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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인의 이런 마니아] 어린애라도 좋아, 인형이 좋아

전혜인 기자 기자  2017.03.29 17: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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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누구나 취미생활 하나쯤은 있겠죠. 어떤 사람은 운동을 좋아해 몸을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또 어떤 사람은 추리소설 등을 보며 머리를 바쁘게 쓰기도 합니다. 그런 대신 지갑을 분주하게 여닫는 이도 있겠죠. '이런 마니아'에서는 현대인들의 여러 수집 취미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소개합니다.

요즘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인형 뽑기 가게들이 엄청 많은데요, 최근 '포켓몬 Go' 게임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포켓몬 인형들을 품에 가득 안고 가는 사람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인형 뽑기에는 영 재능이 없는 필자에게는 그저 부러운 일이죠.

인형(人形)이라는 이름에서 의미하듯 보통 사람 형상의 완구 또는 장식품을 뜻하지만, 우리가 인형이라고 할 때 떠올리는 것은 보드라운 털을 가진 동물 형태죠. 우리나라에서는 인간 형태와 동물 형태 다 인형이라고 부르지만, 영어권에서는 사람 형태의 인형은 'Doll', 동물 형태는 'Stuffed Toy'로 구분한다고 하네요.

어린 시절 처음으로 엄마에게서 떨어져 혼자 잠이 들어야 했을 때 반드시 품에 안고 들어갔던 낡은 오리 인형은 몇 번 이사를 거치면서 어디로 갔는지 사라져 버렸지만 여전히 필자의 방 침대에는 인형이 가득합니다.

성인이 돼서 인형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어린애 같다든가 철이 덜 들었다든가 하는 말을 들을 때도 많지만, 그래도 여전히 인형 뽑기 가게는 손님들로 넘쳐나고 모든 남자친구는 쓸모없는 선물인 줄 알면서도 여자친구에게 한 번쯤은 대형 곰인형을 선물하는 것을 고민하곤 하죠.

사실 인형은 아주 고대로부터 행복을 부르고 재액을 쫓아내는 의미로 사용됐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모양, 다양한 의미의 인형이 존재하죠.

러시아에는 '마트료시카'라는 이름의 인형이 있습니다. 큰 인형을 열면 또 다른 작은 인형이 나오고 또 그 인형을 열면 더 작은 인형이 나오는, 마법 같은 인형인데요. 러시아 하면 딱 생각날 정도로 유명한 인형이지만 사실은 일본에 있는 전통인형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한, 100여년 밖에 안된 젊은 인형이라고 합니다.

마트료시카는 부유함과 행운을 가져다주는 인형이라고 하는데요. 손재주가 있는 친구가 직접 그림을 그려 필자에게 마트료시카 인형을 선물하기도 했죠. 인형이 작아질수록 표정이 변하는 게 아주 귀엽지 않나요?

일본에는 여러 인형들이 있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식당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손 흔드는 고양이 인형 '마네키네코' 입니다. 한쪽 앞발을 들고 사람을 부르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손님과 재물을 불러들이는 의미가 있어 개업 선물로도 많이 사용된다네요.

과거 TV 광고를 통해 유명해진 '걱정인형'은 중부 아메리카 과테말라의 전통인형입니다. 어린이들이 걱정이나 공포로 잠을 이루지 못할 때, 부모님들은 아이에게 걱정 인형을 쥐어줍니다. 아이가 밤에 인형에게 걱정거리를 말하고 잠이 들면 부모가 그 인형을 치워버리는데, 이때 걱정도 함께 날리는 의미라네요.

우리나라에는 전통인형이 있을까요? 의외로 우리나라에서는 긴 역사에도 전통적으로 인형을 고증할 만한 자료는 딱히 없는 현실이라고 하는데요. 현재 '전통인형'이라고 나오는 것들도 사실 전통의상을 입힌 사람 형태의 인형일 뿐 과거부터 존재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