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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햇살이…" 소상공인 찬밥대접 '장미대선' 전 끝?

젠트리피케이션 비롯, 족쇄 푼 공무원·협회 자정 노력

임혜현 기자 기자  2017.03.23 14: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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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720만 소상공인'이라고 흔히 얘기하지만, 소상공인의 지원 대책이 그간 마땅찮았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정책 기조에 일부지만 변화가 시작돼 관심이 모인다.

특히 대통령 파면이라는 희대의 사건에 따라 대선이 앞당겨지는 임시대선(일명 장미대선) 와중에 포퓰리즘 정책 공약으로 거론되고 끝나는 정도가 아니라, 이와 별도로 각 부처 공무원들의 노력에 의해 조금씩 추진되는 업무들이 모여 '모자이크'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번져 정책 협업모델의 특이사례가 될 수 있다는 성급한 진단도 나온다.

정부가 소공인의 지역 및 업종 관련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협업체계를 강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중소기업청이 14일 발표한 '제1차(2017~2021년) 도시형 소공인 지원 종합계획' 등을 참조하면, 현장 밀착지원 거점인 소공인특화센터 확대와 맞춤형 판로지원 등 작업에 조만간 착수한다.

당국은 소공인을 상시(고용)근로자 수가 10인 미만인 소규모 제조기업 내지 개인업장으로 본다. 소상공인에서 상업 종사자를 빼고 제조업으로 특정한 개념인 셈이다. 소공인은 현재 전국적으로 31만7000개 업체에서 98만9000명이 종사 중이다. 현재 전체 제조업 매출 중 4.1%가량인 소공인 매출액 비중을 2021년까지 5.0%로 끌어올리는 데 이번 정책의 목표가 있다.

4대 추진전략이 이번 정책의 핵심으로 △소공인 집적지 경쟁력 강화 △혁신역량 제고 및 제조환경 개선 △맞춤형 판로지원 △자생적 성장기반 조성 등이 거론된다.

◆"이제 쫓겨나면 시내에선 다시 철공소 못해" 원성 수렴한 성동구

중앙 정부기관 차원의 소공인 집적 지원이 이번에 구체화됐지만,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좀 더 빠른 움직임이 이미 감지된 바 있다.

서울 성동구는 성수동 공장지대를 끼고 있다. 철공소 등이 모여있던 이 지역은 일부 철공소들이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떠난 자리에 '분위기가 특이하다'며 카페 등이 진출하면서 묘한 공존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 같은 업종 손바뀜은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원주민 내지 원임차인들의 축출 현상(젠트리피케이션)을 빚는다는 것. 철공소 등을 운영하는 소공인들은 임대료나 땅값 등이 오를 것에 맞서 매입에 나서며 후에 진출한 새 업종 종사자들과도 긴장감을 형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동구는 젠트리피케이션을 해결하고자 2006년 봄부터 관련 작업에 착수해 결국 '서울특별시 성동구 지역공동체 상호협력 및 지속가능 발전구역 지정에 관한 조례'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젠트리피케이션 발생·예상 지역을 지속가능 발전구역으로 지정해 건물주들과 상생협약을 맺고, 토착상인들로 구성된 주민협의체의 동의를 얻어야 신규 입점이 가능하도록 했다. 기존 형성된 상권을 보호하도록 실질적인 길을 연 것이다.

이 같은 조치가 허례에 그치지 않도록 젠트리피케이션 법률 및 세무 상담 등 이동행정서비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성동구의 이 같은 정책은 소공인에게만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성수동의 새 식구 중 하나인 수제화거리 종사자들은 소공인인 동시에 소상인이기도 하다. 협동조합 등을 결성하고 가게에서 손님들을 맞이해 물건을 팔기 때문.

이 같은 성동구의 소상공인 정책은 서울특별시 본청의 정책에도 영감을 준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22일 제5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어, 성수동 1가 685-580번지 일대 '뚝섬주변지역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안'을 수정가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여러 내용을 담고 있지만 특히 세간의 시선을 모으는 요소는 뚝섬의 골목상권을 유지·발전하기 위해 주요 가로변에는 소규모 공방, 서점 등을 권장용도로 계획했다는 점이다. 반면 휴게음식점, 일반음식점, 제과점 등 등에 대해서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개설하지 못하도록 불허 용도를 지정했다.

'스타벅스 커피점이나 파리바게뜨 빵집 등이 들어서지 못하는 것이냐'며 발표 당일인 23일부터 벌써 시민들은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아울러 지역 특성이 반영된 건축을 유도하고자 '건축물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성동구 임대료 안정 이행협약과 연계해 허용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스타벅스 견제하는 서울시…소상공인단체, 분열 끝내고 단일화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 활력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활발히 전국 활동에 나서고 있다. 최승재 회장 등 집행부가 직접 지역별로 소상공인들의 다양한 사연을 접하고 발전 방안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2014년 말~2015년 초에 소상공인연합회는 내분으로 심각한 법정 공방을 벌이며 해체 논란까지 당국에서 거론하는 치욕을 겪었다.

주무관청인 중소기업청(중기청)은 이런 내부 갈등이 깊어지자 선거권을 가진 정회원 자격여부를 점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선거인 명부를 작성한 후 회장 후보자 추천과 등록을 하라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중소기업청 공문에도 한쪽에서 선거 강행을 주장하자 중기청은 "관련 규정 불이행시 허가 취소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조건으로 붙인 바 있다"고까지 경고를 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갈등 봉합 이후 집행부가 전국 각지에 다양한 업종을 망라하는 소상공인을 모두 아우르겠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연출해 현재는 화학적 결합에 성공했다는 평이 나온다.

정치권에서 문제 설정을 한 후 정부나 지자체가 나중에 움직이는. 일명 '톱-다운' 방식의 소상공인 정책이 마련되고, 또 이런 노력은 다시 정치권의 일정과 정쟁에 따라 다시 무효화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히려 장미대선의 정국 혼미 와중에 종사자들의 자생적인 노력과 공무원들의 정책 검토가 '바텀-업' 형식으로 나타나는 셈이다.

소상공인 관련 정책이 화려하지는 않아도 실뿌리가 많은 튼튼한 발전을 이제 시작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의 근거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