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솔그룹 계열 보안솔루션업체 한솔넥스지(081970)가 3일 최대주주 지분매각 여부를 묻는 조회공시에 부인한 직후 9% 넘게 급락하는 등 불안한 하루를 보냈다.
다행히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한솔넥스지는 전일대비 0.95% 내린 7330원에 거래를 마쳐 한때 10%에 육박하던 하락폭을 상당부분 만회했다.
지난달 2일 5090원에서 출발한 한솔넥스지 주가는 24거래일 중 14거래일을 상승 마감했고 3월 마지막 날 7400원까지 치솟아 월간 상승률이 45.38%에 달했다. 이를 감안하면 투자자들로서는 4월 첫 거래일을 지옥과 천국을 오가며 마음 졸인 셈이다.
오전 급락세의 원인은 개장 전 나온 조회공시답변이었다. "최대주주의 지분매각 추진과 관련해 최대주주에 확인한 결과, 검토되거나 추진된 내용이 없다"는 내용이다.
이는 지난달 31일 한 매체가 보도한 정보보안업체 윈스(136540)와의 매각 협상설 관련 회사의 공식 입장이었다. 매수자로 거론됐던 윈스 역시 "당사는 이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검토한 사실이 없고 현재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입을 맞춰 관련 재료를 소멸시켰다.
현재 한솔넥스지의 최대주주는 지주사인 한솔홀딩스(004150)의 자회사 한솔인티큐브(070590)와 손자회사 솔라시아(070300)가 각각 20.23%, 18.42%의 지분율로 공동최대주주다.
그 중에서도 한솔인티큐브는 솔라시아의 최대주주(32.47%)를 겸하고 있어 한솔넥스지는 지주사의 손자회사안 동시에 종손회사로 얽혀 있다.
일단 한솔넥스지는 부인했지만 매각이 추진될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주사 전환을 강력하게 추진 중인 한솔그룹에 있어 솔라시아 몫의 한솔넥스지 지분을 터는 것은 중요한 숙제인 탓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또 다른 손자회사의 주주가 될 수 없다. 현재 지배구조상 솔라시아는 한솔넥스지와 같은 손자회사기 때문에 한솔그룹이 지주사로 변신하려면 솔라시아가 보유 주식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
매각 이슈는 최근 한솔넥스지 주가 상승에 중요한 재료였다. 오후 들어 하락폭이 줄고 급락세가 다소 진정된 것은 매각작업이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솔인티큐브와 솔라시아 주가는 장중 5~8% 가까이 뛴 것도 그 방증이다.
일례로 솔라시아가 작년 12월21일 공시한 한솔넥스지 주식의 지분법 적용 중단은 중요한 사전작업 중 하나로 꼽힌다. 솔라시아가 한솔넥스지의 대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신 보유지분을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실탄'으로 삼을 것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행법상 손자회사 행위제한 요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솔라시아의 지분매각 시한이 정해져 있다는 게 핵심이다. 회사가 공시한 해결시한은 오는 2018년 8월31일까지다.
한편 한솔그룹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규모기업집단 가운데 63위로 12개의 상장사를 거느리고 있다. 삼성그룹에서 1993년 독립한 이후 제지사업을 주력으로 전자/IT, 물류/유통 등 사업영역을 확대했지만 주력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게 흠으로 꼽힌다.
이강서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제지부문이 우수한 사업안정성으로 전자/IT, 레저/엔지니어링 부문의 불안한 요소를 보완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은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외손자로 2002년 모친 이인희 고문의 뒤를 이어 그룹 사령탑에 올랐다. 특히 외환위기 여파 속에서 한솔제지 등 주력사의 경영난을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2013년 제지업체 담합으로 360억원대 과징금 처분을 받는 등 수차례 내부거래, 담합 논란에 시달리며 리더십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이에 맞서 조 회장은 창립 50주년인 2015년 지배구조 개편을 대응 카드로 꺼냈고,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지금까지 조 회장과 한솔그룹의 숙원사업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