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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영장 청구' 檢 '통치행위론' 격파 발전적 태도?

12·12 사태 수사 당시 대비 발전 법리 수용…공익 수호자 최소한의 자존심 지켜

임혜현 기자 기자  2017.03.27 14: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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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27일 서울중앙지법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정식 접수하자 수사의 최고주재자이자 공익 수호자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세운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욱이 형사사건 수사와 공판 진행을 책임지는 국가기관으로서 일명 '통치행위 문제'에 대해 기존 태도와 달리 명확하고 진일보한 입장으로 임해 이런 결실을 빚었다는 해석도 나와 눈길을 끈다. 

이번 청구로써 박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에 이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대상으로 지목된 세 번째 대통령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는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강요 등 13가지에 이른다.

검찰은 이미 지난해 10~11월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단행하면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도 박 전 대통령을 미르재단 등에 출연할 것을 재벌들에게 강요한 것으로 기본 스케치를 한 바 있다.

◆'전면 부인' 박 전 대통령 대응 태도, 이유는?

이 같은 검찰의 조사는 박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문제를 강요에 의한 출연이 아니라 삼성 지배구조 상속 시 유리하게 변경하려는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행위로 규정, 뇌물 공범으로 구속하면서 상대적으로 여론의 관심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하지만 박 특검 측에서 뇌물과 직권남용 등을 적용한 뒤 검찰로 다시 사건의 공이 넘어오면서, 검찰의 역할이 다시 중요해졌다. 검찰은 기존에 파악된 사실관계에 특검 측 아이디어를 수용하고, 수사의 일반적인 최고 주재기관으로서 박 전 대통령의 법률적 책임 규명을 집중적으로 파악했다. 이미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구속돼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구속 영장 청구 근거를 확고부동하게 만들지 못하면 최종적으로 유죄 규명에도 난항이 불가피할 뿐더러, 몸통은 빠지고 수석과 장관급 등만 제물로 삼는다는 비판 역풍이 불가피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최씨와의 공모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범죄 소명을 하는 데 충분히 완성된 그림을 내놓는 데 성공한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이 전면 부인을 택하지 않고 단순한 최씨 행각 전반에 대한 관리 소홀을 주장하지 않은 점은 스스로 방어선을 하나 포기한 채 검찰과 대결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과의 대결에서 이런 전략을 택하고, 또 물러선 방어선에서도 패배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이번 조사 전반에서 박 전 대통령 측이 헌법적 의무와 형사적 책임은 다르다는 항변을 펴는 것을 사실상 차단해냈다. 이는 일명 '통치행위'라는 논리로 표현된다.

국가원수의 일정한 행위는 일반 행정작용과 달리,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한 것으로, 수사나 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통치행위론이다.

여론 의식…통치행위 억지 아예 차단 '발전' 확연

검찰은 과거 12·12사태 이후 국정 장악까지 전반을 다룬 전두환 전 대통령 내란 사건에서 원래 이런 통치행위 긍정설을 취했었다. 이후 여론을 의식해 사안 판단을 뒤집어 기소하기는 했으나, 권위주의 국가관에 빠져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김대중 정부 대북송금 사건에서도 피고 측에 의해 이 통치행위가 다시 언급됐으나 법원이 이를 부정했다. 다만, 이 사건은 아예 특별검사에 의해 모두 취급된 사안이라 검찰의 태도 등은 논의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검찰은 이번에 박 전 대통령을 엄격하게 압박, 아예 재단 설립 문제나 일부 공무원에 대한 불이익 등이 범죄 요건은 있으나 통치행위이니 처벌은 안 된다는 빠져나가기 시도를 하지 못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타협의 여지를 아예 차단했기에 박 전 대통령 측으로서는 최씨의 범죄적 행각에 대해 아예 몰랐다는 전면부인론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 물론, 검찰의 이런 강수에 대해, 검찰이 이번에 수사 실패 상황을 만들거나 면죄부 주기를 할 경우 검찰개혁론의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어서 부득이 택한 선택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어찌 보면 전 전 대통령 사건 당시에 비해 크게 발전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검찰이 산 권력 내지 죽은 권력에 대해 어쨌든 일반 형사범 다루기와 다른 태도를 보이던 것에서 한 뼘 이동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통치행위 같은 구시대적 발상에 대해서는 아예 거론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기류를 만드는 검찰의 변화는 분명 법치 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는 것.

한편 서울 소재 한 법대 교수는 "우리 나라 법학에서는 아예 국가원수는 사법심사를 받지 않는다는 유럽식 통치행위론과 재판 대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법원이 심사를 자제한다는 미국식 사법자제이론을 같은 것으로 잘못 설명하는 단계에 머물러있다"면서 이번 탄핵-수사와 재판 와중에서의 통치행위론 극복 과정에 큰 의미가 있을 것으로 봤다. 검찰이 그 과정의 한 단추를 끼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