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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룬 기아차 프리미엄 브랜드, 스팅어의 부담감

'시기상조' 우려 속 잠정 보류…우후죽순 엠블럼 도입 '독' 우려

노병우 기자 기자  2017.04.04 14: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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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기아자동차(000270)의 프리미엄 브랜드 출범 소식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고 결국 잠정 보류됐다. 

당초 기아차는 △플래그십 세단 K9 △후륜구동 스포츠 세단 스팅어 △대형 SUV 모하비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묶어 출범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제네시스 브랜드와 직간접적으로 비교했다. 자칫 현재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동급모델 간 '제 살 깎기' 경쟁에 따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가 프리미엄시장을 포기하지 않는 한 제네시스와 같은 브랜드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기아차만의 차별화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다면 프리미엄시장에서도 여전히 현대차의 동생이미지일 것"이라고 짚었다.

덧붙여 "더군다나 현재 기아차가 프리미엄 브랜드를 잠시 연기한 데에는 제네니스의 영향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직 제네시스의 라인업이 모두 갖춰지지 않은 데다 일단 그룹차원에서 역량을 총 동원해 제네시스를 조금 더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 데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 

이에 기아차도 당분간 △승용 △RV △고급, 총 세 개의 라인업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즉, 과거 제네시스가 현대라는 큰 틀 안에서 제네시스 엠블럼을 달았던 것과 유사한 행보인 것이다. 

이의 일환으로 기아차는 2017 서울모터쇼에서 프리미엄 라인업에 선봉장 역할을 해줄 스팅어를 공개하는 동시에 새로운 엠블럼도 함께 선보였다. 아울러 내년에는 플래그십 세단 K9의 후속모델에도 새로운 차명과 엠블럼이 더해질 것이란 입장도 내비쳤다. 

김창식 기아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은 "앞으로 기아차의 고급차 라인업을 본격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며, 그 첫 시작은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인 스팅어"라고 말했다.

이어 "(알파벳 E 모양의)새 엠블럼은 'Engineered by Excellence(탁월함으로 구현된 차)'라는 핵심가치를 지닌다"며 "이를 통해 기아차만의 고급차 라인업 차별화를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스팅어가 짊어진 무게가 무겁다. 스팅어는 기아차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인 데다 스팅어의 성공 유무가 곧 기아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론칭 재추진 여부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팅어의 탄생이 향후 제네시스에 이어 또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 출범을 알리는 신호탄임에는 틀림없지만, 혹여나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기아차의 프리미엄 브랜드는 만나보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제네시스의 경우 차명이 브랜드명이고 엠블럼 역시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됐지만, 기아차가 현대차와 같은 행보를 보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초 기아차가 스팅어를 CK라는 프로젝트명으로 개발할 때만 해도 차명이 'K8'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스팅어란 차명에 별도의 엠블럼이 달렸다. 여기에 현재 모하비는 모하비만의 엠블럼을 달았고, 기아차는 K9에도 새로운 차명을 부여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가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하비, 스팅어 이렇게 우후죽순으로 브랜드나 엠블럼을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기아차 정체성에 독이 될 수 있다"며 "제네시스처럼 통일하려면 또다시 새 이름을 지어야 하는 꼴이 돼버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