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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노동자 노고 보답할 마지막 골든타임' 산재현안 세미나에 눈길

재단법인 피플 후원 청중 1200여명 참석 성료

임혜현 기자 기자  2017.03.22 10: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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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780명 수용 가능한 강원도 태백시 문화예술회관이 만석을 맞았다. 1층은 물론 2층 관람석, 중간 통로까지 세미나 자료집을 손에 든 이들이 들어찼다. 추산 인원 약 1200명. 21일 태백에서 열린 '광산노동자 산재보험 제도 개선 토론회'는 원종욱 연세대학교 의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성황리에 열렸다.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도출된 산재보험제도 개선 방안이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과 공동으로 이 행사를 주최한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 사회가 광산노동자들의 노고에 대해 어떤 보상을 해줬는지를 돌아볼 때가 됐다. 진폐증 등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요양급여와 장해급여의 중복 지급 인정 여부, 소음성 난청 산재 판정 기준 문제 등 큰 현안부터 폐렴을 진폐 관련 합병증으로 인정할지 여부 등 이슈가 산적해있다. 홍 위원장 등은 이 같은 시급한 사정을 감안, 일명 '장미 대선' 준비로 급한 정치 상황에도 이번 행사를 추진했다.

이석행 더불어민주당 노동위원회 위원장은 "다양한 산재 현안을 개선하는 데 민주당 노동위가 앞장서겠다. 지켜봐달라"고 언명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축하 메시지를 보내 "지난날 우리가 춥고 가난하던 시절, 광산노동자들은 산업전사였다. 이제 그분들이 병마와 싸우며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이처럼 소중한 자리를 만들어준 모든 이들에게 300만 강원도민을 대신해 감사드린다"고 제언했다.

산이 깊고 농업 경영이 어려운 환경의 강원도. 과거 에너지 정책상 석탄이 중요한 몫을 차지하던 시절 강원도는 특히 채탄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외제품인 석유를 넉넉히 사들일 경제 형편이 못 됐던 1960~1970년대에 태백·사북 등 여러 탄광에서 석탄을 캔 광업노동자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에너지 조달과 이를 통한 산업 발전이 가능했다.

다른 지역에도 탄광은 있었지만, 강원도 분포 비율이 높았다. 그런 여파로 강원도는 '석탄의 시대'가 지난 지금도 광산노동자들이 진폐증, 진폐의증과 소음성 난청 등 다양한 후유증을 안은 채 살아가고 있다.

때문에 더 많은 진폐 등 광산노동자 산업재해 당사자, 가족들과 함께하기 위해 서울이 아닌 강원도 현지에서 이번 세미나를 열기로 주최 측이 결정했고, 이에 궂은 날씨에도 현지에서 높은 참석 열기로 화답한 셈이다.

산업역군 보호·보상 공감대로 행사 마련

발제자인 박진우 공인노무사는 진폐 관련 요양급여자(휴업급여자)에게 장해급여를 중복 지급하지 않는 상황을 두고 근로복지공단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판례를 인용해 "휴업급여와 장해급여는 중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면이 일부 있으나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대법원 판결이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근로복지공단이 굳이 유명 로펌을 선임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나와야 승복하겠다는 식으로 대처하는 것은 문제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소멸시효 완성 항변에 대해서도 "소멸시효 항변권의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 지배를 받는다"고 강조했다.

소음성 난청 인정기준과 관련, 발제자로 나선 김규상 서울의료원 교수는 "광산노동자의 경우 역치 문제에서 다른 직업군에 비해 월등히 높은 질병 비율을 보인다"고 언급했다.

또 "특히나 좁은 갱도 내에서 작업을 한 관계로 소음성 난청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이런 점에 대해 우리나라 법 기준을 손질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고 첨언했다.

발제에 이어 토론에 나선 이들도 날카로운 인식과 다양한 시사점을 제시했다. 먼저 윤미영 변호사는 소음성 난청 판정 문제와 시효 완성 논란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새로운 소음성 난청 업무처리 기준이 마련되기 전까지 근로복지공단은 수십년간 소음성 난청 장해보상청구권은 소음부서(직장)을 떠난 후 3년 이내 행사해야 한다고 관행을 형성해왔다"고 전제했다.

여기 더해 "따라서 그간 전혀 이런 신청을 받아주지 않다가 지금에 와서 말을 바꿔 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법리상 문제다. 아예 시효 자체가 시작되지 않은 것"이라고 역설해 박수를 받았다. 
 
성희직 광산진폐권익연대 정선진폐상담소장은 "'진폐기초연금' 수급자에 대한 '기초노령연금 부지급 정책'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다. 기초노령연금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65세 이상 모든 노인과 중증장애인에게 월 20만원씩 연금을 지급하겠다고 거론하면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정작 진폐증으로 고통받는 전직 광산노동자들의 경우, 진폐기초연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기초노령연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소외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성 소장은 "진폐기초연금 수급자는 특히 생활이 어려운 이들인데 이런 이들에게 기초노령연금을 중복 지급이라는 이유로 아예 주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으며 50% 지급안을 제안했다.

김상수 한국진폐재해자협회 사무국장은 진폐증에 비해 고통의 크기가 작지 않다고 할 수 있는 진폐의증에 대해서 처우 개선을 해야 한다는 점에 특히 집중했다. 그는 "진폐증이 아닌 진폐의증 대상자를 병형 1형 이상으로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어 "의료전문가들도 진폐의증과 진폐증이 어느 쪽이 더 심각하다고 이야기할 게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고, 진폐의증 환자가 오히려 더 관리를 잘 받아야 한다는 요청도 있다"고 짚었다.

공단과 재야 연구자, 가족 비롯 최소한의 공감대 확인 성과

임성호 한국노총 산재보상국장은 산재 관련 급여 신청을 가로막는 시효 논리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른바 시효에 대해서 과연 필요한가에 대해 근원적 물음마저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반 채권-채무 관계에서 주장을 하고 입증을 하는 문제 때문에 시효가 있는 건 맞지만, 근로복지공단과 노동자 관계에서도 이런 시효가 적용돼야 하는지 생각을 해보자. 노동사건만큼은 시효 자체를 없애거나 시효 중단이라든지 여러 검토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정광엄 근로복지공단 산재보상국장은 "진폐요양 중인 노동자에게 장해급여를 지급하느냐 마냐의 문제는 2011년 법 개정 이전에는 문제가 안되던 것이었는데, 현재 문제가 되고 그런 점에서 로펌 선임을 해서 확실한 판결을 받아 보고자 하는 것으로 안다"고 관련 상황을 거론했다.

이와 함께 "감사원 등에도 질의했지만 시효의 이익을 포기할 근거가 마땅찮다. 그래서 이를 임의로 포기할 수 없는 애로사항이 있다"고 말을 보탰다.

공단 대 노동자의 갈등 구도 사안이 세부 내용에 따라 두드러지기도 했지만, 서로 간 이해의 폭과 문제 개선을 위한 인식 공유의 채널을 넓혔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었다는 평이다.