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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만 KT '기가 지니' 타깃 마케팅…실적은 비공개

올 판매 목표 50만대? 출시 두 달여 1만~2만대 추정

황이화 기자 기자  2017.03.29 16: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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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황창규 회장 작품'으로 알려진 KT(030200)의 인공지능(AI) 서비스 '기가 지니'의 판매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KT의 강점인 IPTV 활용 타깃 마케팅 전략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업계 진단이 나온다.

29일 KT 등에 따르면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 1월 출시한 기가 지니 개발 때부터 연구소를 방문해 직접 개발에 참여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 회장은 기가 지니를 놓고 경쟁사 제품보다 기능이 더 낫다며 자신감을 보여왔다. KT가 올해 제시한 기가 지니 판매 목표는 무려 50만대다.

그러나 KT는 출시된 지 두 달여가 지난 현재, 기가 지니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업계는 기가 지니 판매량을 1만~2만대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29일 기준 구글 안드로이드 앱스토어에서는 기가 지니 전용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수가 1만건을 상회하는 수준이고, 기가 지니 이용 후기가 몇 건 게시됐을 뿐이다. 앱 다운로드 수가 공개되지 않는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기가 지니 이용 후기가 전무하다.

기가 지니 전용 앱이 TV나 스마트폰과 기가 지니 기기 연동을 위해 필수 설치해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앱 다운로드 현황은 업계 판매량 추정치와 비슷하다.

기가 지니와 유사한 국내 서비스인 SK텔레콤(017670)의 AI 서비스 '누구'는 지난해 9월 출시 후 매달 1만대 꼴로 판매됐으며, SK텔레콤은 3월 기준 7만대 판매를 돌파했다고 알렸다. 단순 비교할 경우 기가 지니 판매량은 누구 판매량 대비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처럼 기가 지니 판매량이 저조하자 업계에선 KT가 택한 일종의 타깃 마케팅이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가 지니는 '인공지능 TV'를 표방한 만큼 TV와의 연동에 따른 시각화가 강점이다. 다만 이 TV 기능을 활용하려면 KT의 IPTV 서비스인 올레TV에 가입해야만 한다.

때문에 올레TV 가입자가 아닐 경우 TV를 활용한 시각화 경험이 불가능하며, 스피커 기능만 쓸 수 있다. 미가입자는 서비스 핵심을 이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KT는 유료방송업계 1위라는 지위를 활용하고, 양 사업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강국현 KT 마케팅 부문장은 기가 지니 출시 간담회에서 "현재 셋톱박스 판매량만 120만대가 넘는데, 이 중 기가 지니 가입자를 유치하려 한다"는 계획을 전한 바 있다.

KT는 가격 혜택도 올레TV 가입자에게만 돌아간다. 올레TV 가입자가 기가 지니를 구매할 경우, 기존 셋톱박스를 기가 지니로 교체하면서 비용을 추가 납부하면 된다. 올레TV 가입 상품에 따라 최소 15만8400원, 최대 23만7600원으로 기가 지니를 구매할 수 있다.

반면, 올레tv에 가입하지 않은 고객이 기가 지니 단품을 구매하려면 29만9000원을 내야 한다. TV연동 이용을 할 수 없지만 구매 비용은 더 비싼 것. 게다가 이 경우 타사 제품 대비 가격경쟁력이 현저히 낮아진다.

이에 최근 업계에서는 "기존 IPTV 가입자를 활용하겠다는 KT의 전략이 획기적이라 생각키도 했으나, 실제 효과는 그다지 큰 것 같지 않다" "최근 서비스 개방이 활발한 가운데 일종의 폐쇄 마케팅이 승부수가 될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아직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러한 우려를 감안해 KT는 타깃 마케팅의 폐쇄성을 극복한다는 취지로 케이블방송사와의 협력을 시사하기도 했다. 올레TV 가입자가 아닌 고객은 시각화 서비스 이용이 어렵다는 지적에 임헌문 KT Mass총괄 사장은 "향후 케이블 방송사와도 협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던 것.

그러나 현재 케이블업계에 나도는 말을 모으면 이와 관련한 KT의 접촉은 없다. 또 협력 제안이 오더라도 단순히 기기 공동 판매는 의미가 없다는 전언도 나온다.

케이블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케이블방송사들도 저마다 셋톱박스를 개발해 열심히 판매하고 있는데, 타사 셋톱박스(기가 지니)를 더 열심히 판매한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단순히 공동으로 판매하는 협력이 아닌 기술 협력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KT의 협력 제안도 없지만, 실제로 기기를 공동 판매하려면 시스템적인 통합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관련 상품이 출시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일부에서는 KT 내부적으로도 물량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가입자 확대에 방해 요소로 작용한다는 견해도 내놓는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앞서 기가 지니 판매 목표에 따라 공급을 위해 선주문했지만, 제조사 사정 등으로 주문에 대한 공급이 다소 밀려있다"고 응대했다.

여기 더해 "현재 지역별로 차이가 있고 1~3주가량 대기 고객이 있는 상황이지만, 향후 물량 공급이 점점 나아져 4월 정도에는 대기 없이 바로 개통 가능할 것"이라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