720만 유로(약 100억원)에서 2220만유로(약 310억원)로 3배 넘게 폭증했다.
또한 더바디샵은 2013년 유럽연합(EU)의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 법안 통과를 계기로 안전성 확인을 위해 이를 요구하는 중국과는 인연이 없다. 이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배경으로 진단된다.
◆올리브네트웍스, 역학구도의 정점
매각주체로 지주사 CJ가 나설 것인지, 아니면 사업 연관성이 높은 CJ올리브네트웍스(이하 올리브네트웍스)가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다만 2014년 IT사업체인 CJ시스템즈와 올리브영이 올리브네트웍스로 합병된 이후 그룹 최대 수익원이 된 만큼 영향력이 막강해진 게 사실이다.
올리브영은 2010년 이후 연평균 40%대 매출성장률을 기록했고 CJ시스템즈 역시 탄탄한 내부거래망에 기대 매년 15% 이상의 성장을 이뤘다.
눈에 띄는 것은 지난해 9월 올리브네트웍스가 그룹 내 또 다른 관계사 CJ파워캐스트, 재산커뮤니케이션즈를 빨아들이면서 사업영역을 IT와 미디어, 헬스&뷰티를 아우르는 연합체를 이룬 점이다.
이 과정에서 지주사 CJ의 지분율이 76.1%에서 55.0%로 줄고, 대신 이재현 회장의 동생 이재환 CJ파워캐스트 이사가 이 회장의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과장을 제쳐 2대 주주(20.5%)에 올랐다.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뒀을 때 그룹 역학구도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반면 이들 관계사가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었지만 올리브네트웍스에 흡수되면서 족쇄를 벗었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볼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올리브네트웍스의 상장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이재환 이사와 이선호 과장, 이밖에 다른 특수관계인을 합치면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44%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높은 올리브네스웍스는 내부거래를 통한 안정적인 매출이 가능하다"고 짚었다.
아울러 "아직 지주사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승계구조를 감안했을 때 올리브네트웍스의 상장 추진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