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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편의점 아르바이트, 한국판 게인스빌 조례 없나

美·日 등 안전 방안 고려걸제자리

임혜현 기자 기자  2017.03.24 12: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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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편의점 비정규직 직원(아르바이트생)들이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손님을 응대하고 비품을 채우면서 '시재 맞추기(현금 총액)'를 하는 데다 요새는 빵과 조각치킨 등을 굽고 커피를 내리는 등 일인다역을 강요받는다.

새벽 근무자는 또한 본사에서 배송오는 물건 하차와 창고 채우기 등도 해야 한다. 고된 일과를 보내지만, 낮잡아 보는 이들이 많은 탓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무엇보다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게 가장 힘든 요소다.

코너에 몰려 당하거나, 무방비상태서 기습당할 우려 커

경찰과 아르바이트노동조합(이하 알바노조) 등에 따르면 매년 편의점에서 300~400건에 이르는 강력범죄(살인, 강도, 강간이나 추행 등 성범죄, 방화 등)가 벌어지고 있다.

근래 일어난 사건 중에는 특히 비닐봉투값 50원(임의로 무료 제공했다 적발되면 해당 업소에서 행정처분을 받기 때문에 시비가 끊이지 않음) 문제로 설전을 벌이다 결국 취객 손에 숨진 A씨 사건(지난해 12월14일 새벽 사망)이 가장 안타깝다는 의견이 많다.

경북 경산 소재 CU편의점에서 발생한 A씨 사망 사건은 언제라도 무참히 살해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관련 종사자들에게  주고 있다. 편의점 계산대가 종업원을 에워싸는 구조로 돼 있어 A씨는 피하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것.

사고일로부터 100일을 맞은 23일, CU 본사(BGF리테일) 앞에서 유족들과 알바노조가 공개사과 등을 요구한 시위를 벌인 것도 이런 위기감의 발로라는 풀이다.

하지만 비단 이 회사만 이런 사건에 묵묵부답인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아르바이트 인력의 관리·채용은 개별 가맹점주의 몫이라는 인식이 가맹본부들 사이에는 널리 퍼져있다.  

日보다 인구대비 점포 과잉 경쟁 치열…안전·복리 외면 원인

CU가 점포 수 1만여 개로 업계 선두를 기록하는 등 한국의 편의점은 외형상 호황을 누리고 있다.

생활경제계에서는 1인 가구가 늘어 마트 매출은 줄고 있지만 편의점 업계만큼은 승승장구라면서 가장 유망한 업종으로 편의점 영역을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게 다일까. 언제든 이 같은 상황은 꺾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편의점산업협회의 2015년 통계에서도 한국 편의점은 인구 1777명 당 1개가 설치돼 있지만, 일본 프랜차이즈협회 기준 일본 편의점은 2374명당 1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치열한 생존 갈등 때문에 비용 절감 노력이 당연시되고, 그러다 보면 안전 등 복리에 심지어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인 처지의 종업원들에게까지 기울일 수 없다는 생각이 업계에 만연했다는 풀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등이 함께 쓴 '편의점 방범인증제 실시에 따른 효과성 분석'에서는 "미국 소비자들의 편의지향주의가 정점을 이룬 게 편의점이고 이것이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넘어왔다"고 풀이한다.

극단적인 '돈 내는 이 위주' 소비문화의 산물인 만큼 배치나 운영 등에서 자발적으로 안전을 고려하거나 할 수 있는 토대가 원천적으로 약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이 영역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해석도 그래서 나온다.

결국 지금 한국 편의점 부문의 욱일승천 기세는 아르바이트생 등 종사자들의 땀과 눈물로 지탱되는 치열하고 불합리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문제 개선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요청을 받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도 스스로 문제를 고치지 못했기에,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당국 등에서 개입해 때로는 강제적이고 때로는 준강제적인 방안으로 업계의 개선을 이끌어냈다.

미국은 플로리다주 게인스빌시에서 1986년 '점원 2인법'으로 불리는 행정조례를 만들었다. 야간 등 취약 시간대에 범죄에 대응할 능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물리적 배려를 하게 한 것이다. 아리조나주 템페시에서는 1989년 CPTED(공간과 건축을 통한 안전 도모) 조례를 입법화했다. 

일본 경시청에서는 편의점 범죄 증가 경향에 주목, 밖에서 안이 잘 들여다 보이도록 배치를 바꾸고 폐쇄회로(CC)TV 감시를 위한 화소수 개선(화질 개선)을 유도하는 등(일본은 행정지도라는 반강제적인 유도를 아직도 많이 활용하고 민간도 이에 적극적으로 따르므로, 사실상 명령을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미국 게인스빌시 등 각지에서 범죄 감소 효과가 나타났고, 일본의 경우 2009년 이후 점차 편의점 범죄 감소세가 보고됐다(2011년에는 약 500건까지 떨어짐).

가게 안팎에 쌓여있는 물건만 치워도 카운터 안전 높아질 텐데…

따라서 당장 야간에 복수의 직원을 두게 하거나 성범죄 등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강제로 남성 채용만 하게 하는 것은 경제사정상 어렵더라도, 일단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부터라도 우선 추진해 보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가시성을 확보하는 등으로 범죄자들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고립된 가운데 현금통을 움켜쥐고 있다'는 생각을 덜어내기만 해도 당장 적잖은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 이런 방식에도 물론 최소한의 지출은 소요된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들을 위해 '우리는 비정규직과 상생한다' '안전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게 결국 가맹본부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될 수 있다는 조언도 없지 않다. 이 같은 상징적인 이미지가 나중에 이득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