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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제로 레이팅' 차별일까…방통위, 망중립성 판단 법근거 마련

"시장 경쟁 판단 기준 신규 추가…이용자 후생 효과 있어 제로 레이팅 무조건 금지 안 돼"

황이화 기자 기자  2017.03.22 15: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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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은 고객들에게 자사 온라인동영상제공서비스(OTT)를 이용할 경우 일정부문 데이터 비용을 받지 않는다.

반면 '푹' '왓챠플레이' 등 다른 OTT 사업자들은 이런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관련업계에서 '망중립성 위배'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정부가 사업자간 차별 여부를 면밀히 감시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갖추기로 했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는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에서 위임한 '전기통신사업자 간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제한 부과의 부당한 행위 세부기준' 제정안을 마련, 행정예고와 규제심사 등을 거쳐 오는 7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22일 밝혔다.

새로 마련된 세부기준에 따라 방통위는 전기통신사업자 간 불합리하거나 차별 행위가 있을 경우 행위주체와 관련해 행위의 목적이나 의도, 상대방과의 경쟁관계 여부를 고려할 계획이다.

또 해당 서비스 시장 구조와 해당 서비스가 다른 서비스의 필수적 요소 여부, 대체 가능 여부, 시장왜곡 가능성 등을 고려하고 행위로 인한 이용자 선택권 제한 정도, 서비스 혁신의 저해 여부, 상대방의 불이익 발생 여부 등을 살필 방침이다.

다만 △실질적인 이용자의 이익침해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 △전체 이용자의 편익이나 후생증대가 큰 경우 △신규서비스 출시를 위한 불가피한 조건 또는 제한으로 인정되는 경우 등 합리적인 사유는 예외로 판단한다.

방통위는 그간 기준이 없어 '이용자 이익 저해' 측면에서만 판단했던 사업자 간 관계 등 시장 경쟁 상황에 대해 직접 검토가 가능토록 기준을 보완했다는 설명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번 세부기준은 망 이용 사업자 간 관계를 조율한다는 측면에서 망중립성과 관계가 있다"며 "다만 일체 차별을 금지하고 제한적으로 예외를 인정하는 망중립성 취지와 달리 합리적 차별은 인정하고 부당한 차별을 금지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로레이팅' 속속 생기는데…망중립성 강화냐, 약화냐 '촉각'

망중립성은 지난 2003년 생긴 원칙으로,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와 정부들은 인터넷에 존재하는 모든 데이터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사용자·내용·플랫폼·장비·전송 방식에 따른 어떤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자사 고객에게 자사 모바일 플랫폼을 이용하면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는 '데이터프리존'을 운영하는 것이 여기 해당한다.

또 SK텔레콤이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와 공동 마케팅 차원에서 자사 고객이 게임을 할 경우 데이터 요금을 면제하는 것 등의 제로 레이팅(Zero Rating)이 모두 이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있다.

제로 레이팅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특정 서비스의 데이터 이용 요금을 무료로 하거나 깎아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원칙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통신사업자 등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는 자신들이 투자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용자에게 혜택을 제공함과 동시에 마케팅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더불어 OTT 등 콘텐츠 사업자(CP)가 오히려 통신사 자본이 든 네트워크 인프라를 활용해 수익을 거두면서 이를 차별이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견해다.

반대로 콘텐츠 사업자는 인터넷의 개방정신과 공정경쟁 환경이 보장돼야 하는데, 이통사가 개방돼야 할 네트워크를 무기로 시장 경쟁성을 강화한다고 맞선다.

◆OTT업계, 제로 레이팅 무기 삼으면 시장 몰락 

미국의 경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망중립성을 적극 지지해 이동통신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 했던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망중립성 반대론자인 아짓 파이를 미국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을 담당하는 연방통신위원회(FCC) 수장으로 임명해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

아짓 파이 FCC 위원장은 망중립성 원칙이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의 자금 투자를 위축시킨다며 "망중립성은 실수"라고 언급키도 했다. 전임 FCC 위원장이 망중립성 위반 소지가 있다며 시행하려 한 제로 레이팅 조사를 종결했다.

현재 우리 정부는 망중립성에 대한 분명한 입장보다는 신중하게 시장을 봐야한다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OTT 업계 관계자는 "OTT 사업자 입장에서는 이동통신사의 제로 레이팅은 상당히 경쟁 제한효과가 있다"며 "광의의 망중립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응대했다.

그러면서 "망중립성 폐기 수순인 미국에서는 OTT가 먼저 주류가 됐지만, 우리 OTT 시장은 현재 걸음마 수준으로, 미국과 우리의 사정은 다르다"고 짚었다.

그는 "이용자에게 혜택을 주는 면이 있지만 사업자들의 경쟁 제한성도 발생 가능하다"며 "통신사들이 자사 앱 선탑재, 제로 레이팅을 무기로 시장을 독식하면 IPTV를 중심으로 기울어진 유료방송시장처럼 OTT시장도 기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방통위는 새로 법적 근거가 생기더라도 이용자 후생 효과를 고려해 제로 레이팅을 무조건 반대하거나 찬성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제로 레이팅을 놓고 단순히 차별을 구별할 수 없다"며 "사업자 차별은 맞지만, 이용자 후생효과도 가져오므로 이 둘을 비교해 이용자 후생효과가 더 크다면 부당한 차별이라고 봐선 안 될 것"이라고 언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