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로마 제국의 대표적 폭군으로 꼽히는 네로 황제는 결국 반란이 일어나자 자결했다. 그렇게 민심 이반이 일어난 원인 중 하나, 그리고 결정적 방아쇠가 바로 '로마 대화재'였다.
대화재로 가족과 생활 터전을 잃고 좌절에 빠진 로마 시민들 사이에는 유언비어가 돌았다. 웅장하고 깔끔한 새 수도로 대대적 정비를 하기 위해 황제가 화재를 일부러 일으켰거나, 적어도 진화작업을 소홀하게 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물론 네로로서는 억울한 일이겠으나, 평소에 한 행동을 볼 때 불타는 로마를 보며 노래를 하고도 남을 사람쯤으로 보였던 단초는 그 스스로 공급한 것이다.
29일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구룡마을에서 일어난 화재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 "박근혜 영장실질심사 하루 전 구룡마을 화재는 용의 승천인가 아니면 하늘의 분노인가 아니면 영장기각의 암시인가"라고 썼다.
그는 "불은 행운이고 길조의 상징인데 정치인 박근혜 부활의 징조 격"이라면서 "진실은 아무리 엮어도 진실일 뿐이고 진실은 왜곡시키면 시킬수록 빛난다"고까지 말했다.
아무리 처형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상황이 인척으로서, 또 보수 정객으로 안타깝고 또 이번 불이 그런 상황을 타개할 상서로운 징조처럼 생각됐다고 가정해도 이런 말을 하는 건 어떤 의도일까.
설사 전에 구룡마을 주민들이 단체로 몰려가 탄핵 인용 축하 입장을 표명하며 신 총재의 원한을 산 적이 있다 치더라도 분명 지나치다.
이 같은 길흉화복을 점치는 대신 왜 서울의 대표적 부촌 한복판에 불법 비닐하우스촌이 여태 있었는지 고심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2011년 처음 개발방침이 정해졌지만 논란 끝에 결국 소송까지도 치러야 했을 정도로, 이곳의 문제는 복잡하다.
신 총재가 이번 불을 보고, 올해 2월에 대법원 판결에 의해서야 '공영방식'으로 가닥을 잡을 수 있었던 다사다난한 사정, 가난한 이들과 여러 관청 간의 얽히고설킨 사정을 살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별세한 장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을 대신해 다시 구룡마을 같은 압축성장의 어두운 그림자가 다시 생기지 않게 노력하겠다는 감상을 품었다면 또 어땠을까.
지금의 화재 감상문은 그런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또 처형인 박 전 대통령 영장심사 건에도 음으로 양으로 부담만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