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인사이드컷] 서툰 기대였나…스트레스 푸는 거친 지출

백유진 기자 기자  2017.04.05 12:11:40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이 찾아왔지만 우울한 사회 분위기까지 밝게 바꿀 수는 없나 봅니다.

각박한 사회에 지친 직장인들은 얇아진 지갑을 보며 한숨을 지으면서도, 때론 스트레스로 충동적인 지출을 하곤 하는데요. 필자도 예외는 아닙니다.

얼마 전 필자는 스트레스에 못 이겨 충동적으로 반지 하나를 구매했습니다. 저의 생일에 맞춘 탄생석 반지였는데요. 결제를 한 뒤에는 '왜 그랬지'하며 후회했지만 택배 상자를 받는 순간에는 그동안 받았던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기분이었죠.

하지만 행복은 그렇게 길지 않았습니다. 막상 택배상자를 열어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물건이 들어있었기 때문이죠. 처음에는 택배가 잘못 온 것이 아닌지 의심했지만 결제내역을 다시 확인해보니 상품을 잘못 선택해 결제한 것이 맞더군요.

이렇게 충동적이고 바보 같은 구매를 하고 나니 얼마 전 화제가 됐던 신조어들이 생각났습니다. 바로 'X발(17 다음)비용'과 '멍청비용'인데요.

이 신조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누리꾼이 이에 대한 정의와 예시를 올리면서 화제가 됐죠. X발비용이란 '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돈'을 말합니다.

예를 들자면 '스트레스 받고 홧김에 치킨 시키기' '평소라면 대중교통 이용했을 텐데 짜증나서 택시 타기' 등이 있는데요. 필자가 스트레스에 못 이겨 필요하지도 않은 반지를 충동적으로 구매한 것도 이 비용의 적절한 예라고 할 수 있죠.

더불어 멍청비용이란 '본인의 부주의로 인해 멍청하게 낭비한 비용'을 일컫습니다. '할인 가능 상품을 제값 주고 샀을 때'나 '영화를 미리 예약해두고 시간을 착각해 보지 못했을 때' 등 멍청하게 돈을 낭비했을 때 사용되는 말입니다. 부주의로 상품을 잘못 주문한 필자의 사례 역시 멍청비용에 해당하겠죠.

이런 단어들이 젊은 층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는 이유는 우리에게 적잖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지만, 한편으로는 참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사실 X발비용이나 멍청비용으로 날리는 금액은 택시, 치킨, 영화표 등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X발비용·멍청비용이라는 다소 저속한 단어로 이를 규정하며 자책하죠.

요즘 젊은 세대들은 취미도 스펙으로 여길 만큼 자기관리에 치중하며 각박한 삶을 살아갑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서는 나를 위해 소비하는 작은 금액도 '사치'일 수밖에 없겠죠.

매서운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이 찾아오는 것처럼 우리 사회의 젊은 층에게도 하루 빨리 봄기운이 깃들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