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인 기자 기자 2017.03.22 16:44:14
[프라임경제] "바다 속 포식자를 두려워하지 않고 가장 먼저 뛰어들어 먹이를 구하는 '퍼스트 펭귄'처럼, 동국제강은 항상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과감한 투자를 통해 생존의 길을 개척해왔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불가능은 없다는 신념으로 도전해 마침내 글로벌 철강벨트를 완성했다"며 "자체적인 슬래브 조달과 해외 판매를 통해 글로벌 철강사로서 지속적 흑자경영을 달성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동국제강(001230)은 22일 충남 당진 후판공장에서 브라질 뻬생철강주식회사(CSP) 제철소 슬래브 입고식을 진행하고 '후판 자립시대'를 선포했다. 이로써 동국제강은 지난 1954년 설립 이후 63년만에 첫 자체 고로 생산 슬래브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CSP 제철소에서 나온 슬래브 5만8751톤이 1만9738㎞의 거리를 건너 마침내 동국제강 당진공장에 도착했다. 에두와르도 빠렌찌 CSP CEO를 비롯, 고객사 및 관계사 경영진 70여명이 입고식에 참석해 첫 슬래브 입고를 축하했다.
브라질 CSP는 브라질 북동부 쎄아라주 뻬셍 산업단지에 건설된 연산 300만톤급 제철소로 공장 건설에 총 55억달러가 투자됐다. 동국제강(30%)이 기획하고 세계 최대 철광석회사인 브라질 발레(50%)와 포스코(20%)가 합작했다.
동국제강은 그동안 수입해 쓰던 슬래브의 절반 정도인 60만톤 가량을 CSP 제철소를 통해 자체조달할 수 있게 됐다. 동국제강은 CSP 제철소에서 생산되는 슬래브 중 53%인 최대 160만톤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중 60만톤은 직접 사용하고, 100만톤은 수출을 통해 글로벌 철강사로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슬래브는 두께 6㎜이상의 두꺼운 철판인 후판의 원자재가 되는 일종의 중간자재다. CSP슬래브는 10대 선급의 인증 절차를 이미 90% 이상 마쳐 글로벌 수요에 모두 대응할 수 있으며 일반강보다는 고급강 생산 비중을 끌어올릴 수 있어 향후 동국제강의 신사업 전략도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이례적으로 가동 시작 후 채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자동차 강판용 슬래브(IF steel) 및 유정강관용 슬래브(API) 등 고부가가치 고급강을 잇달아 생산해내며 그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날 CSP에서 들여온 슬래브는 바로 당진공장 라인에 투입돼 후판으로 만들어졌다. 쌀쌀한 날씨를 뒤로 한 채 안전장비를 갖추고 공장에 발을 디디자 후끈한 열기가 덮쳤다.
지난 2010년 준공된 당진공장은 일반 후판은 물론 특수선과 해양구조물, 초대형 선박 등에 사용되는 고급강까지 모든 후판제품을 생산한다. 연간 150만톤의 후판 생산 능력을 갖췄다.
고로에서 만들어진 슬래브를 다시 원하는 두께에 맞춰 압연하기 위해 최대 1200℃까지 재가열해야 하기 때문인데, 이렇게 가열된 슬래브는 정확한 온도와 압력으로 수차례 압연된다.
이후 후판의 품질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물과 공기의 압력을 이용해 표면을 균일하게 만드는 작업을 진행한다. 고압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옆 사람과의 대화마저 들리지 않을 정도로 큰 소음이 발생한다. 현장을 출입하는 작업에서는 귀마개가 필수다.
압연을 마친 후판은 온도가 600~800℃에 이른다. 고른 품질을 위해 1~2시간의 냉각과정을 거친 후판은 고객사들에게 보내진다. 후판은 100% 주문제작으로 때문에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그 크기가 모두 다르다.
공장 창문으로 보이는 동국제강의 당진항 부두에는 CSP 제철소의 슬래브를 담은 선박이 한창 하역 작업 중이었다. 오는 24일까지 슬래브를 모두 하역하고 다시 브라질로 출항할 예정이다.
당진 현장을 찾은 김에 동국제강 경영진들과 일문일답을 진행했다.
▲올해 고급강 비중을 30%까지 늘린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수치나 CSP 슬래브의 활용 계획은?
-이대식 후판영업담당 이사 : 현재 입고된 CSP 슬래브의 품질을 체크해보니 우리가 구매해서 사용하는 메이커보다 훨씬 품질이 좋다는 걸 확인했다. 회사가 생산해 사용하는 강종의 80%까지는 해당 슬래브로 커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생산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후판 수요 중 70%를 차지하는 조선용 후판이 불황으로 수요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 일관제철소들도 후판 사업보다는 열연 등 타 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동국제강의 향후 전략은 어떻게 되는지.
-장세욱 부회장 : 열연 설비에 대해서는 따로 준비하거나 증설할 계획은 아직 없다. 냉연에 대해서는 현재 6CGL(아연도금강판설비), 10CCL(냉연강판설비) 등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를 마친 상태로 투자시기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현재 부산공장 내 구 설비를 철거한 유휴부지가 있어 그 쪽으로 계획을 잡고 있다.
▲CSP를 통해 얻게 되는 동국제강의 구체적인 효과는 어떻게 되는지?
-곽진수 전략실장(상무) : CSP 슬래브는 현재 당진공장에 들여와 후판으로 생산하는 것과 해외로 외판하는 두 가지 방향으로 사용한다. 양쪽 다 상당한 수익이 나고 있다. 특히 당진공장은 지금까지 슬래브를 외부에서 전량 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급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강종별 엑스트라, 즉 고급강도 안정적이고 더욱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어 상당한 경쟁력이 갖춰졌다.
▲향후 브라질 CSP 제철소에 대한 설비 증설 계획은?
-장세욱 부회장 : CSP 제철소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고로 2기를 기준으로 준비한 제철소다. 따라서 현재 고로 1기를 더 놓을 수 있는 상황이다. 아무래도 합작사다 보니 주주들 간 의견이 조금씩 달라 통합에 어려움이 있는 상태다.
▲동국제강은 지난해까지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올해 구체적인 경영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장세욱 부회장 : 구조조정이라고 하면 인력, 설비, 기타 등 여러 방향에서의 구조조정이 있겠지만 동국제강은 그 모든 영역에서 진행해왔다. 계열사도 3개 매각하고 임원진 역시 13명 이상 줄었다. 현재 구체적으로 남은 것은 포항공장의 제2후판설비다. 올해 안 매각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접촉은 여러 곳에서 있었지만 최근 불황으로 조건이 맞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설비 투자 계획은 항상 생각 중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냉연 쪽은 투자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