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최저임금 1만원 현실화 '만인과' 답습 말아야

임혜현 기자 기자  2017.04.05 09:06:49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조선 숙종 연간에 대사헌(오늘날의 검찰총장) 등을 지낸 윤휴는 학식이 높아 특별히 관직에 채용된 인물이었지만, 공리공론에만 치우치지 않고 어려운 민생을 구제하는 데 관심이 높았다.

호패제도를 개편해 양반과 평민 등의 구별을 줄이는 등 뿌리 깊은 계급구조에 균열을 일으키려는 노력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특히 그는 서인들이 말로만 북벌을 외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실질적으로 청나라와의 전쟁 준비를 하는 데 골몰하며, 수레를 적극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특히 제대로 훈련된 군인이 많이 필요하다는 점, 이를 위해 장교 육성에 근본적인 대개혁이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에 그는 28명을 뽑는 데 그치던 과거의 무과를 대대적으로 혁신해 그야말로 1만명을 채용하자고 주장했다. 반상에 상관없이 응시, 실력대로 채용될 수 있도록 길을 연 '만인과'를 시행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시행되긴 했어도 부작용이 만만찮았다. 만인과에 합격한 이들을 제대로 월급을 주고 관직에서 국방 업무를 보게끔 주변 제도를 정비하는 일에 기득권에 젖은 다른 양반 관료들이 사보타주(태업)를 벌인 것이다.

당당한 장교급 관원으로 급여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병졸로 편성되는 상황까지 빚어졌고 이에 대한 원성이 높아지자 주동자를 끌어다 태형으로 다스리는 일도 일어났다.

윤휴는 개탄 끝에 관직에서 물러나고자 했으나 그조차 여의치 않았다. 결국 이렇게 시대와 불화하던 그는 송시열 계열의 서인 정치인들에게 시달렸고, 결국 누명을 쓰고 사약을 받았다.

오늘날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이슈가 부상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옛 사회당(오늘날의 노동당) 후보가 거론한 것이 또다시 대선을 치르게 된 지금에서야 꽃봉오리를 맺은 셈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 꽃봉오리가 만개할 수 있을지에 대해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장미 대선을 앞두고 일종의 패션처럼 소진되고 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많다.

최저임금은 단순히 늘어나는 부담을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느냐 여부의 논쟁으로 풀 이슈는 아니다.

최저임금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 찾아야 할 이익 구조를 아르바이트 수당 깎기 등 급한 불 끄듯 처리해온 경제 구조 전반에 경종을 울리고, 프랜차이즈 가맹비나 카드 수수료 등 소상인에게 불리한 점들을 모두 건드린 뒤에 이를 화룡점정 격으로 풀어야 한다.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는 임금 경직성 강화 등 부작용만 먼저 급격히 부각돼 추진 안 하느니만 못한 최악의 상황을 불러올 수도 있다.

만인과의 교훈처럼, 사보타주로 발목을 잡을 이들을 선별해 모두 설득하고 저항을 최소화하는 공을 애써 외면하려는 정치인들은 이 문제를 논의할 자격이 없다. 그저 손쉬운 대선 공약으로 접근하고 도입을 시도하느니, 차라리 장기 과제 삼더라도 꾸준히 공을 들이는 성의를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