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7.03.30 18:07:21
[프라임경제] "맛술이라는 건 400년 전 일본에서 처음 생겼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요리용이 아니라 일종의 음료였다고 하는데요…."
30일 롯데주류가 신혼부부들을 대상으로 서울 잠실에서 연 롯데 미림 쿠킹클래스 현장. 유명 요리연구가인 김수진 한류음식문화연구원장이 신혼부부들을 대상으로(예비부부 포함)으로 요리법과 플레이팅 기법(차림법, 담기)을 강의했다.
이 행사는 맛술 미림을 활용해 식재료 특유의 감칠맛을 더하고 음식을 더 맛있게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롯데주류가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요리강좌. 30일 행사는 특히 신혼부부를 추첨 초청한다고 공지됐고, 우연히 본지 기자 중에 배우자 명의로 신청을 해 당첨된 신혼 사례가 나와 실제 강의 내용 등을 들어볼 기회가 생겼다.
우연에 따른 참석이지만, 현장에서 각별히 눈여겨 본 점은 바로 미림 위상에 관련해, 어떤 포지셔닝을 하는지 감지할 수 있냐는 점이었다.
롯데주류가 만드는 미림은 1987년 첫 출시돼 한국에 맛술 개념을 처음 본격화한 선두 주자다. 2008년 용기 변경을 하는 등 장수해 오고 있으나, 미작 등 후발 주자의 추격에 태평성대는 오래 전 끝났다는 평이 나돈지 오래다.
◆ 14% 미림, 유일한 맛술? 요리연구가 내세운 장점 홍보
과거 쇠고기, 돼지고기나 해산물의 밑간 때 청주나 소주를 쓰고는 했다. 술을 넣으면 누린내나 비린내를 없애준다. 생선살을 단단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
이 역할을 전문적으로 해 따로 개발돼 나온 게 맛술이고, 한국 맛술 시장의 효시가 미림이다. 그런데, 시중에 나온 일명 맛술들 가운데 알코올 함유량이 14%로 진짜 '술'에 속하는 제품은 롯데주류의 미림 뿐이다. 오뚜(007310)의 미향, 대상 청정원(001680)의 미작은 알코올 함유량이 1% 안팎으로 시작했다. 각각 레몬식초와 매실농축액 등을 넣어 잡내를 잡는 역할을 하면서 새 틈새 개척을 하고 나선 것이다.
롯데는 이 점에서 신혼부부 등 아직 요리 습관이 완전히 굳어지지 않은 이들에게 어필할 필요를 느끼는 것 같다.
실제로 이날 강사는 "전문가들은 미림의 효과가 타회사 제품보다 낫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여러 맛술로 밑간을 해 비교해 볼 때) 아미노산 형성이나 당분 생성 등 효과에서 그렇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다만 과도한 광고나 홍보는 지양하고, 요리 비법과 쉽게 재료를 손질하는 방법 등을 다양하게 전달해 기분좋게 정보를 얻어간다는 느낌을 줬다. 쭈꾸미와 새우 등을 직접 다루면서 맛술 사용의 경제성과 편의성을 느끼게 하는 전체 구성도 큰 무리없이 자연스러웠다.
14% 도수의 자연스런 숙성 효과를 은연 중에 자랑하면서도 거북함을 주지 않는 대기업다운 홍보의 현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가격 경쟁력 '글쎄'? 업소용 안 되니 리테일 진검승부?
맛술 영역을 바라보는 롯데의 시선은 편치만은 않은 상황. 오뚜기 미향이나 대상 미작 대비 효과가 탁월하다 가정해도 가격 경쟁력은 잃었다는 평가다.
30일 네이버쇼핑 정보에 따르면 미작 2Kg 3950원, 미향 1.8리터(부피와 무게 상관관계는 기압과 온도 영향을 받으나, 대체로 '리터=Kg'으로 보면 된다) 4910원에 구매 가능하나, 같은 시간대 정보를 보면 미림은 1.8리터에 7090원이다.
179%가량이나 비싼 셈인데, 따라서 업소용으로서는 경쟁이 어렵고 시장을 리테일 소량 소비 쪽으로 잡아 기사회생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일부 해석은 타당한 구석이 적지 않다.
한 번 맛을 들이고 습관이 붙으면 충성고객으로 오래 가던 게 가정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생활용품 시장이었다. 미풍의 물량 공세에도 명작으로 꼽히던 미원이 끝내 왕좌를 유지한 케이스가 대표적이다.
미림은 미원의 수성 전략과 무용담을 답습하고 새 신화를 쓸 수 있을까? 해박한 지식과 유려한 실습 과정 전개 등 준비된 간접홍보의 저력을 보면 이런 기대감에 전혀 근거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