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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형의 M&M] Skrewdriver, 변질된 그들의 애국심

이윤형 기자 기자  2017.03.23 16:4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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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영웅과 사랑, 서민의 노래(귀족 풍자), 예술과 대중의 조화…. 11세기부터 이어진 프랑스 대중음악 '샹송'의 변천사입니다. 이처럼 음악은 시대상을 반영하거나 때로는 표현의 자유와 사회 비판적 목소리를 투영하기 위한 도구로도 쓰입니다. 'M&M(뮤직 앤 맥거핀)'에서는 음악 안에 숨은 메타포(metaphor)와 그 속에 녹은 최근 경제 및 사회 이슈를 읊조립니다.

지나친 확신과 막연한 믿음은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약물과 같습니다. 흐트러진 판단은 곧 고집으로 바뀔 수도 있는데요,

진리를 말한답시고 일부의 공감도 없이 확신에 찬 완고함마저 보인다면, 그것은 하나의 주장을 펼친다기 보단 조잡한 성격을 투영하는 내면의 거울을 들춰내는 아집일 뿐이겠죠. 

자신의 확신에서 벗어날 줄 모르는 '망상적인 고집쟁이'들은 소통은커녕 대화조차 할 수 없는 깡통으로 낙인찍히게 될 것입니다.

아홉 번째 「M&M」에서 소개할 곡은 변질된 오이(Oi!)밴드의 대표주자, 영국 펑크 록 밴드 스크류드라이버(Skrewdriver)의 고집 중 하나인 '화이트 워리어스(White Worriors)'와 '화이트 파워(White Power)'입니다.

1976년 영국 랭커셔주 플톤르필드(Poulton-le-Fylde)에서 결성된 스크류드라이버는 초창기 일반적인 펑크 록 밴드 시작부터 폭력적인 인종주의·국수주의적 성향이 강했지만 였습니다. 

이들은 굳이 분류하자면 오이밴드에 속합니다. Oi는 1970년대 영국 노동자 계급(Working Class)을 대표하는 펑크 음악의 하위 장르인데요. 주로 노동자들의 권리, 갑의 횡포, 실업, 정부 권력에 억압을 비판의 목소리를 대변했습니다. 

이처럼 초창기 Oi의 이념 자체는 인종차별과 상관없이 펑크와 같은 반(反)권위주의를 외치는 노동자와 민중을 위한 문화였는데요. 하지만 당시 노동자계층을 대변한다는 것은 영국사회에선 거친 반란 그 자체였죠. 이 때문에 Oi 문화에 속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초(남자다움을 과시하는)적인 성향을 지녔습니다.

이런 강한 성향은 결국 Oi 문화를 정치적으로 갈라지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실제 스킨헤드들은 인종차별주의자이지만 스킨헤드를 주장하는 이들을 본헤드(Bonehead)라고 부르며 배척했다네요.
 
1980년대 영국에서 일부 Oi 스킨헤드들이 백인우월주의 단체, 내셔널 프론트(National Front·NF)와 브리티시 무브먼트(British Movement·BM) 등에 가담하면서 극단적인 백인민족주의와 네오나치즘을 지향하게 된 것이죠.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스크류드라이버인데요. 네오파시즘 성향의 리더, 이안 스튜어트 도날드슨(Ian Stuart Donaldson)에 의해 밴드는 점차 격렬하고 폭력적인 스킨헤드 밴드로, 결국엔 독일 나치의 이념을 표방하며 국수주의와 백인우월주의를 외치는 '네오 나치 스킨헤드 밴드'의 성격을 갖게 됩니다.

심지어 이안 스튜어트는 브리티시 무브먼트 소속 멤버로 인종차별을 동반한 폭력 탓에 감옥에 수감됐던 니키 크레인(Nicky Crane)과 나치 스킨헤드들의 메카 네오나치 네트워크 '블러드 앤 호너(Blood and Honour)'라는 단체까지 만들기까지 하죠. 

사전 설명은 이쯤하고, 본격적인 음악얘기로 돌아가렵니다. 바로 소개해드릴 가사는 보기만 해도 노래 속 화자의 '깡통'스러움을 한껏 느낄 수 있습니다.


도시에서의 전투는 삶과 죽음의 문제요. 그것은 흑백처럼 간단하며, 당신은 최후의 한숨까지 싸울 것이오. 그들은(유색 인종) 당신에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려하지만 당신은 백인이오. 그들은 틀렸소. 당신은 우리(백인)를 위해 싸우고 있는 전사요. 

이 외침은 '화이트 워리어스'의 초입 가사입니다. 스크류드라이버는 이 노래를 통해 자신들의 주장과 반대되는 얘기, 백인외의 다른 인종들은 모두 배척해야 하는 것들이라고 말합니다. 

또 이런 자세는 목숨을 걸고 지켜야한다고 강조하며 그들과 다른 생각은 모두 틀렸다는 흑백논리와 이분법적 사고도 내비칩니다.

그들이 우리를 깔아뭉개고, 우릴 말살하지 않으면, 우린 강력해질 것이오. 그들의 끊임없는 거짓말이나 괴롭힘은 우리가 진전하는데 도움이 될 뿐이오. (중략) 싸움이 승리로 끝나고 진정한 백인이 우리의 지역을 소유할 때 반역자들은 모두 사라질 것이오. 


이 노래는 백인우월주의를 주장하는 본헤드들을 고양(高揚)하기 위한 노래라고 볼 수 있죠. 이들은 본인과 다른 생각들이 오히려 힘의 원동력이라고 말하면서도 언젠간 척살해야 할 대상이라고 공공연히 외칩니다. 그러면서 그들과 같은 생각을 가진 본헤드들에게 고양심을 불어넣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그들은 결코 우릴 이길 순 없을 것이오. 하얀 전사, 백인의 전사들이여. 그들은 결코 우릴 이길 순 없을 것이오. 하얀 전사, 백인의 전사들이여.

