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훈식 기자 기자 2017.03.29 15:25:50
[프라임경제] 그동안 국내시장에서 좀처럼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던 볼보자동차코리아(이하 볼보차코리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와 같은 독일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북유럽 스타일의 고급화 전략으로 국내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XC90에서부터 시작된 볼보차 플래그십 라인업은 어느 수입브랜드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확보했다. 볼보차는 이런 분위기를 '최종 플래그십 모델' 크로스컨트리로 이어가 국내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볼보차코리아가 출시한 '스웨디시 라이프스타일러(Swedish Lifestyler)' 콘셉트 크로스오버 모델 '더 뉴 볼보 크로스 컨트리'는 세단과 SUV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세그먼트다. XC90과 S90에 이어 볼보차가 국내에 마지막으로 선보이는 '90 클러스터 기반' 플래그십 모델이다.
볼보차 V90을 기반 삼아 전고와 지상고를 높인 크로스 컨트리는 세단 주행감은 물론, 사륜구동 SUV 퍼포먼스와 활용성을 모두 갖춰 SUV의 강력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과연 볼보차의 '라스트 플래그십' 크로스 컨트리가 XC90과 S90의 흥행을 이어받아 국내 소비자들을 유혹할 수 있을지 직접 시승을 통해 살펴봤다.
시승코스는 경기도 가평 아난티 펜트하우스를 출발해 여주 저류지를 왕복하는 약 160㎞ 거리로, 고저차가 심한 와인딩 코스와 고속도로·오프로드까지 포함돼 전반적인 차량 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웨디시 럭셔리 '토르의 망치' 최저 지상고 'SUV 수준'
플래그십 XC90과 S90에서 호평을 받은 새로운 디자인 콘셉트가 적용된 크로스 컨트리의 첫 인상은 브랜드 특유 스웨디시 럭셔리 이미지에 거친 비포장도로를 거침없이 달리는 강인한 SUV가 조화를 이룬 모습.
크로스 컨트리의 가장 큰 특징은 세단과 SUV가 조화를 이룬 차체로 △전장 4940㎜ △전폭 1880㎜ △전고 1545㎜ △축거 2941㎜의 크기를 자랑한다. 특히 210㎜에 이르는 최저 지상고는 일반 SUV와 유사한 수준으로, 운전자에게는 쾌적한 시야를 제공하면서 가파른 경사나 고르지 못한 표면으로부터 차량을 보호한다.

또 앞뒤 윤거를 각각 1652㎜, 1643㎜까지 넓혀 코너링 시 좌우 하중이동을 최소화하고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성까지 확보했다.
전면 디자인에선 T자형 헤드램프와 아이언마크가 적용된 세로 그릴이 눈에 띈다. 북유럽 신화 '토르의 망치(Thor Hammer)'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풀-LED 헤드램프는 차량 전체 인상을 보다 강렬하게 완성시킨다.
보다 중후하면서도 웅장하게 만드는 세로 그릴도 그릴 바마다 5개 메탈 장신구를 장착해 보다 거친 느낌을 주며 XC90 및 S90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세련된 느낌으로 바뀐 아이언마크 화살표도 그릴 대각선에 일치시켜 그릴 전체 디자인을 보다 일체감 있게 완성시켰다.
한편, 기능미와 우아함을 갖춘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콘셉트의 인테리어는 천연 우드 트림을 이용해 탑승객에게 배려하는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선사한다. 인체공학적 시트는 물론, 천연 나뭇결이 살아있는 월넛 나무를 사용한 검정색 천연 월넛 우드 트림에선 자연 그대로의 느낌을 안긴다.
시트도 새롭게 개발된 펄심 기법(Pearl Seam·굵고 가는 바늘땀을 번갈아 교차하는 바느질)을 이용해 내구성이 크게 향상된 편이다. 프로 트림의 경우 최고급 소가죽인 나파(Nappa) 가죽을 사용했으며, 1열 운전석과 조수석 좌석에 마사지 기능도 추가했다.
아울러 태블릿 PC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세로형 9인치 센터콘솔 디스플레이는 센터페시아 내 버튼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극대화된 세련미까지 느낄 수 있다. 스마트폰 화면전환 방식으로 직관적 조작이 가능할 뿐 아니라 빛 난반사 방지 차원에서 반사방지코팅 처리까지 하는 섬세함까지 놓치지 않았다.
