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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 "그리웠던 흑자, 짜이찌엔…" 中 관광객 빠진 면세점

서울 시내면세점 매출 급감…신규 개점 연장 목소리 커져

백유진 기자 기자  2017.04.04 16: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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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성 조치가 면세점들의 숨통을 점점 조이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적자에서 간신히 벗어난 서울 신규면세점들은 다시금 매출 하락의 쓴맛을 보고 있다.

지난달 15일부터 중국 정부가 여행사를 통한 단체 여행객의 한국 관광을 금지시킨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매출의 7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면세점들의 상황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

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지난 1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롯데면세점을 찾았다. 사드 보복 논란 이전 중국인 관광객으로 정신없이 북적거렸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이 가득했던 특정 화장품 매장 또한 유난히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랜만에 롯데면세점을 찾은 직장인 김은선씨(28)는 "명동에 중국인들이 없다고 해 쇼핑 차 면세점에 와봤는데 생각보다 더 사람이 없어서 놀랐다"며 "예전에는 백화점에는 사람이 없고 면세점에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반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롯데 50주년 기념을 맞아 대규모 세일을 진행하던 롯데백화점에는 쇼핑을 즐기는 고객들로 가득했다.

이 같은 면세점의 상황 악화는 수치로도 입증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15일 이후 매출이 30% 줄었고, 그중 중국인 매출은 40% 감소했다. 신세계면세점과 HDC신라면세점도 마찬가지로 20%가량 매출이 떨어졌다.

롯데면세점 인근에 위치한 신세계면세점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특히 그동안 가이드의 주도 아래 면세점을 찾았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단 한 팀도 찾아볼 수 없었다.

HDC신라면세점의 상황이 가장 심각했다. 올해 1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 수준이었다.

HDC신라면세점은 지난 1월 서울 시내면세점 최초로 532억원의 매출과 1억2500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어 2월에도 매출 670억원, 영업이익 10억원으로 두 달 연속 흑자를 낸 바 있다.

그러나 지난 주말 저녁 방문한 HDC신라면세점에는 직원을 제외한 고객의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고객보다 많은 것은 당연했고, 심지어 직원이 없이 매장을 비워두는 경우도 있었다.

한 화장품 매장 직원은 "중국 사드 보복 이후로 중국인이 확연히 줄었다"며 "이전까지는 면세점 인근에 위치한 영화관에 방문했다가 면세점에 들리는 국내 고객들도 꽤 있었지만 영화관이 공사에 들어가면서 이도 급격히 줄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면세점 업계에서는 올해 오픈 예정인 서울 시내 신규면세점의 개점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 12월 서울 시내 신규면세점 입찰에 선정된 △롯데면세점 △신세계디에프 △현대백화점 △탑시티가 올해 문을 열게 되면 업체의 타격이 더 커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더불어 신규 면세점들은 특히 중국인 단체 관광객 의존도가 전체의 60% 수준이고 중국인 비중은 80%에 달해 피해가 보다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보복성 조치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신규 면세점을 오픈한다는 것은 면세점 업계 스스로 자멸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업계에서는 사드 보복으로 일부 면세점은 도산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