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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 시장 포화? '저렴이' 극복 롯데-신세계 대리전 2라운드

유통명가 간 경쟁 양상 속 고급화 시나브로 방점 이동…한국 소비자 반응 주목

임혜현 기자 기자  2017.03.28 17:2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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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저렴함이 가장 큰 무기였던 SPA(생산·유통일괄공정 의류) 브랜드 시장에서 지각 변동이 일어날지 주목된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세월, 한국에 SPA 개념을 세우고 줄곧 1위를 기록해온 유니클로의 성장세가 예전 같지 않다는 우려가 나와서다.

유니클로는 2015년 회계연도(2015년 9월~2016년 8월) 기준 1조1822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그 전년도에는 1조116억원대 매출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데이즈는 2016년 매출액 목표치 약 4750억원을 달성한 상황으로, 2011년 2207억원에서 5년 만에 덩치를 2배 이상 키우고 있다. 3등 자라는 지난해에는 3000억대 수준을 달리며 완만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토종' 브랜드인 데이즈의 약진으로 보기도 하고, 또 다른 시각으로는 SPA 분야 전반도 불황 여파를 겪는 것이라는 해석까지 존재한다.

다만 현재의 SPA 양상이 유통 부문의 외연 확대 노력과 맞물린 변화라는 풀이도 나와 눈길을 끈다. 유통명가 신세계와 롯데 문제를 떼놓고 SPA 가격 경쟁력만을 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판 흐름의 문제라는 것.

데이즈, 유통 모기업 경쟁력 덕분…그게 전부?

우선 성장세를 구가 중인 데이즈의 저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 브랜드가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한 가장 큰 요인으로 전국에 걸친 이마트의 유통망과 함께 가격 경쟁력이 꼽힌다.

대형마트에 자리 잡고 있어 접근성이 높은 데다 장기간 불황이 이어지면서 합리적 소비성향의 소비자들이 쏠린 것으로 평가된다.

이마트는 2009년 각각 다른 이름으로 운영되던 이마트의 의류 브랜드들을 하나로 통합해 데이즈를 선보였다. 그 뒤 2010년 10월 이마트 가양점에 대형마트 최초로 남성복과 여성복, 유아복과 아동복을 한 공간에 모은 데이즈 매장을 개소했다.

그러나 데이즈의 성장세를 이 같은 이마트 '후광'과 함께 '저렴이'에 안주한 상황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공통된 견해다. 지난해 9월에는 이마트 매장을 벗어나 스타필드하남에 단독매장도 열었다. 지난해 5월 공식 온라인몰도 여는 등 트렌드 변화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저렴하되 경쟁력에 한계가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해외 브랜드와 협업도 추진한다. 지난해 8월 이탈리아 브랜드 라르디니와 협업을 통해 남성 정장을 선보였고, 이어 올해 여성 정장까지 내놓았다.

정용진 신세계(004170) 부회장이 SNS에 데이즈 이슈를 올리는 등 적극적으로 챙기는 것도 관심을 모으는 부분이다.

유니클로, 가격표 잘못 만지작했다 주춤?

유니클로는 일본 기업 패스트리테일링과 롯데쇼핑(023530)이 51:49 지분 구조로 2004년 12월 에프알엘코리아를 설립하면서 상륙했다. 2005년 롯데백화점 영등포점과 인천점, 롯데마트 월드점 등에 처음 매장을 열었다.

한국 SPA 시장 자체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존재다. 2009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이후 3년 만인 2012년 5000억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2015년 브랜드 매출 1조원 시대를 연 이후 성장세가 둔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를 두고 한국 유니클로와 일본 유니클로 간 가격이 역전되는 품목이 생기는 등 일명 가성비 이점이 무너지는 여파에 기인한다는 풀이가 나온다. 특히 지난해 초 제품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는데 이로 인해 고객들의 충성도가 전 같지 않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 같은 가격 정책 수정은 자충수이기만 한 것인지, 같은 롯데 관련 SPA인 자라의 한국 시장 적응 상황을 보면 그렇다고 단언하긴 어려워 보인다. SPA 시장 3위 주자인 자라는 2007년 인디텍스와 롯데쇼핑이 80:20 비율로 합작사를 설립하며 한국에 출사표를 던졌다.

2012년 2000억원대 매출에 다다른 이후에는 성장세가 다소 느려졌다. 다소 높은 가격이 한계라는 지적 속에 수년간 2000억원대 매출에서 맴돈 것. 특히 2015년에는 80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 아픔도 컸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면서 제2의 안정기로 진입한 것은 비단 가격 정책을 고친 덕만은 아니다. 가격 정책을 수정한 외에도 '자라홈' 등 홈데코사업에서도 선전하며, 3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이 가능해졌다는 평.

결국 유니클로의 가격 관련 전략도 브랜드 속성과 이미지 변화 등을 시의적절하게 처리한 노림수로 볼 수 있다.

사실 유니클로가 에르메스 출신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르메르와 함께 F/W 'Uniqlo U' 컬렉션을 내세우며 SPA의 고급화를 이끈다는 점만 상기해도 전체 흐름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의 가격 전략에만 유독 이상기류가 있다고 보는 것은 어폐가 있다.

유통계 안전요새 겸 전진 교두보, 롯데 BU 가담 비롯 정중동

유니클로는 일본 기업, 데이즈는 토종상표라든지 자라의 가격 정책 변동이 어떻다든지, 이런 이슈들을 단면만으로 봐서 SPA계의 모습을 조망하기란 쉽지 않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국내 SPA 1~3등은 모두 유통 명가 롯데와 신세계에 어떤 식으로든 선을 대고 있어, 유통 분야 대리전이 치열하게 전개 중인 전장 중 하나로 봐야 한다는 것.

유통 대기업들은 이미 패션 사업을 안전한 콘텐츠를 확보하는 수익창출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과거 '유통의 꽃'이던 백화점이 하향세라는 데 이견이 없다. 백화점부터 대형마트, 아울렛, 온라인에 이어 면세점사업에서까지 전방위로 격돌 중이다.

여기에 과거 유통기업이 입점 브랜드에 대해 누리던 우월적 지위도 예전 같지 않다. 사정이 이러니, 더 다채로운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필요성이 커지는게 당연하고 SPA 브랜드 손질 역시 이 일환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신세계의 데이즈 사랑에 맞서 올해 롯데의 관련 지원이 커질지 주목된다. 그 신호탄은 사실 이미 올랐다. 16일 롯데그룹이 유통BU에 롯데백화점, 마트, 슈퍼, 홈쇼핑 등 유통 채널과 에프알엘코리아, 엔씨에프, 한국에스티엘 등 패션 영역 계열사 3곳이 함께 소속됐다고 공개한 것.

그간 롯데 쪽 패션 계열사들은 업계에서의 인지도는 나쁘지 않았고 실력도 인정받는 축이었으나, 롯데의 계열사라는 인식이 뚜렷하지는 않았다.

이번 대대적 조직개편을 통해 94개 계열사 중 금융, 해외법인 등을 제외한 50여개 계열사를 4개 유사부문으로 통합 관리하는 조직 BU를 신설하고 그 일환 삼아 에프알엘코리아(유니클로)의 BU 편입이 알려진 것이다. 그룹 재편 작업이 분주한 중에 SPA 영역에 대한 관심의 고삐를 외려 바짝 당긴 셈이다.

유니클로의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24일부터 26일까지 오픈 할인 행사를 실시했고, 부산 경성대점 오픈(31일) 등 지방 매장 확충 노력도 정중동 양상을 띤다. 이로써 롯데와 신세계는 한층 더 치열한 선의의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