기본 용량이 560L에 달하는 트렁크는 2열좌석 폴딩(60대 40 비율)시 최대 1526ℓ까지 확장되며, 손을 이용하지 않고 발 움직임만으로 트렁크 뒷문을 열 수 있는 핸즈프리 테일게이트 기능도 편의성을 높였다.
◆높은 차체에도 '묵직한 안정감' 변속감과 주행성능 '일품'
본격적인 시승을 위해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면 낮고 묵직한 엔진음과 함께 가벼운 진동이 느껴진다. 물론 적절한 수준의 디젤 특유 엔진음은 드라이버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며, 가속을 위해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도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새로운 엔진계통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이 적용된 2.0ℓ 4기통 D5 트윈터보 디젤 엔진이 탑재된 크로스 컨트리는 8단 자동 기어트로닉과 사륜 구동 방식을 통해 최대출력 235마력, 최대토크 48.9㎏·m의 성능을 발휘한다.
여기에 세계 최초 지능형 연료분사 기술 'i-ART'와 터보의 즉각 반응을 이끄는 파워펄스(Power Pulse)로 강력한 성능에 효율성까지 확보했다.

실제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지나치게 민감하지 않고 은근한 힘이 느껴지는 게 SUV에 어울리는 무게감을 선사한다. 세단보다 높은 차체에도 고속도로에서의 가속에서도 탑승자에게 흔들림 없는 묵직한 안정감이 기분을 좋게 한다.
여기에 풍절음과 노면음은 동승자와의 대화나 음악 감상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정숙했으며, 신속한 변속 성능과 매끄러운 주행품질이 일품이다.
전반적인 핸들링은 날카롭고 부드러웠다. 각이 심한 코너를 돌 때 속도를 높여도 밀려나거나 쏠림현상이 없을 정도로 차분하다. 오히려 강한 접지력이 인상적이며, 억지로 버티는 느낌이 아니라 정교하고 스무스했다.
브레이크 성능 역시 출중하다. 편안한 승차감에 스포티한 배기음과 서스펜션을 조합해 우아하면서도 여유로운 드라이빙을 가능케 했다.
크로스 컨트리는 고속주행에서 뛰어난 안정감을 뽐냈고, 코너링에서는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쏠림현상 없이 통과하는 등 인상적인 접지력을 자랑했다. 다소 무게중심이 높은 편이지만, 고속에서의 차선변경에도 원활하게 진행될 정도다.
오프로드에서는 SUV 4륜구동 시스템의 진가가 발휘됐다. 가파른 자갈길은 물론, 곳곳 파인 곳이 있었던 오프로드 주행에서 느낀 크로스 컨트리는 환상적이었다. 오프로드 주행 내내 시트에 느껴지는 충격은 크지 않았고, 고속방지턱 앞에서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했음에도 예상보다 완충효과가 뛰어났다.
뿐만 아니라 지능형 안전 시스템 '인텔리세이프'는 물론 △반자율주행 '파일럿 어시스트 II' △도로 이탈 보호 시스템 △시티 세이프티 등과 같은 첨단 안전·편의사양이 전 모델에 대거 장착됐다.
무엇보다 활성화 조건을 갖추면 발동 가능한 '파일럿 어시스트Ⅱ'는 스티어링 휠 버튼만으로 속도나 차간거리 등을 정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뗄 경우 경고 이후 기능을 중단해 자칫 놓칠 수 있는 운전 집중도까지 갖췄다.
크로스컨트리는 국내에서 입지가 튼튼한 세단과 최근 높은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는 SUV 성격을 모두 갖춘 차량이다. 때문에 주행감과 사륜구동 퍼포먼스, 그리고 활용성 등과 같은 성능 측면을 두고 봤을 땐 자동차시장에서 높이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세단과 SUV 중간'이라는 애매한 포지션이 오히려 '국내소비자에게 호감을 살 수 있을까'라는 의문점을 갖게 한다. 실제 크로스컨트리와 유사한 혼다 '크로스오버'의 경우 판매 부진으로 단종된 바 있다.
이와 함께 상품성에 비해 확보된 가격경쟁력(기본 vat 포함 6990만원)도 '성능보다 가격' 위주의 국내소비자들에게 관심을 끌기엔 부족한 느낌이 있다.
한편, 크로스 컨트리 판매가격(vat 포함)은 크로스 컨트리 6990만원, 크로스 컨트리 프로 769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