스크류드라이버의 이 같은 인종주의적 사고에는 비뚤어진 애국심이 내포됐는데요. 이는 그들의 또 다른 노래 '화이트 파워'에서 여실히 보입니다. 

조국을 지키려 했으나, 수포로 돌아갔지. 우리 모두의 잘못이고 비난받아 마땅해. 우린 그들의 모든 걸 빼앗으려 하지, 덤빌테면 덤벼봐. 한땐 제국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빈민국일 뿐야. (중략) 앉아서 덤비는 꼴을 내버려 둬야 하냐? 백인들을 부랴부랴 모아야 하냐? 다민족 사회는 혼란 그 자체야. 더 이상 가질 필요도 없어. 뭐가 필요한데?

대영제국 몰락의 원인은 영국이 다민족 국가로 변했기 때문이라는 논리입니다. 결론적으로 그들과 다른 유색인종의 유입이 영국을 망친다는 얘길 하고 싶어 하는 듯합니다.

우릴 학대해온 부패와 반역자들을 저지하기 위해, 우린 뭔가 해야만 해, 모두 쏴죽여야만해. (중략) 백인의 위력. 영국을 위해. 백인의 힘. 지금. 백인의 위력 대영제국을 위해. (중략) 너무 늦기 전에. 전투에서 지면, 모든 게 망해. 그건 대영제국의 종말이고, 우리 모두 지옥에서 조우하겠지.

노래 후반부로 갈수록 그들의 주장은 더 격렬해지는데요. 가사를 보면 그들은 이미 피해자입니다. 이 때문에 그들이 행했던 묻지마 범죄는 애국심으로 저지른 정당방위였다는 얘길 할 것만 같습니다. 

이들 노래의 공통점은 무시무시한 가사와 상반되는 발랄하고 신나는 펑크 뮤직이라는 것인데요. 이처럼 본헤드들은 확고한 신념을 장난기 넘치는 음악으로 녹여내 잔악한 범죄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모습도 보입니다. 배트맨(Batman)의 숙적, 조커(Joker)처럼 이 때문에 유럽 내에선 사회악 집단의 낙인이 찍혀 있기도 하죠. 

1970년대부터 번져온 이 위험한 집단 스킨헤드라고 주장하는 인종주의의 본헤드 들은 2000년 유럽의 각 나라로부터 활동과 앨범 판매 금지를 받았지만,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 중이라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시선을 돌려 가까운 얘기를 해볼까요? 최근 국정농단 사건과 탄핵정국은 코리안 본헤드(Korean Bonehead)를 만들어냈습니다. 비선 실세, 국정 농단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후 코리안 본헤드들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합니다. 

'강제 하야 절대 반대' '대통령을 사수하자'를 주장하며 맞불집회를 열어온 이들은 시작부터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는데요. 최순실 국정 개입 사건 정황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으면서 탄핵정국이 가까워오자 이들의 폭력성도 강해집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선고 당일이던 지난 10일, 헌법재판소 인근에서도 경찰버스 전복을 시도하는 등 과격한 양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죠. 심지어 안타깝게도 코리안 본헤드의 심벌이 된 태극기를 두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길을 가는 청년의 멱살을 잡아 무차별 집단폭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최순실 국정 개입 관련 보도를 이어온 방송사가 보이기만 하면 '좌경세력의 주장을 보도하는 X들'이라며 촬영 장비를 파손하기도 했죠. 

그들도 인종주의의 유럽의 본헤드들과 같이 확고한 신념을 가진 듯 보입니다.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치던 한 시위자는 이런 말을 하기도 했죠. "대통령님이 얼굴에 주사를 맞는 건, 나라를 위하는 일이야!"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일이 이 지경까지 온 건 그들의 확고한 신념 때문인데요. 그들의 믿음은 이렇습니다. 그들에게 박근혜는 그저 국민이 뽑은 한 사람의 대통령이 아닌 것이죠. 12살 어린 시절 어머니 아버지의 손을 잡고 청와대에 들어간 영애이자, 아버지와 자신의 집을 잃은 불쌍한 딸이 자라 결국 자신의 집을 되찾은 공주로 보이는 것입니다. 

더 얘기하자면 배고픈 시절, 그의 아버지 박정희 덕에 도로가 만들어지고, 수출을 통한 부국의 세월을 맛봤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유로 그들에게 박정희는 장기 집권한 독재자가 아니라 나라를 일으킨 '왕'이었고, 박근혜는 그 자리를 물려받아야 왕녀, 그런 그에게 '충성'하는 것은 '백성'으로서 당연한 도리라는 게 그들의 확신입니다. 

이들이 주장하는 말도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는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현재 부정부패와 비리의 온상 격으로 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그들은 아직 거리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그들의 입에선 궤변이 쏟아지고 있죠. 

'탄핵승복? XX하는 소리 하지 마라. 처음부터 기획되고 조작된 시나리오다' '헌법재판소의 파면선고를 단호히 거부한다. 헌법재판소를 없애자' '용납할 수 없는 헌재의 결정, 더욱 단결해 이 난국을 돌파해야 한다. 저항해야 한다' '우린 반드시 일어나 너희들을 응징할 것이다, 우리는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자' 등의 말입니다. 

창조경제처럼 신박한 방법으로 '국민대통합'을 이뤄낸 박근혜는 결국 탄핵됐습니다. 이런 어수선한 시점에 우리는 다시 한 번 통합해야 합니다. 그러기에 '그들'에게 간절히 부탁합니다.
 
'자신들의 확신에서 그만 벗어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